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MR 스타트업 확장일로, 'AI 붐'에 데이터센터 무탄소 전력원 부각

▲ 오클로가 2027년까지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 15메가와트급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오로라'. <오클로>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소형모듈원전(SMR) 스타트업들이 고객층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 붐이 일면서 급증하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원으로 SMR이 주목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데이터센터업체들은 SMR의 낮은 전력 공급가격과 안정성에 매력을 느끼는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인베스팅닷컴과 CIO, 유틸리티다이브 등 외신에 따르면 SMR 스타트업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의향을 내놓은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

미국 SMR 스타트업 오클로(Oklo)가 최근 진행한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 내용을 보면 체결한 구매의향서(LOI) 규모가 지난해 7월 기준 700메가와트에서 올해 8월 기준 1350메가와트로 약 93% 증가했다.

전체 구매의향서 규모 1350메가와트 가운데 600메가와트는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인 것으로 파악된다.

오클로 관계자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이 같은 성장의 주요 원인은 데이터센터 고객층의 수요 증가”라며 “오클로는 LOI가 실제 전력구매계약(PPA)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주요 고객들로는 다이아몬드백 에너지, 센트러스, 와이오밍 하이퍼스케일, 미 공군 등이 있다.

오클로가 개발하고 있는 주력 SMR은 15메가와트급 원자로로 현재 ‘오로라’ 프로젝트로 명명돼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로라는 1메가와트시당 전력 공급가가 40~90달러로 66~109달러인 재래식 원자로보다 저렴하게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거쳐 공급되는 재생에너지(69~119달러)와 비교해도 가격 경쟁력이 높다.

다른 업체들이 개발하고 있는 500메가와트급 SMR과 비교하면 건설과 유지보수 비용도 적어 구매 계약 건당 고객사 부담도 적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혔다.

제이콥 드위트 오클로 최고경영자(CEO)는 주주 서한을 통해 “우리 SMR을 향한 수요가 매우 강해 벌써 데이터센터, 에너지, 산업 분야 등과 1350메가와트에 달하는 LOI를 체결할 수 있었다”며 “오로라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들 분야에 모두 혁명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SMR 스타트업 확장일로, 'AI 붐'에 데이터센터 무탄소 전력원 부각

▲ 뉴스케일이 설계한 SMR인 VOYGR 발전소 그래픽 이미지. 뉴스케일은 VOYGR를 2030년 전까지 상용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뉴스케일>

앞서 9일(현지시각) 콘퍼런스콜을 진행한 원자력 기업 뉴스케일파워도 자사 SMR을 향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존 홉킨스 뉴스케일 최고경영자(CEO)는 콘퍼런스콜에서 “데이터센터는 24시간 동안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전력 공급을 요구한다”며 “그런 점에서 고등 원자력 기술은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조건들을 모두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홉킨스 CEO는 앞서 1분키 콘퍼런스콜에서도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뉴스케일파워의 성장이 순풍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스케일은 지난해 10월 정보기술(IT) 인프라기업 스탠더드파워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스탠더드파워는 미국 오하이오주와 펜실베이니아주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2기가와트를 모두 SMR로 충당할 계획을 세웠다.

이렇듯 데이터센터 무탄소 전력원 수요가 높아지면서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SMR을 향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올해 6월 SMR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9억 달러(약 11조 원)을 민간 기업들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확실하고 안전한 친환경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국내 최대 무탄소 전력원인 원자력을 지원하고자 하고 있다"며 "이번 발표는 원자력 분야의 얼리무버들을 지원하고 핵심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업들이 홍보하는 것처럼 SMR이 비용효율적 전력원이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데이비드 슐리셀 ‘에너지 경제 및 재무분석 연구소(IEEFA)’ 자원 계획 분석 디렉터는 “SMR 지지자들의 핵심 주장은 신형 원자로들이 가격 경쟁력이 더 높을 것이라는 점”이라며 “하지만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계획된 SMR들과 관련된 현장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