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본격 검토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 계획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서정진 회장은 여러 차례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주장해왔고, 제도만 마련되면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8일 기획재정부·산업통상부·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이번 주 안으로 지주회사 및 금산분리와 관련한 규제 변경 방안을 발표한다.
이번 발표에는 CVC의 외부 자금 조달, 공동 운용사 설립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최근 “CVC, 특수목적법인(SPC) 규제 등 전략산업 투자를 막는 규제 완화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언급했다.
서 회장은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앞서 9월 열린 국민성장펀드 보고회에서 금산분리 제도 완화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며, 기업에게 공동 일반출자자(GP)만 허용돼도 “현재 셀트리온이 운용하는 펀드 규모를 1조 원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2024년 초 세계 최대 규모 헬스케어 콘퍼런스인 JP모간 콘퍼런스에서 서 회장은 헬스케어 분야 펀드를 10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투자 확대 의지도 구체적이다. 2024년 초 세계 최대 규모 헬스케어 콘퍼런스인 JP모간 콘퍼런스에서 서 회장은 헬스케어 분야 펀드를 10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규제 탓인지 이 같은 계획은 아직 실행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다. 서 회장은 2001년 말 넥솔창업투자를 설립했으나, 2010년 셀트리온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이를 정리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사 소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었다.
2022년 법 개정으로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지만,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자회사 형태여야 하고 부채비율 200% 이내, 펀드 내 외부 자금 비중 40% 제한 등 까다로운 요건으로 인해 스타트업 투자를 제약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셀트리온이 아직까지 CVC 설립하지 않고 미래에셋과 공동 조성한 펀드 및 자체 지분 투자를 통해 자금을 운용(올해 9월 말 기준 장부가액약 1170억 원)하고 있는 이유도 이 같은 규제 환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CVC는 인수합병(M&A) 후보군 발굴 등 전략적 목적이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모기업의 성장 전략과 직결된다. 특히 바이오업계에서는 신약 파이프라인 경쟁이 치열해 유망 기술을 가진 기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M&A가 빈번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어떤 기업을 얼마에 사들이느냐가 바이오산업 트렌드를 읽는 척도로 여겨진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 역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강화하며 기술 제휴, 공동개발, 지분 투자 등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를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M&A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월 간담회에서 서 회장은 “현재 셀트리온홀딩스가 M&A를 추진 중이며 연내 결론이 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유망 바이오기업을 발굴해 직접 편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CVC 설립이 본격화될 가능성에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