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보이콧하며 여당 지위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탄핵소추안이 투표불성립으로 막히면서 정국은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에 따른 여야의 강대강 대치 국면이 지속되는 등 혼란이 거듭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윤석열 정권 유지에 조력, 내란 수사 후폭풍과 여론 악화 부담 커져

한동훈 대표가 7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긴급회동을 마친 뒤 국회 본청으로 돌아와 당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정국을 안정시키는 방안으로 책임총리제 임명과 대통령 2선 후퇴, 임기단축 개헌 추진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기득권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시각이 많다. 내란 혐의와 관련한 검찰과 경찰 수사의 후폭풍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불성립 이후 정국에 관한 다양한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전날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안을 부결시킨 뒤 안철수 의원을 비롯한 3인을 제외하고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투표 자체를 불성립시켰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야당 192명을 포함해 195명만이 참여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정한 탄핵소추안 부결을 확실하게 실현시키기 위해 단체행동을 벌인 셈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3일에 발생했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비합리적이고 위법적이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탄핵소추안을 부결시킨 배경에는 탄핵이 이뤄졌을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집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확정되면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국민의힘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임기단축 개헌을 비롯한 향후 정국안정 방안을 여당에 일임한다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나온 뒤에도 “대통령의 조기퇴진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를 두고 유리한 시점에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7일 뉴스IN에서 한 대표와 국민의힘의 움직임에 관해 “이대로 대통령이 탄핵돼 조기대선이 치러지면 대통령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가져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시간을 벌어놓은 뒤 공직선거법 재판으로 이 대표의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등 국민의힘이 유리한 시점에 윤 대통령이 내려가면 한 대표의 대선승리 길이 열린다고 보는 것”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김건희 특검법안까지 부결시키면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정국혼란을 막기 위해 탄핵소추안에 반대한다는 명분도 상당히 희석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건희 여사 수사까지 막음으로써 결국 탄핵 반대가 윤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냐는 국민들의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며 “향후 수많은 국민과 언론들의 질문에 대처할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투표불성립으로 탄핵소추안이 폐기된 뒤 국민의힘을 맹비난하며 다시 탄핵소추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동훈 윤석열 정권 유지에 조력, 내란 수사 후폭풍과 여론 악화 부담 커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된 뒤 국회에서 탄핵 촉구 및 국민의힘 규탄 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는 7일 국회 본회의가 끝난 직후 “국민의힘은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군사 반란, 내란 행위에 적극 가담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며 “결코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내란·군사반란 행위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를 즉각 재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즉시 임시국회를 소집해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는 오는 10일에 만료되는데 하루 뒤인 11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 최대한 빠르게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당 대표로서 탄핵소추안을 막았다는 국민적 비판을 가라앉히기 위한 정국 수습 방안을 빠르게 내놔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한 대표는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만나 향후 정국 운영 방향을 논의한 뒤 윤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는 책임총리제, 대통령 임기단축을 담은 개헌 등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전날 오후 11시경 "대통령 퇴진을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책임총리제는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총리가 대부분의 권한을 대행하고 당과 협의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책임총리제가 의미가 없다는 회의적 목소리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나온다.

한 대표의 수습책이 실제로 정국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을 설득해야 하는데다 한 대표와 국민의힘을 향한 국민 여론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동훈 윤석열 정권 유지에 조력, 내란 수사 후폭풍과 여론 악화 부담 커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던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핵가결 촉구 집회에 사람들이 모인 광경.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 생중계 화면 갈무리>


실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있었던 7일 국회 앞에는 경찰 추산 10만 명(주최측 추산 100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다.

박원석 전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12월3일 이후 국민들의 엄청난 혼란과 분노가 국민의힘에는 들리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한 대표가 지위를 잃진 않겠지만 야당과 국민을 어떻게 설득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도 “한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이 자기 진영의 이익을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만큼 국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광장에서 충돌까지 우려해야 될 정도의 국면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윤 대통령을 향한 내란죄 수사에 관한 압박도 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이 일제히 내란죄 수사에 나선 가운데 야권은 내란죄 수사를 위한 상설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상설특검 수사 요구안을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야권이 추진하는 상설특검이 출범하면 검찰과 경찰 등 기존 수사기관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하게 됨으로써 윤 대통령의 향후 거취에 또다른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대한변협에서도 내란죄와 관련한 특검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야권은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내란죄'를 저지른 만큼 구속수사 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탄핵소추안 투표 불성립 이후 이런 목소리에 힘이 실릴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