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위기 대응 '골든 타임' 놓칠 판, 예산과 민생법안 민주당에 주도권

▲ 한국 경제가 위기 대응의 골든 타임을 놓칠지 기로에 서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문제을 놓고 대치상태에 빠진 가운데 경제와 민생을 위한 예산안과 각종 법안 처리가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 경제가 대외신인도 하락을 모면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지난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 이후 악화된 여론으로 지도부가 사퇴하는 등 혼란을 겪으면서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놓고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0일 가진 최고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예고하며 "신속한 예산안 처리가 현재의 불안과 위기를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해 증액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추후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경제 위기 대응 '골든 타임' 놓칠 판, 예산과 민생법안 민주당에 주도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청래, 김민석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는 정기국회 회기인 이날까지 우원식 국회의장이 2025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기한으로 정해둔 점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지난 2일 예산안 처리시한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여야를 향해 "민생경제를 안정시키고 취약계층에게 희망을 품게 할 예산안을 만드는 게 법정 기한을 지키는 것 못지않게 막중한 국회의 책임”이라며 “10일까지는 예산에 합의해달라"고 말했다.

예산안을 둔 여야 의견 대립은 정부가 임대주택과 고교무상교육, 지역화폐, 저소득층난방비 등 내년도 서민예산을 올해와 비교해 13조 원 삭감한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민주당이 대통령이 쌈짓돈처럼 쓸 수 있는 예비비와 대통령실과 검찰, 경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 등을 포함해 내용이 증명되지 않는 사항에 대해 4조 원을 삭감했다.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는 제출된 예산안에서 증액할 수는 없지만 삭감할 수는 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우 의장이 정한 시한까지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결국 협상이 결렬됐다.

여당은 정부예비비 1조5천억 원과 사정기관 특경비 500억 원 등을 복원하라고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검찰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또 정부 여당이 기존 민생예산을 복구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결국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기존 4조 원가량 감액한 예산안을 그대로 상정해 통과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시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데다 원내협상을 지휘할 추경호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이후 추경 협상을 기약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각종 민생 관련 법안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의 주도 분위기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가상화폐 과세 유예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상품 투자로 연간 일정 금액(주식 기준 5천만 원)이 넘는 양도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0~25%의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2025년 1월1일 시행되도록 돼 있어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현재 한국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투자유인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세제가 시행된다면 한국증시에 결정타를 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12월3일 윤 대통령이 비상게엄을 선포한 뒤 내란 피의자로 수사대상에 오르면서 한국의 정치안정성에 대한 해외투자자의 의구심이 높아졌다. 게엄 뒤 약 일주일간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로 돌아서면서 한국증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서는 성명서를 통해 미국으로 빠져나간 자금과 부동산에 잠긴 자금이 국내증시로 돌아오게 할 첫 단추는 금투세 폐지라고 지적했는데 탄핵 정국 속에서도 처리됐다.

이 외에도 처리가 시급하지만 탄핵 정국 속에서 논의가 멈춘 법안들이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예금자 보호한도를 기존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상향하는 예금자 보호법이 시급하게 처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한국 경제 위기 대응 '골든 타임' 놓칠 판, 예산과 민생법안 민주당에 주도권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 장관들과 긴급성명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큰틀에서는 합의를 봤지만 각론에서 마무리 논의를 서둘러 처리해야 할 법안들도 있다.

‘전력망 확충법’이 대표적이다.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를 보강해 늘어나는 수도권 데이터센터 전력수요와 2030년 가동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수요에 대응하자는 취지로 논의됐다. 여야간에 큰 이견이 없었으나 현재 논의가 멈춘 상태다.

또 반도체 특별법의 처리 필요성도 강조된다. 이 법은 국가 반도체 지원기구를 구성하고 반도체 기업에 세액공제 혹은 지원금을 제공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 한해 주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예외로 해주는 방안을 놓고 여야 간 입장차이가 있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각종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에 요청하고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명문을 내어 민생법안과 관련해서는 "경제 문제만큼은 여야와 관계없이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생관련 핵심법안의 논의를 위해 민주당에서는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0일 "여야정 3자의 비상경제 점검회의를 구성하자고 요청한다"며 "최소한 경제만큼은 함께 대안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정부는 여야정 3자 비상점검회의 협의체가 구성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