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주 코스맥스 대표이사 사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코스맥스>
하지만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정권 교체에 따른 관세 정책 등 외부 변수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코스맥스의 글로벌 확장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병주 코스맥스 대표이사 사장은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거점 다변화와 시장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며 전략적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9일 코스맥스의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이병주 사장은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다양한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맥스는 최근 열린 제61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연간 수출액 2억277만 달러(약 2868억 원)를 기록하며 국내 화장품 ODM 업계 최초로 ‘2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이는 2016년 ‘1억불 수출의 탑’ 수상 이후 8년 만의 성과로 글로벌 ODM 시장에서 코스맥스의 입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은 코스맥스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시장이 내수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 그리고 궈차오(애국 소비) 트렌드로 자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며 주력 수출 시장이 중국에서 북미로 옮겨가는 흐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3% 증가한 74억 달러(약 10조5872억 원)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수출액은 14억3천만 달러(약 2조463억 원)로 38.6%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반면 중국은 20억2천만 달러(약 2조8906억 원)로 9.1% 감소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시장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내년부터 시행될 미국 관세 정책이 코스맥스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은 수입품 전반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최대 60%의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을 공언해왔다. 트럼프 집권 1기(2017~2021년) 당시에는 자동차, 철강 등 국내 일부 수출품에 관세를 부과했으나 2기 정부에서는 모든 수출품에 관세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강경한 관세 정책을 예고함에 따라 중국을 주요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코스맥스의 미국 시장 가격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ODM 모델 특성상 관세 부담이 증가하면 고객사인 글로벌 브랜드가 주문량을 줄이는 등 추가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가성비를 앞세운 국내 중소 브랜드의 경우 가격 상승이 소비자 수요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코스맥스는 중국 상하이에 4곳, 광저우에 3곳의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A, B, C, D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광저우에서는 A, B 공장과 이센 합작법인을 포함해 3개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코스맥스의 중국 상하이법인 코스맥스차이나는 연간 8억4천만 개, 광저우법인 코스맥스광저우는 6억5천만 개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두 법인의 생산능력은 모두 15억 개에 달한다. 코스맥스의 전체 생산능력 29억 개의 절반가량을 중국법인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이병주 사장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거점 다변화와 시장 다각화를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생산 의존도를 줄이고 동남아시아 등으로 생산 기지를 분산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인건비가 비교적 낮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생산 및 유통망을 확장하며 관세 리스크를 완화하려는 전략적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코스맥스는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생산 공장을 한 곳씩 보유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각각 2억5천만 개, 1억300만 개로 파악됐다.
▲ 상하이에 위치한 코스맥스차이나 생산공장. <코스맥스>
이처럼 동남아시아 지역은 현재 국내와 중국에 비해 생산능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높은 성장률을 강조하며 향후 해당 지역에서 생산능력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동남아시아 지역은 2년 이상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높은 마진을 달성하고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올해 총매출 기준 인도네시아에서 전년 대비 25%, 태국시장에서는 4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맥스 관계자 역시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태국은 생산능력 확대와 관련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사항이 있으나 인도네시아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병주 사장은 이와 함께 신흥국으로 고객사를 확대하며 다가올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코스맥스에 따르면 현재 주요국뿐만 아니라 신흥국을 포함한 30여 개 나라에 국내 화장품을 공급하고 있다. 고객사를 통한 간접 수출까지 포함하면 코스맥스 제품은 100여 개국의 3300여 개 고객사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신흥국을 대상으로 한 임시조직(TF)을 가동해 중동, 남미, 인도, 아프리카 등 4개 지역으로 판로를 확대해왔다. 특히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예, 케냐, 멕시코 등에서 신규 고객사를 확보하며 K뷰티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코스맥스가 미국 현지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관세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고객사가 미국 공장에 생산을 의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코스맥스는 미국 뉴저지에 연간 2억7천만 개의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미국법인의 경우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및 중국 공장에 비해 생산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공장이 주요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맥스 관계자는 “고객사가 희망할 경우 미국 생산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있다”며 “다만 미국 공장의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아 기존 물량 전체를 미국으로 이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화장품에 추가적 관세가 부과된다 해도 화장품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해당 관세가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주 사장은 2014년 코스맥스의 해외법인인 코스맥스USA에 합류해 최고재무담당자(CFO) 및 최고운영담당자(COO)를 거쳐 2019년 대표에 선임됐다. 2021년에는 미국법인 총괄 대표를 맡았다.
2023년 코스맥스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이후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 누적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