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HBM 이어 낸드플래시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추격, 대용량 저전력 SSD로 도전장
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12-10 16: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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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마이크론이 대용량 저전력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신제품을 공개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장악한 낸드플래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진은 마이크론 미국 뉴욕 반도체 생산공장 렌더링 이미지. <마이크론>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 미국 마이크론이 대용량 저전력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이크론은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삼성전자보다 먼저 5세대 HBM3E 엔비디아 인증을 획득해 공급량을 늘리며 D램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을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추격의 고삐를 조이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eSSD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지만, 기술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0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02년 삼성전자가 1기가바이트(GB) 낸드플래시를 대량 생산한 이후 20년 넘게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관련 시장에서 최근 마이크론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최근 E3.S 폼팩터를 사용해 제작된 60테라바이트(TB)의 대용량 5세대 데이터센터용 e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제품 ‘6550 ION SSD’를 공개했다. 제품의 연속 읽기/쓰기 속도는 각각 1만2천MB/s와 5천MB/s로 이전 세대 제품과 비교해 179%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7월 E3.S로 제작한 60TB 용량의 eSSD ‘BM1743’의 연속 읽기/쓰기 속도는 각각 7200MB/s, 2천MB/s다. 마이크론 제품이 각각 60%, 40% 성능이 높다.
▲ 마이크론이 E3.S 폼팩터를 사용해 제작한 60테라바이트(TB) 대용량 5세대 데이터센터용 eSSD 제품 ‘6550 ION SSD’의 성능 테스트 결과. <마이크론>
마이크론에 따르면 이 제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가 시중에 출시한 eSSD보다 전력효율도 20% 가량 높다. AI 데이터센터가 방대한 전력을 사용하는 문제로, 서버에 탑재되는 반도체는 전력효율이 가장 큰 구매 기준이 되고 있다.
미국 IT매체 WCCF테크는 마이크론의 새로운 SSD를 탑재한 엔비디아의 매그넘IO GPU다이렉트스토리지(GDS)가 성능이 147% 향상됐고, 에너지 효율이 104% 늘었다고 보도했다.
AMD의 데이터센터 부사장인 라구 남비아는 “마이크론의 SSD 기술 혁신으로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능을 높이는 밀도 있고 에너지 효율적 솔루션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그룹(SK하이닉스+솔리다임)은 각각 35.2%와 20.6%의 매출 점유율로 1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eSSD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43.2%, SK그룹은 31.8% 점유율로 합산 점유율 75%에 달한다.
다만 마이크론 추격에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점차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직전 분기에 비해 점유율이 1.7%포인트 감소했고, SK그룹은 1.5%포인트 줄었다.
이에 비해 마이크론은 3분기 14.2% 점유율로 2분기보다 2.4%포인트 늘었다. 현재 시장 점유율 4위인 마이크론은 SK하이닉스가 4조 원가량을 투자한 3위 일본 키옥시아를 0.9%포인트 점유율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앞으로 낸드플래시 시장 싸움은 eSSD 경쟁으로 좁혀지고 있다. 올해 세계 eSSD 시장 규모는 116억 달러(약 16조5500억 원)으로 추정된다. AI의 최대 수혜 시장 가운데 하나인 HBM 시장 규모(141억 달러)의 82% 수준이다. 급격한 수요 증가로 올해 3분기 eSSD 제품의 평균판매단가(ASP)는 전분기보다 10%대 중반 수준으로 올랐다.
삼성전자는 3분기 낸드플래시 매출 가운데 SSD 매출 비중이 50%를 넘겼고, SK하이닉스 eSSD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0% 이상 성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고성능 eSSD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두 회사는 내년 2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서 나란히 새로운 eSSD 기술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여전히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며 “마이크론이 추격하고 있지만,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