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수수료를 늘리기 위해 서학개미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대형 증권사 실적에서 해외주식 수수료가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토스증권이 해외주식 거래대금 성장세가 가파르자 대응에 나서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추거나 각종 이벤트를 꾸준히 벌이고 있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더욱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2023년 분기평균 360억 달러 수준을 보이다 2024년 1분기 510억 달러, 2분기 520억 달러, 3분기 700억 달러로 급증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하자 해외 이민이 급증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주식시장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미국 증시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이런 추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 증권사들이 서학개미를 모시기 위한 이벤트를 지냏ㅇ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사 모습.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 기준 해외주식 거래대금은 전분기와 견줘 36.2% 증가해 증권사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며 “10~11월 해외주식 거래대금 증가추세를 고려하면 4분기에도 양호한 수준의 해외주식 수수료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수수료와 이자수익을 거두기 어려워지자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수수료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기준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8300억 원, 코스닥은 6조5219억 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분기보다 11.7%, 20.3% 감소한 수치다.
이와 함께 주식을 신용으로 매입한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급감하고 있다. 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를 보면 코스피 9조7383억 원, 코스닥 6조8275억 원으로 16조5658억 원에 이른다.
올해 6~7월에 19조~20조 원 수준을 보이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급감한 것으로 증권사의 이자이익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증권사들이 서학개미를 유치하려는 이유로는 급증하고 있는 해외주식 이민과 함께 높은 수수료율이 꼽힌다.
해외주식은 국내 주식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어 수수료율이 높다. 매수매도를 포함한 해외주식 평균수수료율은 3분기 기준 8.1%로 국내주식 평균수수료율 1.4~1.5%와 비교해 5배 높은 수준으로 파악된다.
국내 주식 위탁매매 점유율 1위 키움증권의 실적을 보면 이런 경향성이 두드러진다. 키움증권은 3분기 수수료수익을 보면 국내 주식 수수료수익은 747억 원으로 2분기보다 15.7% 줄었지만 해외주식 수수료수익이 524억 원으로 2분기보다 31.6% 증가했다.
국내외 주식수수료에서 해외주식 수수료 비중이 41.2%로 지난해 30%대 초반 수준에서 껑충 뛴 셈이다.
다른 증권사의 사례를 봐도 마찬가지다. 3분기 기준 해외주식 수수료 비중을 보면 삼성증권은 38.2%, 미래에셋증권 41.1%, 한국투자증권 31.3%, NH투자증권 25.3% 등으로 분기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증권사들은 계좌개설을 적극 유도하기 위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업계 최초로 고객이 해외주식 거래를 통해 내야하는 수수료를 2026년까지 무료화한다.
대상은 수퍼365계좌를 보유한 고객으로 메리츠증권이 미국 주식 매도비용뿐 아니라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에 내야 하는 수수료비용까지 메리츠증권이 부담한다.
▲ 메리츠증권이 2026년까지 해외주식 거래를 통해 내야하는 수수료를 무료화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메리츠글로벌토러스랩 △메리츠글로벌더퍼블릭랩 △메리츠글로벌넘EMP랩 등 해외투자형 랩어카운트도 출시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해외주식 판매수수료를 캐시백(현금환급) 형태로 돌려주는 행사를 실시해 31일까지 신청을 받기로 했다. 여기에 다른 증권사에서 매입한 해외주식을 2025년 1월7일까지 2천만 원 이상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키움증권은 미국주식을 최초로 거래하거나 3개월 동안 거래가 없었떤 고객을 대상으로 미국주식 40여 종목을 주는 행사를 열기로 했다. 31일까지 비대면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대상이다.
한편 견조한 해외주식 거래 점유율을 지키던 대형 증권사들도 토스증권의 매서운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주식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토스증권은 11월 기준 해외주식 거래대금 30조5400억 원을 기록해 업계 최초로 월간 기준 30조 원을 넘어섰다. 해외주식 거래 점유율 1위 키움증권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주식 거래 시장은 대형 증권사가 주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주식 거래 점유율은 키움증권(21%), 토스증권(15%), 미래에셋증권(14%), 삼성증권(14%), 한국투자증권(13%) 순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증권사의 시장 점유율은 1%가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서학개미 모시기를 위한 수수료 무료나 해외주식 이관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은 락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다”며 “해외주식 거래대금이 증권사 실적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거래대금 부진을 상쇄하고도 남는 수준의 수수료 이익이 발생해 2025년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