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 노사가 '평생사원증' 원상 복구를 제외한 2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노조 내부 불만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월 22일 2024년 임금 및 단체협약 투쟁 출정식을 가지는 기아 노동조합 관계자들 모습. <기아 노조>
현재 완성차 5사 가운데 르노코리아와 기아만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한 가운데, 기아가 4년 연속 무분규 노사 합의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7일 자동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기아 노사는 지난 2일 경기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11차 본교섭에서 출산휴가 확대를 포함한 2차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오는 8일 2차 임단협 합의안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이번 2차 임단협 잠정합의안에는 출산휴가를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리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노조가 올해 임단협 교섭 시작 당시부터 강력히 요구한 ‘평생사원증’ 원상 복구는 포함되지 않았다.
‘평생사원증’은 장기근속자나 퇴직자가 기아에서 신차 구매 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제도다. 기아는 2022년까지 25년 장기근속자와 퇴직자에 평생 동안 2년에 한 번씩 신차 가격의 30%를 할인해주는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기아 노사는 과도한 복지라는 비판과 함께 소비자에 비용을 전가된다는 비판이 나오자 2022년 임단협에서 연령을 75세로 제한하고, 구매 주기는 2년에서 3년으로 늘리며, 할인율을 25%로 줄이기로 합의했다.
평생사원증 혜택 축소는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 체제 아래 노사 협상으로 끌어낸 최대 공적으로 평가받았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평생사원증 혜택을 원상 복구할 것을 상견례 때부터 요구했으나, 사측은 평생사원증 혜택 원상복구만큼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평생사원증이 이번 단체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 지난 3월15일 서울 서초구 기아 본사에서 열린 제80기 주주총회에서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 노사는 9월9일 도출한 1차 잠정합의안에서 향후 출시할 픽업트럭 타스만을 평생사원증 할인 대상에 포함하는 절충안을 마련했지만, 이에 대한 조합원 불만은 높았다.
조합원들은 지난 9월12일 1차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에서 임금 합의안은 53.7% 찬성으로 가결했지만, 단체협약 합의안은 51.2% 반대로 부결시키며 평생사원증 원상 복구 요구가 크다는 것을 보여줬다. 임금과 단체협약안 가운데 하나라도 부결될 경우 재협상을 하게 된다.
이번 2차 임단협 합의안은 출산휴가 확대 외에는 큰 변화가 없으며, 평생사원증 원상 복구 요구도 포함되지 않아 8일 예정된 찬반투표에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2차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노사 협상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사측은 올해 임단협이 해결되지 않고 장기화 추세를 보이며, 판매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기아의 9월 국내 판매량은 3만814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6% 줄었다.
또 기아는 4분기에 스포티지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와 EV3의 유럽시장 판매 본격화로 판매 회복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합의안이 부결되고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기아 경영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 기아는 오는 4분기 EV3 전기차의 유럽 시장 판매를 본격화한다. 사진은 기아 광명 EVO 플랜트에서 생산 중인 EV3 모습. <기아>
노조 집행부도 타결이 급한 것은 마찬가지다. 노조 집행부는 1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당시 부결 운동을 벌였던 일반직 노동자회로부터 교섭 과정에서 여러 의혹 제기 등 공격을 받았다.
일반직 노동자회는 사무직과 연구직 등 기아에 근무하는 일반직 조합원들이 주축이 돼 운영하는 조직으로, 1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당시 합의안에 담긴 ‘일반직 성과연동제’를 두고 조합원을 통제하고 갈라치기 하려는 사측의 ‘개악안’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탁현수 기아노조 일반직 노동자회 중앙의장은 삭발을 하며 1차 합의안에 반대하는 등 노조 집행부를 정면 비판해왔다.
기아 노조의 일반직 조합원은 1600명 가량으로 전체 조합원(2만6843명)의 6% 정도다. 다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단협 합의안이 단 1.2%차로 부결된 것을 감안하면 적다고 보기 어렵다.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2만4655명 가운데 단협에 찬성한 조합원은 1만1912명으로, 가결 조건인 과반(1만2328명)과의 차이가 단 416표에 불과했다. 일반직 조합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것이 부결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직 노동자회 측은 “1차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부결’ 원인도 파악 못하고 있는 사측과 28대 노조 집행부가 급조한 2차 잠정합의안이 과연 현장 조합원의 뜻인지 되묻고 싶다”며 부결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