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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2.0 재계 희비] SK 최태원, 트럼프 시대 대격변 맞아 AI로 도약 정조준](https://admin.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2/20250205153737_163990.jpg)
▲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왼쪽)가 2025년 2월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 서울에서 회동을 마친 뒤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SK그룹은 반도체, 배터리 등 미국 정부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기조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과 다방면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SK그룹의 생존법을 찾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본격화하면서, SK 주요 계열사들도 직접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자동차, 의약품 관세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SK하이닉스의 주요 반도체 수출국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3분기 미국에서 매출 9조7357억 원을 거뒀는데, 2024년 3분기에는 27조305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1년 만에 3배 가량 늘렸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45.4%에서 58.8%로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반도체 관세 부과가 현실화한다면 SK하이닉스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보편관세 효과 분석’이란 보고서에서 “한국과 중국 등에 10%의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반도체 수출 감소율은 시나리오에 따라 4.7~8.3%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온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 민감한 상황이다.
우선 미국이 중국 수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SK온은 원자재 조달 비용 상승을 피하기 어렵다. 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중단되면, SK온의 미국 내 배터리 사업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은 미국 주요 정관계, 경제계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소통 채널을 확대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 회장은 오는 19일부터 이틀동안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국내 20대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다. 미국 상‧하원 의원, 정부 고위 관계자 등을 만나 SK를 비롯한 한국 기업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부분을 홍보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SK그룹은 2024년 미국 정치권에 로비액으로만 559만 달러(약 80억3천만 원)를 쓰는 등 미국 내 사업을 강화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SK가 지출한 로비액은 삼성그룹(698억 달러) 다음으로 많았다.
![[트럼프2.0 재계 희비] SK 최태원, 트럼프 시대 대격변 맞아 AI로 도약 정조준](https://admin.businesspost.co.kr/news/photo/202501/20250113143549_35607.jpg)
▲ SKC가 올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전시한 반도체 유리기판 모습. < SKC >
미국 기업이 AI 산업에서 가장 뛰어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도 AI의 모든 분야를 자국 내에서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에 AI로 대체 불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미국 내 핵심 공급망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SKC는 반도체 유리기판에서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과 협력하고 있으며, SK엔무브가 보유한 액침냉각 기술도 AI 데이터센터 열관리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도 오는 3월 AI 에이전트 ‘에스터’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미국 기업, 트럼프 정부와 관계는 중요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서도 SK그룹 계열사들이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4일 스타게이트에 참여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AI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스타게이트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미국 오픈AI, 오라클이 합작사를 설립해 미국 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720조 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HBM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며, SK텔레콤도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SK엔무브의 액침냉각 기술도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기술이다.
최 회장은 SK가 가장 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1월19일 KBS 시사대담 프로 ‘일요진단’에 출연해 “세계 질서는 경기 종목이 바뀐 수준이다, 룰 세팅을 다시 해야 한다”며 “AI는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잘하겠다’가 아니라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문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