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회담을 갖기로 했지만 두 사람이 주목하고 있는 사안이 달라 실무협상 과정에서부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측은 두 대표가 이견이 없는 지구당 부활 문제 같은 사안을 제외하면 최대 쟁점인 채 상병 특검법안을 포함해 전국민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지급 등 현안에 대한 인식차로 큰 틀에서의 의제 합의를 이루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명과 한동훈 밀린 대표회담 '동상이몽', 민생정책 성과 미지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더라도 합의를 통해 민생 정책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를 놓고 회의적 시각이 나온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이 연기된 가운데 양측의 실무회담은 좀처럼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애초 이 대표와 한 대표 모두 '민생'을 위한 정책을 최우선 의제로 설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민생 해결을 위한 방안에서 차이가 크다.

이 대표는 자신이 제안한 전국민 25만 원 지원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여당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 대표는 선별적 지원 강화를 기조로 삼고 있어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높다.

한 대표가 당대표 취임 뒤 처음으로 구성한 당내 특별위원회인 국민의힘 격차해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조경태 의원은 “25만원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다”면서도 “포퓰리즘적 주장은 배격하고 선별적 지원을 통해 격차 해소를 시켜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두 대표의 입장은 엇갈린다.

한 대표는 거듭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논의과정에 있는 만큼 이 대표가 대표회담을 통해 단번에 폐지를 합의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읽힌다.

한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적어도 내년 1월1일에 금투세가 시행되는 일이 없을 것이란 점에 대해선 미리 (여야가) 합의하고 그 결정을 공표해야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반면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지금은 의원들의 다양한 토론이 시작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이번 양당 대표 회담을 통해 일정한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하는 채상병 특검법안은 한 대표 측이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로 파악된다.

민주당이 한 대표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제안했던 '제3자 추천'을 수용하겠다고 밝히자 국민의힘은 특검법안의 수사대상에 '제보공작' 의혹까지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보공작 의혹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변호인인 김규현 변호사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설을 언론을 통해 흘리기로 기획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그 뒤 민주당이 제보공작 의혹도 법안에 담겠다고 밝혔지만 그 뒤 한 대표 측은 ‘대법원장’ 추천안을 민주장이 받아들여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제3자 추천 특검법 추진에 추가 조건이 자꾸 늘어나는 모양새다.
 
이재명과 한동훈 밀린 대표회담 '동상이몽', 민생정책 성과 미지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앞줄)가 22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표회담에서 논의될 채 상병 특검법안에 관해 “민주당은 제3자 특검을 수용할 수 있다며 법안을 발의하라고 하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하고 중립성이 보장되는 제3자에 대해서는 미리 이야기를 하고 (대표회담으로) 넘어가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대법원장이 임명된 뒤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판결이나 행보를 한 적이 없는 만큼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검이라면 중립성과 공정성은 국민들께서는 신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채상병 특검법안에 관한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늘리자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를 향해 “솔직히 채상병 특검법 해결 의지조차 없다면 실권이 전혀 없다고 평가되는 한 대표와의 회담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한 대표 측이 두 대표의 회담내용을 TV토론 형식으로 전부 공개하자고 제안하자 이 대표 측에서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의제협상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으로 파악된다.

이재명 대표의 정무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22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실무적으로 회담에서의 어떤 성격과 내용, 의제 조율이 안 되면 파기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의 여야 관계를 보면 끝없는 무산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23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대표 회담 자체에 대해 외형적으로만 (찬성)하고 실질적으로는 시비를 거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협상이 정체된 가운데 코로나19에 걸린 이 대표의 건강 회복과 오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양당이 8월29일과 30일 연찬회·워크숍 일정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여야 대표회담은 일주일 이상 연기될 가능성도 나온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말에는 (대표회담 실무협상에) 큰 진전 없을 것 같고 다음 주 초 실무 회동이 재개될 걸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양측이 회담 전반에 걸쳐 의견조율에 실패하고 있는 만큼 이번 대표회담이 민생 정책에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실질적 성과 없이 끝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22일 MBC뉴스하이킥에서 “의제와 형식 조율에 난관이 있지만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각종 민생법안을 처리하려 25일에 만나려고 했던 것 아닌가”라며 “28일 전에 회담이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고 정기국회 시작되면 대표회담의 이유가 사라진다”고 바라봤다.

특히 한 대표가 채상병 특검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 내부를 설득하기 어려운 상황은 이번 대표회담이 공회전 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장 소장은 “만약 한 대표가 의원 10명을 설득해 (제3차 특검법안) 찬성표를 던지자고 하면 국민의힘이랑 대통령실은 완전히 전쟁이 되고 윤핵관들은 당대표에서 물러나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