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대규모 부실을 털어낸 뒤 내재했던 신용등급 하락 우려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표는 현대건설 신용도 평가에서 강점으로 분류된 수주 경쟁력을 연초부터 ‘릴레이’ 수주로 입증하고 있다. 다만 미착공 사업장과 관련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역량 확보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현대건설 신용등급 하락 우려 벗어나, 이한우 수주 좋지만 PF관리 무거워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


19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20일 모두 15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현대건설은 2년물 600억 원, 3년물 700억 원, 5년물 200억 원 등 15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모두 합쳐 최대 3천억 원까지 증액을 검토한다. 오는 27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현대건설은 이번 회사채 발행금액을 2월로 만기가 돌아오는 3300억 원 규모의 채무 등에 대응하기 위해 모두 사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번 회사채 발행 앞두고 진행된 신용평가사 평가에서 일각에서 제기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지운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17일 현대건설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을 ‘AA-/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실적발표에서 알린 빅배스(big bath, 대규모 손실 처리) 결정 이후 조달금리 등 재무에 영향을 미치는 신용등급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받았다.

한신평은 1월22일 현대건설 실적발표 당일 의견보고서를 내고 현대건설의 실적, 재무, 사업경쟁력 등을 고려해 향후 신용등급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불확실성도 현대건설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았다.

현대엔지니어링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한기평은 실적발표 당일 현대엔지니어링 기업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한신평과 한기평이 이번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현대건설 신용등급 평가를 유지한 근거로 견고한 수주경쟁력을 첫손에 꼽았는데 이 대표는 대규모 수주 소식을 잇달아 전하면서 숫자로 이를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최근 1조 원이 넘는 두 건의 복합개발사업 시공 계약을 따내면서 단번에 2조8천억 원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13일 1조1878억 원 규모의 ‘서울역 밀레니엄힐튼호텔 부지 개발사업 및 철거공사’, 같은 달 18일 1조6267억 원 규모의 ‘가양동 CJ부지 업무복합시설 신축공사’ 계약을 각각 시행사와 체결했다.

다양한 복합개발사업에 투자자 형태로 참여해 온 현대건설의 예정된 수주로 볼 수 있지만 꾸준히 대형 공사로 수주 곳간을 채워가는 데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측면으로도 해석된다.

현대건설은 연면적이 51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업무복합단지인 복정역세권 개발사업을 비롯해 여러 준자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복정역세권 개발사업은 전체 사업비가 12조 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추가 대규모 수주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은 해외에서도 연초부터 그간 인정받아 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규수주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이 해외사업장의 대규모 부실을 털어낸 뒤 해외사업 공정관리 및 신규수주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평가를 받은 상황에서 이 대표에게는 의미 있는 행보로 읽힌다.

현대건설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전력청(SEC)이 발주한 두 건의 태양광 발전 연계 380kV(킬로볼트)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사우디 메디나 및 젯다 지역에 각각 송전설로를 구축하는 공사로 계약금액은 모두 5125억 원(약 3억 8900만 달러) 규모다.

이번 프로젝트 시공사 선정은 발주처가 초청한 일부 기업의 경쟁입찰을 통해 이뤄졌다.
 
현대건설 신용등급 하락 우려 벗어나, 이한우 수주 좋지만 PF관리 무거워

▲ 현대건설이 과거 수행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380㎸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 <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입찰 과정에서 이뤄진 대규모 부실털기 작업에도 이상 없이 프로젝트를 따내며 지난해 사우디 전력망 사업 진출 이래 역대 최대인 1조 원 규모 ‘사우디 리야드-쿠드미 500㎸(킬로볼트) 초고압직류(HVDC) 송전선로 건설공사’ 수주에 이어 사업역량과 기술력의 우수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 대표는 PF 관리 역량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은 연대보증, 자금보충을 비롯한 신용공여를 제공하면서 다수의 개발사업을 진행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쌓인 PF 보증 규모는 면밀한 관리가 필요한 수준으로 여겨진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지난해 말 별도기준 도급사업 PF 보증 규모는 5조6천억 원이고 이 가운데 본PF 전환 여부에 따라 재무안정성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을 품은 미착공 현장 비중은 80% 안팎으로 추산된다.

미착공 사업장 가운데 97%가량이 서울에 위치한다는 점,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 본PF 전환에 힘입어 브릿지론 보증규모가 1년 전 4조2천억 원에서 1조7천억 원 수준까지 축소됐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미착공 사업장의 70%가량이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 등 현재 부동산 시장 여건이 악화한 비주택 물량으로 이라는 점이 불안 요소라는 시각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건설의 PF 관련 사항을 관찰해야 한다며 “미착공 현장의 상당 부분이 수급 여건이 비주택으로 구성된 점은 향후 분양위험 측면에서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비우호적 외부여건이나 금융비용 누적 등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개발이 지연되거나 분양실적이 부진하면 PF 우발채무 및 공사대금 미회수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신설된 PF 관리 전담 조직을 활용해 리스크 축소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분기 관리체계 구축을 목표로 ‘PF 리스크관리 협의체’를 꾸렸다.

현대건설의 새 협의체를 통해 자체 PF 운영 정책을 제·개정하는 등 기준을 정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설 조직은 책임준공을 포함한 신용공여, 지분투자 등 총 한도 관리, 상품 및 지역별 위험 노출도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현대건설은 PF 관리체계 및 운영정책, 연간 운영한도 및 분기별 관리현황을 이사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기로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효율적 금융자원 배분 및 리스크 대응을 위해 PF 운영기준과 의사결정 과정을 재정립하고 PF 관리 현황에 관한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기업가치와 신뢰도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