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결산/석유화학] LG화학·롯데케미칼 구조조정 첫발, 정부도 지원책 마련 분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에 2025년은 나프타분해설비(NCC) 구조조정의 첫발을 뗀 해가 됐다.

2026년부터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에서도 구조조정의 추진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분주해지고 있다.

29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NCC 구조조정 추진이 진전을 보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신용도를 향한 우려가 잦아들고 있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산업통상부에 지난 19일 NCC 구조조정을 위한 사업재편안을 제출했다.

그 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 22일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든 기업들이 정부가 제시한 기한 내에 사업재편안을 제출하면서 구조개편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며 “제출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설비감축 목표인 270만~370만 톤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내년 1분기까지 최종 사업재편안을 마련하면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를 통해 승인 절차를 거친 뒤 금융, 세제 등 규제 완화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금융권에서도 산업부의 움직임에 맞춰 석유화학 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조적 불황에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석유화학 기업들로서는 재무적으로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우호적 업황에 따라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2025년에 하향되거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부여되어 있다”며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정책 지원이 나타나면서 신용등급 하향 압력은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지게 될 부담은 만만치 않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제출한 사업재편안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되지 않았으나 16개 기업이 제출한 사업재편안에 따른 NCC 생산량 감축 규모는 모두 343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국내 전체 NCC 생산량의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LG화학은 여수산업단지에서 연산 120만 톤에 이르는 1공장을 닫는 방안을, 롯데케미칼은 대산산업단지에서 연산 110만 톤 규모의 공장을 닫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두 기업의 감축량만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 전체의 감축 규모에서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셈이다.
 
[2025결산/석유화학] LG화학·롯데케미칼 구조조정 첫발, 정부도 지원책 마련 분주

▲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의 모습.


산업부는 석유화학 기업의 사업재편안 제출에 발맞춰 ‘화학산업 혁신 얼라이언스’를 출범하는 등 업계 지원을 위한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내년까지도 국내 석유화학 산업 업황이 호전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지속적으로 사업재편을 추진하기 위해 적기에 재정 측면에서의 지원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2028년까지 NCC 증설을 이어가는 등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 석유화학 업계가 처한 구조적 위기는 내년 중에 호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의 지속적 추진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 연구개발 지원도 중요하지만 재정적 지원이 빠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지난 2일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석유화학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근거는 마련된 상태다.

석유화학 특별법에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에 사업재편 계획의 수립 및 이행을 위한 필요 최소한의 정보교환 허용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 산업부 장관이 공정거래위원회 동의를 거쳐 사업재편 승인기업의 공동행위를 승인 △사업재편 계획에 따라 기업결합을 할 때 기업결합 심사기간의 단축 등 내용이 담겼다.

석유화학 업계에서 당장 목소리를 높이는 전기요금 감면과 같은 내용은 다른 산업과 형평을 고려해 특별법에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부는 전력산업기금을 감면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석유화학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지원책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에서 “올해가 성공적 구조개편을 위한 전략을 준비한 해였다면 내년은 구조개편의 성패를 좌우하는 추진의 해가 될 것”이라며 “석유화학산업 생태계를 위한 종합 지원대책을 내년 상반기 중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