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가 국내외 게임 개발사와 배급(퍼블리싱) 계약을 확대하며, 자체 제작한 게임이 아니라 외부에서 가져온 신작 게임 서비스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다.

회사는 최근 사업구조 개혁 과정에서 자체 개발 신작 프로젝트를 상당수 정리했다. 이는 내부 개발력은 주요 게임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외부 개발사의 신작 게임으로 서비스 다양화를 추진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 게임 퍼블리싱 확대, 박병무 외부 신작으로 실적 반등 성공할까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가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11일 엔씨소프트는 국내 개발사 '미스틸게임즈'와 폴란드 게임 개발사 '버추얼알케미' 두 곳과 배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미스틸게임즈의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동시, 이 회사가 개발하고 있는 3인칭 슈팅 게임 ‘테이크타임’의 글로벌 서비스 권한을 확보했다.

테이크타임은 2023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게임쇼 지스타의 콘퍼런스 ‘G-CON’에서 티저 영상이 첫 공개됐으며,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버추얼알케미가 개발하고 있는 전략 역할수행게임(RPG) ‘밴드 오브 크루세이더’의 글로벌 판권도 확보했다. 이 게임은 지난 8월 13일 처음으로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됐으며, 출시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는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지역·장르·플랫폼 확장 등을 고려, 적극적으로 국내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새롭게 확보한 신규 IP를 통해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글로벌 이용자에 완성도 높은 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7월에는 스웨덴 개발사 문로버게임즈에 약 350만 달러(약 50억 원)의 초기 투자를 했고, 신작 슈팅 게임과 관련한 퍼블리싱 계약을 포함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월에도 국내 서브컬처 게임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 원을 투자해 16.8%의 지분을 인수하고, 액션 RPG '브레이커스' 글로벌 퍼블리싱 권한을 획득했다.

당시에도 박 대표는 "엔씨소프트가 보여줄 변화의 시작"이라며 "국내외 투자를 통해 올해 초 약속한 신규 IP 확보가 본격적 실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지난 9월엔 자사 게임 플랫폼 '퍼플'을 통해 일본 하드웨어·게임 개발사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의 대형 게임 4종의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같은 변화는 회사가 지난 몇 년 동안 리니지 지식재산(IP)을 활용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신작들 성과가 미미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2021년 5월 계열사 엔트리브의 MMORPG ‘트릭스터’ IP를 활용한 신작 MMORPG ‘트릭스터 M’의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출시 한 달 만에 이용자가 3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1년 8월 MMORPG '블레이드앤소울' IP를 바탕으로 한 신작 MMORPG '블레이드앤소울2'를 출시했다. 게임은 사전예약자 수가 746만 명이 몰리며 흥행 여부에 큰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회사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블레이드앤소울2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 현재 회사 모바일게임 매출 비중에서 3~4%를 차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게임 퍼블리싱 확대, 박병무 외부 신작으로 실적 반등 성공할까

▲ 엔씨소프트가 2024년 출시한 신작 4종. (왼쪽부터) 난투형 액션게임 '배틀크러쉬', 캐릭터 수집형 역할수행게임(RPG) '호연', 리니지 지식재산권(IP) 기반의 방치형 RPG '저니 오브 모나크',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쓰론 앤 리버티' 이미지. <엔씨소프트>


올해 출시한 4종의 신작도 흥행을 이어가지 못했다. 6월 27일 출시된 난투형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는 PC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에서 최대 2840명의 동시접속자를 기록한 후 계속해 하락세를 보였고, 결국 지난 11월29일 서비스가 종료됐다.

지난 8월28일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 IP 기반의 캐릭터 수집형 RPG '호연'은 흥행 부진으로 서비스 종료가 검토됐으나, 개발진이 축소된 채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게임즈가 글로벌 서비스를 맡은 MMORPG '쓰론 앤 리버티'는 10월 1일 글로벌 출시 이후 이용자가 계속해 감소하고 있다. 이 게임은 출시 초기 33만6천 명의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했지만, 현재는 7만 명 대로 이용자가 감소한 상태다.

지난 4일 자정 글로벌 출시한 리니지 IP 기반의 방치형 RPG '저니 오브 모나크'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5위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2위를 기록하며 긍정적 성과를 내고 있지만, 방치형 게임의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최근 고강도 경영 효율화 작업을 통해 상당수 내부 인력을 감축하고, 4개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특히 이번 조직 개편으로 신규 IP 개발을 전담해온 최문영 엔씨소프트 최고사업책임자(CBO)와 그의 산하 조직이 영향을 받았다.

최 CBO는 쓰론 앤 리버티와 일부 제작 유닛으로 구성된 신설 법인 퍼스트스파크 게임즈의 대표를 맡게 됐다. 그의 산하 조직이 담당했던 인터랙티브 게임 '프로젝트M', 샌드박스 게임 '미니버스', 캐주얼 게임 '도구리 어드벤처' 등의 신작 프로젝트도 전부 중단됐다.

또 엔씨소프트 내부에서 개발하던 루트슈터(RPG와 슈팅 게임 결합된 복합 장르) '프로젝트 LLL'과 실시간 전략(RTS) 게임 '택탄'도 각각 신설 법인 빅파이어 게임즈와 루디우스 게임즈로 이관됐다. 각 법인 대표는 배재현 엔씨소프트 부사장과 서민석 택탄 본부장이 맡았다.

이와 관련해 박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10월 전 사원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시장 경쟁력이 불확실한 프로젝트와 지원 기능이 종료 또는 축소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인력 감축이 동반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규 IP 개발은 독립 스튜디오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이온2, 리니지 IP 기반의 새 캐주얼 게임, SIE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호라이즌 시리즈' 기반의 MMORPG 등은 여전히 회사 내부 개발 조직에서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아이온2는 회사의 최대 기대작으로 평가되고 있는 만큼, 가장 많은 개발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개발비가 상승하고, 흥행작 제작이 어려워짐에 따라 많은 게임사들이 외부 개발사 투자와 퍼블리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같은 변화는 게임사들이 리스크를 분산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게임 업계의 투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게임 시장조사업체 DDM이 발간한 '2024년 3분기 게임투자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593건의 투자에 67억 달러(약 9조5957억 원)가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투자 건수는 13.4%(70건), 투자액은 91.4%(32억 달러) 증가했다. 

이는 2023년 680건의 투자 건수에 모두 45억 달러가 투자된 것보다 48.8% 많은 것이기도하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