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 회장의 을사년 새해 진단은 같았지만 처방은 달랐다.
양종희·진옥동·함영주·임종룡 회장은 나란히 신년사에서 불확실성 확대로 올해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가장 선두에 내세운 경영전략은 밸류업과 내부통제, 내실성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2일 4대 금융 회장 신년사를 종합하면 각 그룹 수장은 모두 신년사를 시작하며 올해 시장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이 예상된다”고 말했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 경영환경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국가 내부적으로는 비상계엄 사태에서 비롯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해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외부적으로는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의 변수를 고려한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금융그룹별로 전면에 내세운 경영방침은 제각각이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시장 화두였던 밸류업 계획의 차질 없는 시행을 내세웠다.
그는 “KB금융은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고객과 시장에 변함없는 가치를 돌려드릴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주주환원 강화와 자본비율 관리,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제고와 함께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은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밸류업 계획을 이행해 ‘리딩금융’으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4대 금융 가운데 밸류업 계획의 가장 큰 수혜주로 꼽혔고 지난해 주가 상승률은 53%에 이르렀다.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순이익을 가장 많이 거둔 ‘리딩금융’으로서의 상징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졌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모두 내부통제 강화를 2025년 최우선 핵심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 원대 손실, 우리금융은 전임 회장 부당대출 및 지점 대리의 100억 횡령 등 금융사고를 겪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확립해 내부통제를 신한의 핵심 경쟁력으로 확고히 정착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임 회장은 2023년 취임 뒤 숱한 노력에도 꾸준히 여러 금융사고로 몸살을 앓은 만큼 조직의 끈기도 강조했다.
임 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직원 개인의 윤리의식 제고와 실천 의지와 윤리적 기업문화를 올바르게 정착하는 것”이라며 “기업문화가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중도에 절대 포기하지 않고, 중단 없이 긴 호흡으로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그룹의 외형성장과 더불어 내실을 다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최우선 과제는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자산 규모의 성장이나 포트폴리오 확장이 이뤄진 만큼 우리 내실과 역량도 함께 성장했는지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은 하나금융이 모든 금융업권에 이르는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은행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은 2023년 기준 하나은행 순이익이 그룹 전체 순이익을 웃돌 정도로 은행 의존도가 높았고 지난해도 9월 말 기준 은행 순이익 기여도가 86%대로 집계됐다.
4대 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KB금융은 60%, 신한은 78%로 집계됐고 보험사가 없고 증권사가 지난해에야 출범한 우리금융은 95%를 보였다.
이 밖에 신년사인 만큼 임직원을 독려하는 차원의 말도 많이 담겼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그룹 역사를 되짚으며 임직원 사기를 붇돋았고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건강경영'이란 키워드를 내놓기도 했다.
양 회장은 “시장과 고객에 주는 안정감 못지 않게 직원 건강과 심리적 안정도 중요해 올 한해는 어느 때보다 ‘건강경영’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모든 계열사 직원이 동등한 수준으로 건강에 대해서는 똑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을 개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년사인 만큼 한 마디로 명확하고 빠르게 경영방침을 전달할 수 있는 유명 격언이나 사자성어를 인용하는 흐름도 이어졌다.
임 회장은 꺾이지 않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강인한 끈기를 강조하며 ‘세한삼우(歲寒三友)’를 언급했다.
임 회장은 “겨울의 찬 바람 속에서도 변치 않고 강하게 자라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세한삼우’라고 한다”며 “이 세 가지는 한겨울에도 푸르름과 자태를 잃지 않고 우리에게 꺾이지 않는 강인한 끈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키케로의 말을 인용해 “의무를 다하는데 인생의 모든 훌륭함이, 의무에 소홀한 데에 인생의 모든 추함이 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2025년 경영슬로건으로 ‘고객중심 일류신한 후마니타스, 코무니타스’를 내세웠는데 인간으로서 당연한 의무(후마니타스)를 다해 공동체(코무니타스) 발전을 이끄는 훌륭한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다.
함 회장은 아프리카 가젤과 사자를 예로 들며 생존을 위한 절박한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아프리카에 아침이 오면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늦게 뛰면 잡아먹힌다는 것을 알기에 사력을 다해 뛰고 사자도 가장 느린 가젤보다 빨리 뛰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뛴다”며 “금융시장에도 아침은 온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
양종희·진옥동·함영주·임종룡 회장은 나란히 신년사에서 불확실성 확대로 올해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가장 선두에 내세운 경영전략은 밸류업과 내부통제, 내실성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2일 4대 금융 회장 신년사를 종합하면 각 그룹 수장은 모두 신년사를 시작하며 올해 시장 환경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과 격변이 예상된다”고 말했고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도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 경영환경이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국가 내부적으로는 비상계엄 사태에서 비롯한 정치적 불확실성에 더해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외부적으로는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의 변수를 고려한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금융그룹별로 전면에 내세운 경영방침은 제각각이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시장 화두였던 밸류업 계획의 차질 없는 시행을 내세웠다.
그는 “KB금융은 어떠한 환경 변화에도 고객과 시장에 변함없는 가치를 돌려드릴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주주환원 강화와 자본비율 관리,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 제고와 함께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활동은 흔들림 없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밸류업 계획을 이행해 ‘리딩금융’으로서 입지를 굳히겠다는 의지를 다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4대 금융 가운데 밸류업 계획의 가장 큰 수혜주로 꼽혔고 지난해 주가 상승률은 53%에 이르렀다. 국내 금융그룹 가운데 순이익을 가장 많이 거둔 ‘리딩금융’으로서의 상징성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졌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모두 내부통제 강화를 2025년 최우선 핵심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신한금융은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 원대 손실, 우리금융은 전임 회장 부당대출 및 지점 대리의 100억 횡령 등 금융사고를 겪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확립해 내부통제를 신한의 핵심 경쟁력으로 확고히 정착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임 회장은 2023년 취임 뒤 숱한 노력에도 꾸준히 여러 금융사고로 몸살을 앓은 만큼 조직의 끈기도 강조했다.
임 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임직원 개인의 윤리의식 제고와 실천 의지와 윤리적 기업문화를 올바르게 정착하는 것”이라며 “기업문화가 단기간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중도에 절대 포기하지 않고, 중단 없이 긴 호흡으로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그룹의 외형성장과 더불어 내실을 다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그는 “최우선 과제는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자산 규모의 성장이나 포트폴리오 확장이 이뤄진 만큼 우리 내실과 역량도 함께 성장했는지 냉정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은 하나금융이 모든 금융업권에 이르는 계열사를 두고 있지만 은행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고민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 4대 금융그룹은 제각기 다른 경영방침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하나금융은 2023년 기준 하나은행 순이익이 그룹 전체 순이익을 웃돌 정도로 은행 의존도가 높았고 지난해도 9월 말 기준 은행 순이익 기여도가 86%대로 집계됐다.
4대 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KB금융은 60%, 신한은 78%로 집계됐고 보험사가 없고 증권사가 지난해에야 출범한 우리금융은 95%를 보였다.
이 밖에 신년사인 만큼 임직원을 독려하는 차원의 말도 많이 담겼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그룹 역사를 되짚으며 임직원 사기를 붇돋았고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건강경영'이란 키워드를 내놓기도 했다.
양 회장은 “시장과 고객에 주는 안정감 못지 않게 직원 건강과 심리적 안정도 중요해 올 한해는 어느 때보다 ‘건강경영’에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모든 계열사 직원이 동등한 수준으로 건강에 대해서는 똑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을 개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년사인 만큼 한 마디로 명확하고 빠르게 경영방침을 전달할 수 있는 유명 격언이나 사자성어를 인용하는 흐름도 이어졌다.
임 회장은 꺾이지 않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강인한 끈기를 강조하며 ‘세한삼우(歲寒三友)’를 언급했다.
임 회장은 “겨울의 찬 바람 속에서도 변치 않고 강하게 자라는 소나무, 대나무, 매화나무를 ‘세한삼우’라고 한다”며 “이 세 가지는 한겨울에도 푸르름과 자태를 잃지 않고 우리에게 꺾이지 않는 강인한 끈기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키케로의 말을 인용해 “의무를 다하는데 인생의 모든 훌륭함이, 의무에 소홀한 데에 인생의 모든 추함이 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2025년 경영슬로건으로 ‘고객중심 일류신한 후마니타스, 코무니타스’를 내세웠는데 인간으로서 당연한 의무(후마니타스)를 다해 공동체(코무니타스) 발전을 이끄는 훌륭한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다.
함 회장은 아프리카 가젤과 사자를 예로 들며 생존을 위한 절박한 노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아프리카에 아침이 오면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늦게 뛰면 잡아먹힌다는 것을 알기에 사력을 다해 뛰고 사자도 가장 느린 가젤보다 빨리 뛰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것을 알기에 최선을 다해 뛴다”며 “금융시장에도 아침은 온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