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월드 패션으로만 연매출 3조, 조동주 '뉴발란스 의존도' 줄이기 특명

▲ 이랜드월드의 스포츠브랜드 뉴발란스가 신규 모델로 걸그룹 에스파 윈터를 발탁해 '뉴발란스, 타임 투 윈터(New Balance, Time to Winter)'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랜드월드>

[비즈니스포스트] 조동주 이랜드월드 한국패션부문 대표가 ‘제2의 뉴발란스’를 발굴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조 대표는 2017년부터 뉴발란스 브랜드장을 역임하며 이랜드월드 패션사업의 외형성장에 기여했다. 최근 경영진 인사에서 이랜드월드 한국패션부문 대표에 오른 것도 이런 성과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상반기 패션사업 부문 성장률이 다소 정체됐다는 점에서 새 과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 이랜드월드 패션사업의 성장을 견인했던 뉴발란스를 이을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는 것이 그의 주요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유통업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조동주 상무가 최근 이랜드월드 한국패션부문 대표에 선임된 것은 그동안 이룬 성과를 인정함과 동시에 뉴발란스를 잇는 차세대 글로벌 브랜드 육성의 임무를 부여한 성격의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이랜드월드 패션사업의 매출은 2021년 2조5392억 원, 2022년 2조8676억 원, 2023년 3조2450억 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두 자리 수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의 사업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랜드월드의 이러한 성과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브랜드 가운데 하나는 뉴발란스다.

이랜드월드는 2008년 뉴발란스 미국 본사와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의 뉴발란스·뉴발란스키즈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2008년 한국 뉴발란스 운영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연매출은 25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 

2010년부터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해 2020년 5천억 원, 2021년 6천억 원, 2022년 7천억 원, 2023년 9천억 원까지 성장했다. 최근 3년 동안 매출 성장률도 20%에 달한다. 올해 매출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랜드월드가 외형을 크게 키울 수 있었던 배경 가운데 하나가 뉴발란스라고 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뉴발란스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역설적으로 이랜드월드의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현재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뉴발란스가 단독으로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성장률이 다소 정체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는 점에서 뉴발란스만으로 더 이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쉽지 않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이랜드월드 패션부문 매출은 1조6755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4.5%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성장률인 9.1%와 비교하면 반토막난 수치다.

현재 이랜드월드 패션부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는 뉴발란스와 자체 SPA브랜드인 스파오를 꼽을 수 있다.

뉴발란스와 스파오는 이랜드월드가 각각 2008년과 2009년 론칭한 브랜드로 출시 15주년을 넘어섰다. 두 브랜드의 시장 경쟁력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고객들에게 매력적인 새 브랜드를 선보여 시장에 안착하는 데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

이랜드월드가 뉴발란스의 높은 글로벌 인지도와 경기불황에 따른 SPA 브랜드 수요 증가로 매년 외형확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 브랜드를 선보이지 못한다면 성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랜드월드 패션으로만 연매출 3조, 조동주 '뉴발란스 의존도' 줄이기 특명

▲ 조동주 이랜드월드 한국패션부문 대표이사.


현재 스파오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파오는 2021년 매출 3200억 원, 2022년 4천억 원, 2023년 4800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성장률은 2022년 25%, 2023년 20%를 기록하며 2년 연속 두 자리 수 성장률을 내고 있다. 이랜드에 따르면 올해 매출 6천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SPA 브랜드의 경우 무신사스탠다드 등이 최근 공격적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크게 늘려가고 있어 업계 경쟁이 점점 심화되는 추세다. 2009년부터 15년 동안 SPA 브랜드 상위권을 유지해오며 ‘롱런’해온 스파오라 해도 지속적 성장세를 보장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스파오는 두 자리 수 성장률을 이어가며 가격 및 품질 등 다방면에서 자체 경쟁력을 입증해나가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안정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가 이랜드월드 한국패션부문 대표에 선임됐다. 뉴발란스 브랜드장을 맡으며 일궈온 성과를 인정해주는 의미가 큰 것으로 추정되나 뉴발란스를 이을만한 차세대 브랜드 발굴 임무를 함께 맡겼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조 대표가 그동안 패션 브랜드 총괄 책임자 역할을 여러 차례 맡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가 브랜딩 경험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는 데 솜씨를 보여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조 대표는 1980년생으로 2007년 이랜드그룹에 입사해 그룹 전략기획실, 후아유 브랜드장, 뉴발란스 브랜드장, 이랜드월드 스포츠BU 본부장 등 패션 브랜드 관련 주요 보직을 거쳐왔다. 2017년에는 뉴발란스 브랜드장을 맡아 매출 9천억 원을 달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 대표는 2023년 이랜드월드 최고운영책임자(COO)에 올랐으며 최근 인사에서 이랜드월드 한국패션부문 대표에 선임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뉴발란스를 이을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를 자체적으로 육성하거나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며 “올해는 자체 SPA 브랜드인 스파오의 점유율을 확대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