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외이사 절반 교체, 권한 막강해진 이사회에 친정부·대주주 추천 인사 대거 진입할지 주목

▲ KT가 전체 사외이사 8명 중 절반인 4명의 교체를 위한 공모 절차를 시작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영섭 KT 사장, 김성철 고려대 교수, 조승아 서울대 교수, (뒷줄 왼쪽부터) 이승훈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 이사, 윤종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근고문,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곽우영 전 현대차 차량 IT개발센터 센터장, 최양희 한림대 총장,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 등 10명의 현 KT 이사회 구성원. < KT >

[비즈니스포스트] KT가 전체 사외이사 8명 가운데 4명 절반을 교체하는 공모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사회의 권한이 강화된 만큼 이번 교체는 향후 KT의 경영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킹 사고로 어느 때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가운데 정부나 대주주와 연관된 인사가 새롭게 이사회에 합류할지 관심이 쏠린다.

3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4명을 대상으로 신규 선임 절차에 들어갔고, 올해 안에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위원회는 지난 11월26일까지 주주와 외부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사외이사 예비후보 접수를 받았으며, 인선자문단과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

이번 공모 대상은 전체 사외이사 8명 중 절반인 4명의 후임이다. 

임기 만료를 앞둔 인사는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 이사 △윤종수 김앤장 상근고문 △조승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이다. 신임 사외이사는 미래기술, ESG, 회계, 경영 등 4가지 전문 분야에서 선임된다.

앞서 KT는 올해 3월에도 임기가 만료된 기존 4명의 사외이사 공모를 진행했으나, 당시에는 1명의 교체도 없이 모두 재선임되며 기존 구성원을 유지했다.

당시 △곽우영 현대자동차 차량 IT개발센터 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이승훈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은 임기를 2028년 3월까지 3년 더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이 하반기 연임을 준비하며, 대표 선임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사회 내 우호 세력을 유지하려 했다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KT 대표이사 사장은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된다.

그러나 8월 발생한 해킹 사고를 계기로 김 사장이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이번 공모에서는 기존 사외이사들의 연임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양희 이사와 윤종수 이사는 각각 박근혜 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명박 정부 환경부 차관 출신으로,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현 정부와 정책 방향이 유사한 인사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두 이사의 후임 자리에는 정부 친화적 역량을 갖춘 관료 출신이나 전문가가 선임돼 새롭게 이사회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주주인 현대자동차그룹도 이번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현재 사외이사 8명 중 곽우영 이사와 조승아 이사는 현대차그룹 추천으로 이사회에 들어와 있다. 

현대차그룹이 조승아 이사 후임으로 새 후보를 추천해 이사회 내 기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할지 관심이 모인다.

현대차그룹은 KT와 모빌리티, 통신 연계 사업에서 협력 폭을 넓혀온 만큼 이사회 내 우군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T 사외이사 절반 교체, 권한 막강해진 이사회에 친정부·대주주 추천 인사 대거 진입할지 주목

▲ 강화된 KT 이사회 권한과 해킹 사고 이후 새로 선임될 KT 사외이사의 전문성이 한층 더 요구되는 상황에서 정부·대주주와 연계된 인사가 사외이사로 합류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연합뉴스>

이번 사외이사 교체는 KT의 권한이 강화된 이사회 구도와도 맞물려 있다. 

KT 이사회는 최근 임원 임명·면직, 조직개편 관련 사항 등을 이사회 사전 심의·의결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내부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이사회가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을 넘어 경영 자체에 관여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이번 사외이사 개편의 의미는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다라 KT가 이번 공모를 통해 이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할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해킹 사고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이사진을 선임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KT 새노조는 최근 성명을 통해 “통신·IT 전문가, 소비자·시민사회 대표, 노동이사 등으로 구성 다양화를 이루어 이사회 내 상호 견제와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치적 성향으로 가르기보다 통신 본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