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결산] K배터리 3사 미국공장 일정 줄줄이 밀려, 트럼프와 캐즘 '이중고'에 대비책 다급

▲ SK온과 포드 합작사 블루오벌SK의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 공장에 올해 11월 노동자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블루오벌SK >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한국 배터리 3사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부진에 다수의 미국 생산거점 가동 계획이 늦춰지거나 건설 속도를 조정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최대 투자 지역인 미국에서 전기차 지원 정책 축소를 예고한 트럼프 정부 출범까지 ‘이중고’를 맞이할 가능성도 제시돼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및 삼성SDI는 올해 다수의 미국 배터리 합작공장 가동 계획이 늦춰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미시간주에 건립하던 합작사 ‘얼티엄셀즈’의 배터리 공장 건설 속도를 늦추고 있다. 

GM이 해당 공장 지분 50%를 LG에너지솔루션에 매각하는 구속력 없는 합의를 체결시키면서 발을 빼는 모습도 보여줬다. 

SK온과 포드의 합작사 ‘블루오벌SK’는 켄터키주에 신설하고 있는 제2공장 양산 시점을 기존 2026년에서 무기한 연기했다. 

삼성SDI 또한 GM과 인디애나주에 추진하는 배터리 합작공장 가동 시점을 당초 예고보다 1년 늦춘 2027년으로 잡았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전기차 수요에 맞춰 미국 투자를 진행했지만 최근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속도를 조절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는 포드와 GM 및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 완성차 기업과 현대자동차, 혼다 등의 배터리 수요에 맞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다. 

바이든 정부가 친환경 제조업을 장려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2022년 시행하고 배터리 업체에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를 지원한 점도 투자 확대의 배경으로 꼽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려는 규모는 총 540억 달러(약 79조6천억 원)에 이른다. 공장 숫자로는 단독공장과 합작공장 합쳐서 15개로 파악된다.

한국 배터리 기업이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바이든 정부 친환경 정책에 화답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 전기차 캐즘으로 완성차기업의 생산 및 전동화 전환이 늦어지며 자연히 배터리 수요도 예상보다 줄어 투자 위축이 불가피해진 상황에 놓였다.

트럼프 차기 정부가 2025년 1월 들어서면 전기차 지원 정책도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유력해 건설을 서두른다 해도 공장 가동률을 높이기 어려워 수익성과 관련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24 결산] K배터리 3사 미국공장 일정 줄줄이 밀려, 트럼프와 캐즘 '이중고'에 대비책 다급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가운데)이 12월24일 호송차에 탑승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정부는 IRA를 수정할 수 있으며 특히 전기차 구매에 제공됐던 7500달러 세액공제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트럼프 정부 들어 세액공제 축소로 전기차 가격이 상승해 캐즘 현상이 좀 더 길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K배터리 3사로서는 전기차 캐즘 및 트럼프 당선 ‘이중고’에 당장 내년부터 현 상황에 대응할 대비책 마련이 중요해졌다.

SK온은 둔화된 미국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를 감안해 비용 절감 및 효율 극대화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및 포드 등 기존 고객과 파트너십 아래 새로운 프로그램 수주를 확보하는 동시에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부터 신규 수주 또한 추진 중이다. 

이에 더해 각형이나 리튬인산철(LFP) 등 배터리 폼팩터 및 케미스트리 다각화를 통해 고객 대응 능력을 높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지역에서 신규 증설 규모의 축소 및 상황에 맞는 속도 조절로 배터리 과잉 생산을 막고 투자 손실을 줄여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에 더해 차세대 전기차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신규 원통형 제품 공급을 늘릴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 및 리비안과 각각 수조 원 대의 원통형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는 다른 업체와 비교해 미국 투자를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어 전기차 둔화에 따른 가동 연기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SDI는 내년 미국 투자를 오히려 늘리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스텔란티스와 합작사 ‘스타플러스에너지’가 신설한 인디애나주 배터리 공장도 2025년 1분기로 잡았던 가동 시점을 소폭 앞당겨 최근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했다. 

결국 한국 배터리3사는 전기차 캐즘과 트럼프 불확실성 이중고에 비용구조를 바꾸고 고객사 및 제품을 다각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며 미국 시장 공략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청장은 블룸버그를 통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소비 시장”이라며 “트럼프 차기 정부가 출범한다 해도 한국 배터리 기업에게 이런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