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산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사장은 취임 때부터 자산매각을 꾸준히 강조해왔지만 시장 침체와 맞물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최근 부채 감축의 짐은 덜었지만 재무관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산매각에 속도를 낼 필요성이 떠오른다.
 
LH 이한준 자산매각 목표 1.2% 달성 그치며 고전, 재무계획 실효성 과제로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잇따라 자산매각에 실패하면서 기재부로부터 재무계획의 실효성을 올려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23일 기획재정부의 ‘2023년도 공기업 경영실적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재정건전화계획을 통해 지난해 자산매각 목표 금액을 51억 원에서 2450억 원으로 높였는데 실제 매각은 30억5천만 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대전 서남부 열병합발전시설과 충남 아산 배방탕정지구 복합화력발전시설 등을 매각 대상으로 잡아 매각 목표금액을 높인 것으로 파악됐는데 아직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현재 대전과 충남의 두 집단에너지시설을 각각 매각하는 방식으로 네 번째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2022년 9월부터 두 집단에너지시설을 묶어 매각 절차를 진행했는데 두 번째 재공고까지 응찰업체의 예정가격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유찰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개별 매각 방식으로 바꿔 진행한 입찰도 가격 미달로 유찰됐다.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비율 감축은 이 사장이 취임 이후 부채 감소를 위해 꾸준히 강조해 온 혁신안 가운데 하나다.

이 사장은 2022년 11월 취임 뒤 첫 기자간담회에서 “적극적 (자산) 활용과 매각으로 부채 감소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자산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해 왔으나 부동산 침체 속에서 성과가 부진한 형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집단에너지시설 이외에도 경기 성남시 LH 경기남부지역본부(오리사옥),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비축 부지, 서울 강남구 자곡동 주차장 용지 등의 매각을 성사하지 못했다.

오리사옥 매각은 본사가 경남 진주시로 이전한 2010년부터 무려 16번 동안 추진됐다. 그러나 5800억 원의 대형 부지가 일반상업지역으로 묶인 탓에 건물 용도가 업무시설로 제한돼 지난해 16번째 입찰까지 유찰되면서 여전히 표류하고 있다.

4천억 원 규모의 여의도 비축 부지는 성모병원 근처에 위치해 입지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10월에 이어 올해 3월 시작된 매각도 유찰됐다.

140억 원이 넘는 가격이었던 자곡동 주차장 용지도 지난해 9월 입찰에서 유찰된 뒤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자산매각 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장은 앞서 대전과 충남의 두 집단에너지시설의 매각으로 따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꾼 뒤 용도 변경 등을 추진하며 매입자를 찾기 위해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이 사장은 2일 신축 매입임대 현안 설명회에서 “(오리사옥은) 업무시설 용도로 지정돼 있어 매입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사옥이 1기 신도시인 분당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성남시와 협의해 용도계획 변경을 추진하고 사옥 증축 및 주거지 활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여의도 비축 부지 역시 영등포구 및 서울시와 지구단위계획 변경도 협의하고 있다.

자곡동 주차장 용지는 가격을 내려 매각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5일 올린 자곡동 주차장 용지 재공급 공고에서 매각 예정가격을 지난해 첫 공고보다 23% 낮은 112억 원으로 설정했다.

기재부는 자산매각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건전화계획 항목에 D+ 등급을 매겼다. 올해 새로 생긴 이 항목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애초에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적정한 목표 설정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을 위해 필요한 노력과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동기부여의 역할”이라며 “관련 정책 및 시장환경에 관한 체계적 분석을 기반으로 적정 목표를 수립함으로써 재정건전화계획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재정건전화계획 항목을 포함해 지난해 재무성과관리 측면에서 전년보다 크게 떨어진 평가를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난해 재무예산관리,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항목 모두 D+를 받았다. 1년 전 두 항목 모두 B0를 획득했는데 큰 폭으로 등급이 하락한 것이다.

재무예산관리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분야에서도 재무계획 수립 때 적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재무예산관리에서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여러 공공애플리케이션(공공앱)의 활용도가 저조한 점,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않아 감사원의 주의 처분을 받은 점 등을 지적받았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변경한 2023년 당기순이익 예측치(5158억 원)가 실제(1039억 원)와 차이가 작지 않았다는 점도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LH 이한준 자산매각 목표 1.2% 달성 그치며 고전, 재무계획 실효성 과제로

▲ 이 사장이 2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신축 매입임대사업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날 정부 정책에 맞춰 주택공급에 힘을 싣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 >


기재부는 “공공앱 개발과 관련해 수요조사 정확도를 높이고 의사결정 체계를 개선해 투자의 타당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감사원이 지적한 것과 유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재무예산 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개발형 기관으로 매출액 변동성이 크다는 특성이 있지만 2023년 계획(전망치) 수정이 2023년에 이뤄졌음에도 실제 실적과 차이가 작지 않게 발생했다”며 “재무계획 수립체계의 고도화를 통해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바라봤다.

다만 이 사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택공급 첨병으로 나서면서 부채 관련 압박을 덜고 경영평가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다.

최근 정부가 정책에 적극 발을 맞추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정부와 중장기 부채비율 목표치를 기존 208%에서 233%로 변경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올해 경영평가 가운데 공공주택사업성과에서 평점 100점을(점수 4.0점) 획득했다. 주택 승인실적 및 준공실적이 모두 계획을 초과 달성했다.

기재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국토부와 25회에 걸친 집중 점검회의를 통한 실적관리 및 제도개선으로 승인계획을 채웠다”며 “건설노조, 레미콘·화물연대 총파업 등 어려운 건설환경에서도 지속적 모니터링, 자발적 준공 대체지구 확보 등으로 준공계획도 달성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승인물량 증가에 따라 준공 호수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며 “원가상승 등 어려움 속에서도 정부의 주택정책 및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더 적극적 관리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