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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린피스 "한국 플라스틱 생산 '일본 대만 합계'보다 많아, 생산축소 협상 책임감 보여야"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11-19 14: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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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린피스 "한국 플라스틱 생산 '일본 대만 합계'보다 많아, 생산축소 협상 책임감 보여야"
▲ 19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다니엘 리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가 한국, 일본, 대만 3국 플라스틱 생산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플라스틱 생산량을 종합한 결과 한국은 연간 1992만 톤을 생산해 일본과 대만을 합친 것과 비슷한 양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다니엘 리드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19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주요 3국 가운데 한국이 플라스틱 오염에 지는 책임이 가장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리드 캠페이너는 "한국의 플라스틱 생산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9993만 톤에 달한다"며 "이는 한국 수송부문 전체 배출량과도 비슷한 수준으로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이달 하순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을 앞두고 서울환경연합, 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생산 제한을 담은 강력한 수준의 국제플라스틱 협약 체결을 촉구하고자 이번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제플라스틱 협약은 2022년 개최된 제5차 유엔(UN) 환경총회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플라스틱 오염 해결을 위한 조약이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비롯됐다. 지금까지 4번에 걸쳐 실무 협상이 열렸으며 마지막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가 부산에서 오는 25일부터 12월1일까지 열린다.

국제플라스틱 협약은 마지막 정부간 실무 회의를 앞두고도 합의문 초안이 도출되지 않은 상태다. 플라스틱 생산 규제 의무화를 두고 각국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르완다와 유럽연합(EU) 등 우호국연합(HAC)은 강력한 플라스틱 생산 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화학 산업 대국들은 자발적 규제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은 최근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통해 플라스틱 생산을 감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어 이번 마지막 협상에서 의무화된 생산 규제 도입에 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린피스는 한국 기업들이 일본과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주요 3국 가운데 가장 플라스틱 생산 비중이 높은 만큼 이번 플라스틱 협약 협상에서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와 정부 발표, 기업 공시 자료 등을 종합한 이번 분석 보고서 결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10개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7개나 됐다.

특히 가장 많은 플라스틱을 생산한 롯데는 동아시아 3국 플라스틱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2%에 달했다. 그 외에도 한화, LG, DL, 효성, SK, 대한유화(KPIC) 등 국내 기업들이 10대 기업 목록에 포함됐다.
 
[현장] 그린피스 "한국 플라스틱 생산 '일본 대만 합계'보다 많아, 생산축소 협상 책임감 보여야"
▲ 그린피스가 분석한 동아시아 3국 10대 플라스틱 생산 기업. 푸른색으로 강조된 것이 한국 기업들로 위에서부터 롯데, 한화, LG, DL, 효성, SK, 대한유화다. <비즈니스포스트>
리드 캠페이너는 “현재 정부 협상을 주최하는 한국이 플라스틱 생산능력과 관련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선두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글로벌 석유화학 산업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한국은 5%, 일본은 3%, 대만이 3%였다”고 말했다.

그린피스의 이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시아 3국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은 약 4200만 톤으로 한국이 1992만 톤, 일본 1304만 톤, 대만 902만 톤이었다.

특히 이렇게 생산된 플라스틱이 시장에서 완벽하게 다 소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시장분석업체 S&P 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수요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공장가동율도 떨어지고 있는데 일본은 전체 설비 가동율이 90% 이하로 떨어졌으며 한국은 그보다 심각해 약 70% 이하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드 캠페이너는 “플라스틱 생산과 관련해 첫 번째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조약을 통해 법적으로 석유화학업계가 생산량을 감축해야 할 의무를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 분석에 따르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고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탈탄소화 부담을 줄이려면 2040년 플라스틱 생산량을 2019년 대비 75% 감축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리드 캠페이너는 “한국은 해당 목표를 이번 협상에서 정하면서 글로벌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국내 목표도 별도로 설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석유화학업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존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전환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뿐 아니라 국내 환경단체들도 석유화학 산업계의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탈탄소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민호 서울환경연합 팀장은 “국내 정유사 가운데 에쓰오일만 보더라도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 완공된다 하면 에쓰오일 배출량은 2배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현재 석유화학업계는 온실가스 감축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공급과잉과 고유가 상황까지 적신호가 들어와 있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여기에 플라스틱 협약에 따라 플라스틱 생산량까지 규제된다면 석유화학산업계는 더 큰 위기를 직면할 것”이라며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석유화학 산업은 탈탄소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일반 저부가 가치 상품 생산을 대량 생산해 수익을 내는 현 사업 체계에서 저탄소 고부가 제품을 위주로 하는 사업 모델로 전환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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