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및 슈퍼컴퓨터 전력원으로 소형모듈원전을 비롯한 원자력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사진.
그러나 소형원전의 기술적 한계와 핵폐기물 처리 방법 등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화석연료 및 신재생에너지의 대안으로 자리잡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빅테크 기업들의 원자력 에너지 활용 계획은 혁신적 대책이 아닌 ‘허황된 꿈’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든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잇따라 원자력 에너지 전문 기업과 손잡고 대규모 전력을 구매하거나 소형원전 구축에 협력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생성형(AI) 인공지능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공격적으로 데이터서버와 슈퍼컴퓨터 등 인프라 투자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성능 반도체가 다수 사용되는 인공지능 인프라 특성상 막대한 전력 공급원이 필요하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 과정에서 원자력 에너지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미국 전력망 노후화로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에서 전력을 끌어오기 쉽지 않은데다 각각의 기업이 제시한 탄소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화석발전에 의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자체 발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력 수요에 비해 효율성이 낮고 날씨에도 영향을 많이 받아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 삼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따라서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 생산량이 많은 원자력 발전에서 대안을 찾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인근에 구축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전(SMR)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 기반 발전소는 기존의 대형 원자력 발전소보다 건설과 운영이 쉽고 예산과 시간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구글은 최근 카이로스파워와 소형원전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아마존은 X에너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각각 유사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소형모듈원전이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차세대 기술인 만큼 빅테크 기업들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본격적으로 상용화하기 위한 기술적 요건, 경제적 요건 등을 맞추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필요할지 예측하기 어려워 일종의 ‘도박’에 가깝다는 것이다.
▲ 아마존과 계약을 체결한 X-에너지의 소형모듈원전 시제품 사진.
생성형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경쟁은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소형모듈원전 기반 발전소가 전력 수급에 기여하는 시기는 훨씬 늦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신용평가사 S&P글로벌 연구원도 최근 미국 종합지 옵저버에 “소형모듈원전이 2030년 이전에 본격적으로 상용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기술적 문제와 관련 공급망, 에너지 생태계 구축 등 문제가 모두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옵저버는 소형모듈원전 기반 발전소 건설과 운영에 필요한 허가 절차가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약점으로 남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해당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업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소형모듈원전 사업 지원에 9억 달러(약 1조2500억 원)의 지원 계획을 내놓는 등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만약 차기 정부에서도 이러한 지원 방안이 지속된다면 빅테크 기업들의 소형모듈원전 기반 에너지 확보 노력에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그러나 소형모듈원전 역시 원자력 발전의 최대 단점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방사능 폐기물 처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소형모듈원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 비교해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방사능 폐기물 처리는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남아 있는데 소형모듈원전 기반 발전도 이와 관련한 해결책을 아직 분명히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배런스는 소형원전모듈 발전소가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자체 부지에서 폐기물을 관리하기 어렵다는 점도 수 년 전부터 중요한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분야의 전력 수요를 소형모듈원전으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은 아직 수많은 난제를 극복해야 하는 하나의 가능성 정도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배런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뒷전에 머물렀던 원자력 발전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폐기물 대책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 문제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 회의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