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체코 원전 놓고 야권 '금융지원·낮은 수익성' 의혹 제기, 여권 ‘근거 없어’ 일축
김홍준 기자 hjkim@businesspost.co.kr2024-10-07 15:5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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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22대 국회 첫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체코 원전 사업을 두고 강하게 충돌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 제출을 두고 여야가 기싸움부터 시작한 국정감사에서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수주건을 바라보는 여당과 야당의 시선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진행한 산업부 국정감사는 업무보고를 진행하기도 전부터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여당과 야당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할 때 한국전력공사와 웨스팅하우스 사이에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 내용을 요구했는데 아직도 받지를 못했다”며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제가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니까 해당 내용이 나오고 있더라”고 산업부의 자료 제출이 문제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기존 자료를 검게 칠해서 제출하던가 그래프 같은 자료를 삭제하는 등 빈 껍데기만 내놓은 자료가 너무 많다”며 “이런 자료는 받느니만 못하니 원본을 제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당 간사를 맡은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박성민 의원은 “정부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는 공개되면 자원 안보의 위험이 될 수 있는 자료라 공개할 수 없는 자료 또는 영업상 비밀에 속하는 자료”라며 “무리한 자료를 자꾸 내라고 하는 데 필요한 자료는 충분히 제공됐다”고 말했다.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 사이의 고성이 오고 가자 결국 위원장을 맡은 국민의힘 소속의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정리에 나섰다. 이 의원은 “언론에 노출될 정도로 관리되는 자료라면 국회의원들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하며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인사말을 통해 “체코 원전의 최종 계약 성사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체코와 대한민국 사이의 포괄적 경제협력 추진은 물론 전방위 세일즈를 통한 추가 성과 창출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의원 질의에서 본격적으로 체코 원전을 두고 여야의 공방전이 진행됐다.
야당은 대한민국 정부의 체코 원전 금융지원 의혹을 바탕으로 체코 원전 수주의 수익성이 기대보다 낮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금융지원 약속이 의심되는 부분들을 언급하며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체코 정부에 금융지원을 약속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4월4일 최종입찰제안서에 동봉한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투자의향서(LOI)에 금융지원 내용이 담겼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에게 수출입은행을 통한 원전 건설 금융지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경제사절단을 체코에 데리고 갔던 9월19일에는 체코 국책은행과 5개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는데 이것이 금융지원을 약속한 게 아니면 대체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유럽연합(EU)이 체코 원전 내부 수익률(IRR)을 분석한 자료를 소개하며 체코 원전 사업 참여에 따른 수익성이 제로에(0) 가까울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김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의 IRR은 9~11%에 그쳤다. 공사비가 10% 오르면 IRR은 7.2%까지 떨어진다.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김 의원이 제기한 금융지원 약속 의혹을 놓고는 투자의향서 원문을 꺼내 들고 직접 영어를 읽으며 해당 서류에 명백하게 금융지원이 아니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 장관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목해 영어를 잘 하니 해석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김 의원이 멋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안 장관은 내부 수익률 분석 자료를 놓고 대한민국 건설사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안 장관은 “체코 원전을 운영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IRR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대한민국 기업들은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해주고 나오기 때문에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말하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체코 원전 사업이 국가적 이익이 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체코 원전은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하고 객관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 이후에 체코 정부와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 원전을 기반으로 양국이 필요한 산업 생태계 구축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등 야권에서 제기하는 문제가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경향신문이 6일 보도한 ‘원전 수출 체코에 빌려주는 돈 못 받을 수도’라는 기사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안덕근 장관의 의견을 물었다.
안 장관은 김 의원의 질의를 듣자 상기된 목소리로 “무엇을 근거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를 모르겠다”며 “체코 정부 입장에서는 매우 모욕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경향신문은 체코 정부는 사업 투자자에게 반환보증을 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원전 수출에 성공하더라도 체코 정부로부터 우리 정부가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산업부는 즉각 보도정정자료를 내고 원문의 ‘return’을 수익이 아닌 반환이라고 번역하면서 해석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번역을 잘못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원문과 대조하지 않고 인용한 가짜뉴스”라며 “원문은 체코 정부가 체코전력공사(CEZ)에 국가와 동일한 조건의 대출을 지원하겠지만 일정 수익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체코 정부도 야권의 원전 수익성 의혹 제기가 옳지 않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반 얀차렉 주한체코대사는 9월26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야권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저가로 수주했다는 평가를 내린다’라는 질문를 받자 “체코는 가치가 있는 제안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가격이며 바라카 등 다른 프로젝트와 비교해도 그다지 저렴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