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대형 건설사 10곳 가운데 6곳이 대표이사 교체를 발표한 가운데 10대 건설사 가운데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지 않은 곳은 포스코이앤씨 하나만이 남았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사장의 연임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몰리는 가운데 연임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6일 포스코그룹 안팎에 따르면 장인화 회장은 2024년 12월 안으로 그룹 사장단 인사를 발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그룹은 2024년 2월 장 회장의 취임을 앞둔 시점에서 미뤄뒀던 임원 인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사장단 인사에서 최정우 회장 체제를 지탱했던 인사들이 대거 잔류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장 회장이 임기 초반 조직의 안정과 화합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올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장인화표 1호 임원 인사’가 진행되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포스코그룹을 둘러싼 실적 악화 상황도 파격 인사가 진행될 것이란 추측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을 지탱하고 있는 두 기둥인 포스코(철강)와 포스코퓨처엠(이차전지)은 2024년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39.8%, 96.3% 급감하는 등 깊은 부진에 빠져 있다.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의 연이은 화재 사고 등 포스코그룹의 안전 관리 체계에 빨간 불이 들어온 것도 쇄신 인사가 진행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장 회장은 11월26일 주요 임원 및 직책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연말이 다가오면서 근무 기강이 느슨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라며 “임원과 직책자들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각별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달라”며 임원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실적 악화라는 성적표를 받은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도 긴장을 풀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이앤씨의 2024년 들어 3분기까지의 누적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 7조2181억 원, 영업이익 1246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2.36%, 25.67% 감소했다.
다만 포스코그룹 안팎에서는 ‘믿을맨’ 역할을 맡아 다양한 역할을 해온 전 사장인 만큼 현재 2025년 3월까지인 임기를 연장해 대표이사 자리를 좀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3월21일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포스코>
최근 포스코그룹은 그룹 계열사 사이의 시너지 강화를 통해 휘몰아치는 파도를 헤쳐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계열사 시너지 창출 분야로는 해상풍력이 꼽힌다. 포스코이앤씨가 글로벌 시장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소 건설 공사 수주 물량을 확보하면 포스코는 해상풍력 부유체 제작에 필요한 다량의 철강을 팔아 매출에 반영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이 계열사 시너지를 강화해 나가는 상황 속에서 전 사장의 그룹 사업전략에 대한 이해도는 포스코이앤씨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사장은 철강으로 강판을 생산하는 포스코강판(지금의 포스코스틸리온)의 대표이사를 맡은 데 이어 포스코그룹의 철강 생산 핵심 계열사인 포스코의 대표이사 사장직도 수행했다. 이후 지주사 체제를 완성한 포스코홀딩스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는 등 그룹사 전반의 일을 총괄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칼바람 속에서 재무 전문가들이 연이어 대표이사로 등판하고 있는 것도 전 사장의 연임을 가늠하게 하는 근거로 꼽힌다.
SK에코플랜트는 재무 전문가인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상황임에도 김형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사령탑으로 온 주우정 현대엔지지어링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 역시 기아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다.
연임에 성공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뛰어난 재무 관리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일 인사를 발표한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증권맨’ 출신이자 HDC그룹에서 재무 관련 경력을 쌓아온 정경구 HDC 대표이사 부사장을 내정했다.
전 사장은 포스코 입사 뒤 경영전략실장,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포스코홀딩스에서도 경영전략팀장을 맡는 등 재무·전략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임자들의 사례도 전 사장이 임기 연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로 꼽힌다.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의 대표이사들은 대부분 첫 1년 임기를 무사히 넘기고 연임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포스코건설에서 가장 오래 대표이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2009년 3월 취임한 뒤 2014년 3월 사임했다. 그 뒤를 이은 황태현 전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 한찬건 전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 이영훈 전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모두 연임에 성공해 2년의 임기를 보냈다.
사명을 포스코건설에서 포스코이앤씨로 바꾼 한성희 전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은 4연임에 성공하며 2020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대표이사직을 유지했다.
다만 장인화 회장이 포스코그룹이 창사 56년 만에 첫 파업 위기에 더해 사업 실적 악화, 안전사고 다발 등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는 그룹 안팎의 상황을 고려해 계열사 전반에 강력한 인적 쇄신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회장은 올해 6월 격주 4일제로 돌아가던 포스코그룹의 근무제도를 임원 한정으로 주5일제로 돌린 데 이어 12월에는 적용 영역을 팀장까지 넓히는 등 근무 기강을 잡기 위한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