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표산업의 에스피네이처 부당지원 문제를 향한 검찰의 압박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대현 삼표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핵심인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면서 삼표그룹의 승계 작업에도 급제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삼표그룹 향한 검찰 수사 본격화, 정도원-정대현 승계 작업 급제동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4월9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삼표그룹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9일부터 10일까지 삼표그룹 본사, 에스피네이처 등 10여 곳을 공정거래법 위반과 횡령, 배임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삼표산업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레미콘 원자재 기업 에스피네이처에 약 75억 원의 부당이익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에 앞서 8월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삼표산업이 레미콘 원자재를 에스피네이처로부터 시세보다 비싼 가격으로 사들이는 등 부당지원을 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에스피네이처가 부당지원을 통해 얻은 이익금을 바탕으로 삼표와 삼표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지분율을 높였을 것으로 보고있다.

삼표산업과 에스피네이처에 내려진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은 모두 116억2천만 원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삼표산업 67억4700만 원, 에스피네이처 48억7300만 원이다.

에스피네이처가 삼표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중요한 기업으로 거론되는 까닭은 현재 오너 2세인 정 부회장이 72%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 회사이기 때문이다.

에스피네이처의 전신은 건설기계 대여 기업이었던 대원이다. 대원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개인회사였으나 2007년쯤 정 부회장을 비롯한 세 자녀들에게 대원의 지분이 넘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대원은 2013년 삼표그룹의 물류를 책임지던 자회사 삼표로지스틱스와의 합병을 발표하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합병이 마무리된 이후 기존의 대원은 대원과 신대원으로 나뉘었는데 대원은 삼표산업에 흡수되고 신대원은 그대로 남았다.
 
삼표그룹 향한 검찰 수사 본격화, 정도원-정대현 승계 작업 급제동

▲ 정대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부사장이 2018년 1월2일 강원도 삼척시 삼표시멘트 대강당에서 진행된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삼표시멘트>


삼표산업에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남은 신대원은 이후 정 부회장의 지배력 아래 놓였다. 그 뒤 삼표기초소재, 에스피네이처로 사명을 바꾼 뒤 그룹 승계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에스피네이처가 향후 삼표그룹의 지주회사가 되는 등의 방식으로 정 부회장의 승계에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바라본다.

에스피네이처는 2023년 삼표산업이 지주회사였던 삼표의 역합병을 앞두고 진행한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유한 삼표산업 지분율을 1.74%에서 17.21%로 늘렸다.

이후 2023년 7월 삼표산업의 삼표 인수가 진행면서 삼표와 삼표산업의 지분을 다량 보유했던 에스피네이처는 계열사임에도 역으로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역합병 이전 지주회사 삼표의 지분 보유 상황을 살펴보면 정 회장 65.99%, 정 부회장 11.34%, 에스피네이처 19.43%였다.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삼표는 삼표산업 지분을 82.78% 보유해 ‘총수일가-삼표-삼표산업-계열사’로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삼표만 보면 정 회장의 지분 65.99%와 정 부회장 및 에스피 네이처의 지분 30.77%는 차이가 35.22%포인트에 이를 정도로 격차가 컸다.

역합병이 마무리된 이후 삼표그룹의 지배구조는 기존 ‘총수일가-삼표-삼표산업-계열사’에서 ‘총수일가-삼표산업-계열사’로 단순화됐다. 

삼표산업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정 부회장 5.22%, 에스피네이처 18.23%로 지분율 합계가 23.45%로 역합병 전 삼표의 지분율 보다 줄기는 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지분율 또한 30.33%로 감소하면서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율 차이는 35.22%포인트에서 6.88%포인트로 급락했다.

이후 삼표산업이 2023년 12월13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을 실시하면서 지분율이 다시 바뀌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자기주식 38.25% △정 회장 25.94% △정 부회장 4.46% △에스피네이처 15.59%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율 차이는 5.89%포인트까지 줄었다.

결국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의 지주회사 보유 지분이 50%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을 피하면서도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지분 차이를 줄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에서 정 부회장으로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지분율 차이 감소가 필요하다.

구체적 방법을 놓고 재계에서는 삼표산업을 인적분할하거나 삼표산업을 에스피네이처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정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공정위와 검찰이 삼표산업 및 에스피네이처 관련 수사를 본격화하는 만큼 삼표산업을 인적분할하거나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방식을 통한 승계에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표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 절차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다”라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답변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