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 플라스틱 재활용 목표 축소, 국제플라스틱협약 무산 '일파만파'

▲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가 개최됐던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는 기업 코카콜라가 재활용 목표를 축소했다. 최근 한국에서 열렸던 국제플라스틱협약 최종 협상이 무산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코카콜라는 여러 기업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약 성안을 지원해오고 있던 터라 이번 기류는 다른 회사들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가디언을 비롯한 주요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국제플라스틱협약 최종 협상이 무산된 여파가 산업계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플라스틱협약은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 결의안 5/14를 근거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조약이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전주기에 걸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달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INC-5)가 최종 협상장이었는데 성안을 내지 못하고 지난 2일 종료됐다.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생산 감축목표에 관한 부분에서 각국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유럽연합(EU), 르완다, 페루, 파나마 등 100여 개국들은 감축에 찬성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란, 인도 등 국가들은 여기에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최종 협상 자리에서 각국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고 내년에 다시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코카콜라 플라스틱 재활용 목표 축소, 국제플라스틱협약 무산 '일파만파'

▲ 매대에 진열돼 있는 코카콜라 제품들. <연합뉴스>

국제플라스틱협약 정부간 협상위원회 회의가 종료되고 하루 뒤 3일(현지시각)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자사의 포장재 재활용 목표를 담은 자사 홈페이지 공지를 최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는 기업이다.

국제 환경단체 ‘BFPP(Break Free From Plastic)’가 2023년 전 세계에서 모은 플라스틱 폐기물 50만 점을 분류한 결과 코카콜라가 배출한 폐기물이 약 3만3천 점으로 가장 많았다. 9931점으로 2위로 기록된 네슬레보다 3배 이상 많았다.

BFPP 외에도 그린피스, 시에라클럽 등 환경단체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욕주 등 여러 지방 정부들은 코카콜라의 높은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을 들어 지난 몇 년 동안 관련 대응 강화를 요구해오고 있다.

이에 코카콜라는 2022년에 2030년까지 자사 제품 가운데 25%를 재활용 또는 회수가 가능한 유리 용기 등에 넣어서 판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명시한 웹페이지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었는데 최근 해당 페이지를 별도 안내없이 삭제한 것이다.

또 함께 게재해놨던 2030년까지 포장재에 재활용 원료 사용 비중을 50%까지 높이겠다던 계획안도 35%~40%로 축소 수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수정 사항과 관련된 문의에 베아 페레즈 코카콜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및 지속가능성과 전략적 파트너십 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우리는 장기적인 비즈니스 회복력을 구축하고 발전된 자발적 환경목표를 통해 운영할 수 있는 사회적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디언과 ESG다이브 등 외신들은 코카콜라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가 지지부진한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가디언은 코카콜라가 재활용 관련 공지를 삭제한 시점이 INC-5 개최 일정과 겹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코카콜라는 그동안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기업 참여자였다. 펩시, 네슬레, 유니레버 등 다른 플라스틱 생산 기업 250여 곳과 함께 비즈니스 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약 협상을 직접적으로 지원해왔다.

코카콜라가 주도하는 비즈니스 협의체는 강력한 국제플라스틱협약 성안을 촉구하는 ‘부산으로 가는 다리’ 선언에도 서명한 바 있다.

코카콜라의 태도 변화는 해당 협의체의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오염을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되는 행위라며 코카콜라의 행동을 비판했다.

맷 리틀존 ‘오시아나’ 전략 계획 수석 부사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코카콜라의 행동은 근시안적이고 무책임하다"며 "코카콜라의 새로운 정책으로 인해 향후 수십억 개가 넘는 일회용 플라스틱 병과 컵들이 우리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