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배터리 열관리 시장에서 한온시스템이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현대위아가 그룹사 시너지를 통해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사진은 2023년 11월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테크 서밋 2023'의 한 부스에 전시된 전기차 열관리 기술 모형.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시대가 열리면서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열관리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열관리 기술은 내연기관차에서는 히터와 에어컨 등을 관장하는 기술 정도로 여겨졌지만, 전기차에서는 성능과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11일 자동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전기차 열관리 시장에서 한온시스템이 기존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위아가 그룹사 시너지를 통해 한온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용 배터리 열관리 시스템 시장은 2022년 26억3천만 달러에서 2023년 31억8천만 달러로 연평균 21.1% 성장했다. 앞으로도 매년 18.8% 성장해 2028년에는 74억5천만 달러(약 10조582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전기차 열관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기업은 한온시스템이다. 한온시스템은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 전체 설계부터 부품 공급까지 아우르는 세계 2위 기업이다. 회사는 지난해 9조5593억 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 한온시스템의 전기차용 4세대 히트펌프 시스템. <한온시스템>
전기차 공조 부품은 냉·난방과 환기를 넘어 전기차의 배터리 성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 부품은 실내외 온도에 따라 전기차 주행 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최적화하는 데 필수가 됐다.
다만 회사는 2023년 3~4분기 2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봤고,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1%나 감소했다.
재무 상황도 나쁘다.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연결기준으로 2021년 말 268.5%, 2022년 말 283.9%를 기록했다. 작년 말 268.5%로 내렸지만 여전히 위험 수준인 200%를 넘기고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 9월30일 이사회에서 한온시스템 인수를 최종 승인하며, 본격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공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23%를 주당 1만 원에 매입한다. 원래는 지분 25%를 주당 1만250원에 매입할 계획이었다.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는 3651억 원에서 6천억 원으로 확대됐다. 유상증자 규모가 커지면서 한온시스템은 대규모 신규 자본금을 유치할 수 있게 됐다.
6천억 원 가량의 신규 자금은 우선 현금성 자산 등으로 회계상 계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력이 커짐과 동시에 보유 현금 등으로 자산이 분류되면 큰 폭의 재무구조 개선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계획을 수정한 이유는 최근 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하고, 한온시스템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 현대위아의 열관리 시험동 조감도. 시험동에서는 열관리 시스템 모듈, 시스템, 차량 단위 성능개발과 내구 테스트 등이 이뤄진다. <현대위아>
급성장하는 배터리 열관리 시장에서 현대위아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위아는 2018년 11월 친환경차 부품 기업 도약 선언 후 열관리 사업에 뛰어들어 2021년 1월 냉각수 허브 모듈 개발에 성공했다.
냉각수 허브 모듈은 전기차 운행 중 뜨거워지는 구동 장치와 배터리를 동시에 식힐 수 있도록 설계돼 전기차 주행거리와 배터리 수명을 동시에 늘릴 수 있다.
현재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 기아의 EV4, EV9 등 현대차·기아의 주요 전기차에 장착됐거나 장착될 예정이다.
현대위아는 냉각수 허브 모듈 양산을 기반으로 2025년에 모터, 배터리, 실내 공조까지 아우르는 ‘통합 열관리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또 작년 하반기에는 현대차그룹의 2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과 ‘eS’를 기반으로 한 신규 모델 10여 종의 냉각수 허브 모듈 공급 계약을 따냈다. 2030년부터는 비계열사 물량을 양산하기 시작하고, 열관리 분야에서 톱티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목표까지 세웠다.
현대위아가 냉각수 허브 모듈을 개발한 지 불과 2년여 만에 현대차·기아에 납품할 수 있었던 것은 계열사 간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경쟁사에 비해 열관리시스템 시장에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기존 현대차·기아에 다양한 자동차 부품과 모듈을 생산한 경험을 살려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전기차에 특화한 열관리 부품 역시 모듈화를 염두해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에 따라 약점이던 재무건전성을 보강한 선두 한온시스템과 그룹사 시너지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현대위아의 열관리 기술 시장 경쟁구도가 향후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이 쏠리고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