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저널] 원익그룹 무역회사에서 출발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로, 이용한 삼성전자와 한몸이었다

▲ 2021년 1월4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2번째)과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왼쪽 3번째)이 시스템반도체 생산설비 반입식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삼성전자> 

[씨저널] 2021년 1월4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설비 반입식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제막식 줄을 맞잡았다.

당시 이용한 회장과 이재용 회장 곁에는 원익그룹이 자체 생산한 반도체 화학기상증착장비(CVD)가 놓여 있었다.

삼성전자와 원익의 끈끈한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원익의 성장 과정에서 삼성전자를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두 회사는 밀접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원익의 협력관계를 원청과 하청의 모범사례로 꼽기도 한다.

이용한 회장은 삼성전자와 어떻게 인연을 맺고 성장해 왔을까.

◆ 무역회사에서 반도체용 석영 제조사업 진출과 국산화 성공

1981년 이용한 회장은 무역회사 원익통상을 설립하며 원익그룹의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그는 27세의 젊은 창업자로서 의료기기, 산업용 원료, 조명기기 등을 취급하는 무역업을 시작했다. 

작은 무역회사였던 원익통상이 오늘날 자산총액 5조 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하는 여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도체와 소재 분야에서의 과감한 전환과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협력관계가 원익그룹 성장의 원동력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원익그룹의 첫 번째 변곡점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용한 회장은 무역업 중심의 원익통상에서 벗어나 반도체용 석영(쿼츠) 제조사인 한국큐엠이를 인수하며 제조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석영용기는 반도체 웨이퍼를 보호하는 핵심 장비 부품으로, 당시 국내 반도체 산업은 대부분의 소재를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본격 착수했으나 소재 국산화가 늦어져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이에 원익그룹은 국산 석영용기 개발에 전념하며 원익큐엠이(현재 원익석영)를 1997년 코스닥에 상장하기까지 이르렀다. 이 성공은 삼성전자와의 첫 번째 인연이었다.

이용한 회장은 국산화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회사 분할 전략을 통해 원익그룹의 사업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1998년에는 원익통상이 한국큐엠이를 흡수합병하고 회사 이름을 원익으로 바꾸면서 그룹의 지배구조 정비에 나섰다. 그 뒤 IPS, 아토 등 반도체 전공정 장비 기업까지 품에 안으며 반도체 장비시장으로 본격 진출했다. 

특히 2010년 반도체장비업체 IPS와 아토를 합병해 원익IPS를 출범시키며 반도체장비 분야에서 핵심 기업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 삼성전자와의 협력, 한몸 같은 동행의 시작

원익그룹의 또 다른 변곡점은 2000년대부터 심화된 삼성전자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다. 

이용한 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절대적인 협력사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0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특별상을 수상할 정도로 반도체 소재와 장비 국산화에 기여한 공로가 컸다. 

삼성전자가 원익IPS의 연구개발과 경영 부문에 깊이 관여하며 이른바 ‘바늘과 실’ 같은 관계로 불릴 정도로 상호 의존적 협력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와의 협업은 단순 납품 수준을 뛰어넘어 신기술 개발과 현장 맞춤형 서비스까지 이뤄졌다. 원익IPS의 원자층증착(ALD) 장비 양산 성공과 플라즈마 화학기상 증착(PECVD) 장비 개발 같은 성과는 삼성전자와의 공동 연구개발 덕분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익IPS는 국내 굴지의 반도체 장비 공급업체로 자리 잡으며 미국, 유럽, 중국 등 글로벌 시장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미주센터’를 개소해 현지화 전략을 펼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 끊임없는 M&A와 사업 다각화

원익그룹의 성장 비결은 사업 다각화와 인수합병 전략에 있다. 

이용한 회장은 신원종합개발, 원익큐브, 원익머트리얼즈, 원익피앤이 등 다양한 계열사를 인수 또는 설립했다. 

특히 2차전지 후공정 업체 피앤이솔루션 인수를 통한 2차전지 사업 진출은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성장해 온 원익그룹은 반도체 장비와 소재에 이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

원익그룹이 무역 소규모 업체에서 국내외 반도체·소재·장비 분야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이용한 회장의 승부사 기질과 삼성과의 특별한 협력이 큰 몫을 했다. 

이용한 회장이 일궈낸 ‘무역에서 반도체 장비까지’의 여정이 앞으로 다시 한 번 도약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