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쇼크, 그 후] 이재명 대선가도 분수령 윤석열 탄핵소추 표결, 국힘 8표 확보 관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이란 정치적 자충수를 두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시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 대표는 예상치 못한 계엄 사태로 야권의 압도적 대권주자인 상황에서 조기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됐다. 다만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이를 넘어설지 여부가 이 대표의 대선가도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한동훈 대표를 향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반드시 해내야한다”며 한 대표에 “국민의힘이 내란 범죄집단의 한 편이 되고자 하더라도 그렇게 되지 않게 만드는 게 당대표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대다수가 그 흐름을 따라가는 불행을 시정할 수 없다면 본인을 포함한 일부라도 국민과 역사를 따라가야 하지 않겠나”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반대를 결정하자 이번 비상계엄을 두고 ‘위헌·위법’이라는 견해를 밝힌 한 대표에게 윤 대통령 탄핵이 추진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리라고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국민의힘이 ‘탄핵 반대’라는 당론을 결정한 배경에 윤 대통령이 탄핵된 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 소식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서정욱 변호사는 5일 YTN 시사정각에서 “한동훈 대표도 탄핵을 막겠다고 하고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도 탄핵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탄핵 이후 조기 대선으로 가면 누가 뭐래도 이 대표의 민주당에게 (정권을) 헌납하는 꼴이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도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 탄핵 반대 당론 결정을 두고 “지금 바로 탄핵이 되면 이건 정권을 이재명 대표한테 갖다 바치는 일정이라고 보이지 않나”며 “탄핵에 찬성해 정권과 권력을 내주는 행위라서 한 대표도 난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각종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 탄핵에 이어 조기 대선이 치러졌을 때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 이 대표를 꺾을 '잠룡'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계엄 쇼크, 그 후] 이재명 대선가도 분수령 윤석열 탄핵소추 표결, 국힘 8표 확보 관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디어리서치가 5일 발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7.5%의 지지를 얻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13.3%)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한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5.6%), 오세훈 서울시장(4.7%),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2.7%)의 지지도를 합쳐도 이 대표보다 20%포인트 이상 낮다.

조원씨앤아이가 지난 11월27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차기 대선주자로 이 대표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43.8%로 한 대표(17.2%)보다 두 배 이상 더 많았고 홍준표 대구 시장(5.3%), 오세훈 서울시장(5.2%) 등 다른 여권 대선주자들을 압도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가 이 대표의 차기 대권 행보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조기대선으로 직행할 수 있지만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급격히 냉각된 여야의 강대강 대치 정국 상황이 지속되는 사이에 사법리스크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어서다. 

친한계 의원들도 이같은 입장을 내놓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5일 TV조선 신통방통에 출연해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에 관해 법원에서 완전히 무죄판결을 받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통령으로 당선돼 판을 엎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에게 중요한 건 다음 대선이 치러질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도 4일 페이스북에 “야당이 발의했던 특검은 받더라도 대통령 탄핵만큼은 반드시 막아야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법의 심판을 완전히 받을 때까지 현 정부는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번 계엄사태의 불법성을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이탈표가 탄핵소추안 가결에 필요한 8표 이상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탄핵에 공감대를 형성한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이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고 양심있는 국민”이라며 “당연히 국민의 목소리와 상식에 따라 표결해야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이 필요하다는 명분과 별개로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은 국민의힘 의원들과 접촉해 탄핵소추안 찬성 표결을 설득하는 작업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4일 CPBC 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서 "지금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써놓고 야당 입장에서는 이분들을 설득하는 작업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전날 야6당 공동발의 탄핵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의원이 여당 의원들에게 탄핵 찬성 의사를 개별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소 6명 이상 탄핵 찬성 의사를 확인했다고 한다”며 “개혁신당이 여당과 나름 인연이 있는 만큼 개별적인 설득 작업에 충실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당초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최대한 빠르게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이를 오는 7일로 미뤘다. 탄핵 표결 시점을 애초 계획보다 하루 미뤄 여당을 최대한 설득하는 시간을 가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오는 10일 예정이던 김건희 특검법안 재표결 일정을 앞당겨 탄핵소추안과 함께 처리한다. 

이는 국민의힘이 ‘본회의 표결 집단 불참’이라는 카드를 활용할 수 없게끔 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된다. 특검법안 재표결의 경우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의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백브리핑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 의결은 7일 오후 7시를 전후해서 진행할 것”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한테도 위헌·위법한 쿠데타 시도에 대해 정치적 결단을 위한 숙고의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의원총회를 마친 직후 취재진과 만나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때 보이콧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민의힘이 탄핵소추안을 막으려면 본회의장에 안 오게 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되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사에 인용된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는 뉴스핌 의뢰로 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47명에게 무선·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는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1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100%)·ARS(자동응답)·RDD(임의전화걸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