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0달러 미만 리스 전기차 6대 중 3대가 현대차·기아, 저가 EV 경쟁 개막

▲ GM의 보급형 전기차 '쉐보레 이쿼녹스 EV LT'. < GM 쉐보레 미국 홈페이지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진 가운데에도 올 3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은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엿다.

미국에서 전기차(EV)를 판매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모델보다 가격대를 낮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의 본격 출시를 앞두고, 리스 판매 채널을 중심으로 인센티브(판매장려금)을 쏟아부으며 전기차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23일 미국 온라인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카스다이렉트(CarsDirect)에 따르면 이달 미국에서 월 200달러(약 28만 원) 미만 리스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6종 전기차 가운데 3종이 현대자동차와 기아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형 닛산 아리야의 리스 가격은 36개월 동안 월 99달러(선불 수수료 포함 238달러)로 미국에서 가장 저렴했다.

2024년형 닛산 리프S는 36개월 간 월 109달러(179달러)에, 2024년형 기아 니로 EV는 24개월 월 169달러(336달러)에, 2024년형 기아 EV6는 24개월 월 179달러(346달러)에 리스할 수 있다. 

베트남 빈패스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VF8 2024년 형은 36개월 월 199달러(244달러), 2024년형 현대차 아이오닉5는 24개월 월 199달러(366달러)에 리스 판매를 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1% 증가해 역대 분기 사상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전체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8.9%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를 놓고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은 "미국 전기차시장의 가장 큰 성장 동력 중 하나는 리스에 대한 인센티브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현지에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의 구매 보조금(세액공제)를 제공하지만, 리스 등 상업용 판매 채널을 활용하면 '북미 최종 조립' 요건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리스 판매 채널에 인센티브를 집중하면서, 리스 전기차 가격은 내연기관차 모델과 가격이 같거나 더 저렴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현대차는 작년부터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지켜왔으나, 올 3분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쉐보레 이쿼녹스 EV와 블레이저 EV 등의 판매를 본격 시작한 GM에 밀려 3위로 한 계단 내려왔다.

이에 따라 현지 브랜드들과 달리 아직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체제를 갖추지 못한 현대차·기아가 리스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집중 투입하면서 가장 낮은 가격대의 리스 차량을 다수 보유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200달러 미만 리스 전기차 6대 중 3대가 현대차·기아, 저가 EV 경쟁 개막

▲ 기아 보급형 전기차 'EV3'. <비즈니스포스트>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은 진입장벽을 확 낮춘 저가 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완성차 업체들이 리스 판매에서 가격 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올 6월 기준 전기차 판매에서 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9.4%로 전체 자동차 리스 평균 판매 비율인 20.7%의 거의 배에 달했다.

올 연말부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선 각 완성차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 전기 신차를 줄줄이 출시하며 치열한 판매 경쟁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근 미국 자동차 판매 1위인 GM이 그 신호탄을 쐈다.

22일(현지시각) GM 측은 "315마일(약 507km) 이상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한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를 공식 출시했다"며, 3만5천달러짜리 쉐보레 이쿼녹스 EV LT 출시 소식을 알렸다. 연방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받으면 가격이 2만7495달러까지 낮아진다.

앞서 지난 6월 판매에 들어간 이쿼녹스 EV 2LT 모델의 판매 시작 가격은 4만3295달러(약 5900만 원)로 현대차 아이오닉5(4만1800달러)보다 200만 원 정도 비싼 수준이었다.

GM은 또 내년 지난해 2만 달러 대 시작 가격을 앞세워 미국에서 6만 대 넘는 판매 실적을 올린 볼트 EV의 차기 모델을 출시한다. 

GM 측은 신형 볼트 EV가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전기차가 될 것이라 예고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낮은 가격표가 붙은 전기차는 닛산 리프S(2만9280달러)다.

기아는 내년 브랜드 첫 보급형 전기차 EV3를 미국에 출시한다. 현지 업계에선 EV3 미국 출시 가격이 3만~3만5천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말 기아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EV3 생산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IRA 세액 공제를 받으면 시작 가격이 2만5천 달러 수준까지 내려간다.

GM, 포드와 함께 미국 '빅3' 완성차업체인 스텔란티스도 저가 전기차 경쟁에 합류한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말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전기차 도입이 예상보다 더뎌지는 가운데 주류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2만5천달러 지프 전기차를 곧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올 연말 지프 브랜드의 대형 전기 SUV '왜고니어S'를 내놓고 한발 늦게 미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