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일단 ‘CEO 줄소환’이라는 소나기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건설사 CEO를 향한 국회의 증인 채택이 줄어든 가운데 국감 출석 요구를 받은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
 
국감 소나기 피한 건설업계, 'CEO 소환'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은 부담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


2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국정감사 준비 상황을 종합하면 현재 17개 상임위는 모두 증인 및 참고인 명단의 의결을 마쳤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는 10월7일부터 10월25일까지 진행된다. 제22대 국회의 첫 국감인 데다 여야 사이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라 정치권 안팎의 긴장감은 이전 어느 때보다 높다.

국감에는 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재무 혹은 안전 책임자 등 C레벨에 해당하는 간부들이 증인, 참고인으로 소환되는 만큼 국내 주요 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국내 주요 건설사의 최고경영자 가운데 올해 국감에 증인 등으로 출석 요구를 받은 인사로는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사장과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이 있다.

이 가운데 전 사장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와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 두 곳에 증인으로 불려나간다.

산자위는 포스코이앤씨의 아파트 하자 논란과 관련해 전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6월부터 전남 광양시에 ‘더샵 광양 베이센트’ 공급을 시작했다. 하지만 시공 마감 미흡, 주차장 및 방 천장 누수, 부실 대응 논란 등으로 입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전 사장은 ‘평택물류센터 준공 지연 문제’와 관련해 국토위에도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았다. 포스코이앤씨는 평택물류센터를 지으면서 시행사인 알앤알(RNR)물류와 준공 지연의 책임 소재를 놓고 분쟁 중이다.

전 사장 외에 오세철 사장이 10대 건설사 최고경영자로서 국감에 소환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감사와 관련해 하청업체 도산 및 자금지급 등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오 사장에 출석을 요구했다.

그밖에 건설업계에서 최금락 태영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5월 발생한 전주 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와 관련해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건설사 최고경영자는 매년 국감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여겨질 정도로 많은 인사들이 소환돼 왔다. 업종의 특성상 안전사고, 부동산 정책, 하도급 문제 등 다양한 사회 현안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국감에는 건설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최고경영자가 전 사장, 오 사장, 최 부회장 정도로 예년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감은 여야 사이 갈등이 첨예한 현안, 사회적 관심이 큰 현안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건설사 최고경영자들이 주로 불려 나가는 국토위를 보면 영부인 관련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전기차 화재, 대통령 관저 증축 논란 등 다른 현안이 많아 상대적으로 건설사에 주목도가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다수의 건설사 최고경영자들이 환노위, 국토위 등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됐다가 국감 날 직전에 취소된 바 있다. 국토위 국감에 임병용 GS건설 부회장, 정무위 국감에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도가 실제 출석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건설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맡고 있지 않으나 올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 요구를 받았다. 지난해에는 건설 현안인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 때문에 국감에 출석했지만 올해는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다만 국감 기간 중 증인 및 참고인이 추가로 채택될 수 있는 만큼 다른 건설사들이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10대 건설사 중 올해 가장 많은 5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대우건설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혹은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환노위 국감에 출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9월30일 열린 환노위 전체회의 결과 정 회장과 백 사장은 증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