엔비디아 '베라 루빈' 데이터 먹는 하마 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도 호황 예고

▲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베라 루빈'이 막대한 규모의 낸드플래시를 탑재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베라 루빈'이 고대역폭메모리(HBM)뿐만 아니라 대용량의 낸드플래시를 탑재, D램에 이어 낸드 수요도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최근 몇년 동안 낸드플래시 설비 증설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 만큼,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7년 새로운 형태의 고적층 메모리인 '고대역폭 플래시 메모리(HBF)'가 상용화되면, 'HBM 투자 확대와 범용 D램 부족' 현상이 범용 낸드에서도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미 본격 양산 단계에 있다고 밝힌 슈퍼 AI칩 '베라 루빈'은 AI 추론 연산에서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추론 컨텍스트 메모리 스토리지(ICMS)'라는 새로운 아키텍처를 도입한다.

일반적으로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은 대화가 길어질수록 과거 내용을 기억하기 위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 데이터가 너무 커지면 비싸고, 용량이 작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HBM)를 모두 차지하게 된다.

ICMS는 방대한 데이터를 GPU 메모리에서 빼내, 고용량 낸드플래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옮겨 저장하는 방식이다. 필요할 때만 다시 꺼내 씀으로써 GPU 메모리를 더 중요한 연산에 집중하도록 해 메모리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베라 루빈'에는 막대한 용량의 SSD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엔비디아의 ICMS 도입으로 인해 GPU 1대당 16테라바이트(TB), 베라 루빈 서버 1대당 1162TB의 SSD가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며 "그 결과, 엔비디아의 2026년과 2027년 SSD 예상 수요 증가분은 각각 3460만TB, 1억1520만TB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2026년, 2027년 글로벌 전체 낸드 수요 전망치의 2.8%, 9.3%에 달하는 규모다.

D램에 이어 낸드도 AI 수요 폭발에 2027년까지 가격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낸드 가격이 45%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고, UBS도 올해 1분기 낸드 가격이 전분기 대비 27% 상승하고 최소 올해 3분기까지 이와 같은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 '베라 루빈' 데이터 먹는 하마 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도 호황 예고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26년 1월5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CES 2026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인공지능(AI) 슈퍼칩 '베라 루빈'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낸드 가격 급등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형 호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낸드 점유율은 32.3%, SK하이닉스는 19%로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낸드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20조 원, 13조 원으로 제시하며 "올해 1분기 SSD 등 낸드 제품의 판매 가격이 25~35% 급등할 것"이라며 "상반기에는 낸드 산업 내 공급 증가가 제한될 것이기 때문에, 가격의 추가 상향 조정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낸드 영업이익이 약 7천억 원,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1천억 원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수익이 폭증하는 셈이다.

'고대역폭 플래시 메모리(HBF)'의 상용화 가능성도 낸드 업황에 긍정적 요인이다.

HBF는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적층한 반도체로, D램 기반 HBM의 낮은 용량 문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GPU가 데이터를 불러올 때 SSD에서 HBM을 거쳐 GPU로 가게된다. 하지만 HBF는 HBM을 거치지 않고 바로 GPU와 연결되기 때문에 지연 시간을 줄여줄 수 있다.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라 HBM에 저장할지 HBF에 저장할지 구분해 더 효율적으로 AI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만약 2027년부터 HBF 시장이 확대돼 기존 낸드 생산 설비를 HBF 전용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진행된다면 범용 낸드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즉 HBM이 등장해 범용 D램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낸드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낸드는 2021~2022년 이후 전환 투자 위주로만 투자가 진행돼 신규 설비 증설이 거의 없었다"며 "일반 서버 수요가 개선되고, HBF 전환으로 공급이 감소하면 2027~2028년 이후에는 낸드 설비 증설이 불가피해진다. 이는 업황이 완만하지만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