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실 대상 국감은 '전쟁터'였다. 몸싸움 소동까지 벌어질 정도였다. 

국민의힘 쪽은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 한미 관세협상, 이재명 대통령의 예능방송 출연을 두고 그야말로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우상호 정무수석은 차분하면서도 확실한 답변 태도로 야당의 공세에 적절히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은 먼저 김현지 실장에 화력을 집중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우상호 정무수석에게 “금년 국감이 정말 김현지로 시작해 가지고 김현지로 끝나는 것 같다”며 “정무수석께서 언론에 김현지 출석 100% 장담한다고 하셨다가 말이 갑자기 바뀌셨다”고 몰아세웠다.

이에 우 수석은 김 부속실장의 국감 출석에 대한 입장이 바뀐 적이 없으며 대통령 일정 수행을 이유로 국회에 오전 출석을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불출석하게 된 것이라고 맞받았다.

우 수석은 “사실은 부속실장이라 (국감) 출석 의무가 없지만 오전 중이라도 출석을 하려고 했는데 국회에서 거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김 부속실장에 대한 여러 의혹을 열거했지만 우 수석의 노련한 답변에 별다른 반박을 하지 못했다.

박 의원은 “오늘 회의는 거의 11시쯤 시작했고 11시45분에 첫 질의가 있었다”며 “의도는 뻔하지 않나, (김 부속실장이 오전에) 나왔는데 질의를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우 수석은 “(김 부속실장이) 나와서 해명하려고 하는데 (국민의힘이) 못 나오게 하셨지 않았나”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3시간이면 저도 국회의원을 네 번 해봤는데 위원님 개개인에게 준 질의 7분 시간에 충분히 의혹을 해명할 수 있었다”고 맞받았다.

우 수석이 이어 “(김 부속실장이) 출석하려고 노력했던 것은 다 아시는 사실”이라고 하자, 박 의원도 “대통령실에서는 억울하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 비서실장도 김 부속실장 논란을 두고 “제 입장에서는 50명의 비서관 중의 1명일 뿐인데 너무 과도하게 공격받고 있는데 (야당이 제기한) 경기동부연합, 그리고 300억 선거자금 관련 의혹, 김용 위증교사 관여 의혹은 지난 정부에서 조사할 만큼 했다”고 말했다.

강 비서실장은 한미 관세협상이 잘 된 협상이 아니라는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도 차분한 대응으로 맞섰다.

박 의원은 “EU는 1조3천억 불을 민간이 투자하는 방식이고 일본은 5500억 불을 정부가 투자한다”며 “한국은 기업도 투자하고 정부도 투자하는 방식인데 일본은 정부가 투자하는 것으로 막았고 EU는 민간기업이 투자하는 것으로 막았는데 왜 우리는 정부 민간 다 끌려들었갔나”고 따져 물었다.

이에 강 비서실장은 “우리의 합의 방식은 일본과 EU와는 다른 의미에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공간이 열렸다”며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미국에 진출하려고 하는 기업들이 많고 그 기업들에 필요한 것들에 대한 투자를 정부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정책실장도 미국이 우리 정부에 일본식 관세협상 모델로 합의할 것을 요구했지만 이를 방어했다며 힘을 보탰다.

김 정책실장은 “미국이 일본 모델을 우리 쪽에 권유를 한 것이고 (대미투자액 규모도) 8월 초에 미국의 입장이 바뀌어서 3개월 동안 협상을 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정책실장은 김남근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대미투자가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에만 투자된다는 내용이 한미 관세협상 양해각서(MOU) 제1항에 담길 것이라고 밝히면서 투자금 회수에 대한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이 대통령의 예능 출연을 놓고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강 비서실장은 이 대통령이 이틀 동안 회의 주재도 않았다는 야당 쪽 주장을 두고 “행안부 장관의 최초 지시부터 국무총리 주재 상황판단회의, 또 위기상황대응본부까지 걸린 시간이 3시간”이라며 “대통령님이 비행기에서 내려서부터는 사실상 실시간으로 국무위원들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고 내용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문금주 민주당 의원도 질의 과정에서 야당이 이번 사건을 이태원 참사에 견주는 것을 두고 “이태원 참사는 최초 압사 위험신고 7시간30분 뒤 국무총리 주재 긴급대책회의가 열리게 되는데 이재명 정부는 화재 발생 10분 만에 소방력이 도착해 화재 진압을 시작했고 40분 만에 장관에게 보고가 되며 긴급대응에 돌입했다”면서 대통령실을 거들었다. 
 
한편 이날 국회 운영위 국감은 의사진행 발언 과정에서 채현일 민주당 의원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으로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회의가 잠시 정회되기도 했다.

채 의원이 국회 운영위원인 주진우 의원을 두고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대한 국감이 이뤄져야 하는데 주 의원의 참석은 ‘이해충돌’이라 주장했다. 이에 주 의원은 신상발언을 신청해 자신이 김 부속실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입틀막’을 한다고 반박했다.

여야 의원들의 설전이 진정되지 않자 김병기 운영위원장이 이날 오전 10시59분께 정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기헌 민주당 의원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배치기’를 하며 부딪히는 장면이 연출되며 여야의 충돌은 더욱 거세졌다.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정회 뒤 30여 분 만에 재개된 국감에서 국회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과 이기헌 의원의 입장을 듣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