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년 사이 세 차례 주택공급 관련 정책을 내놨다. 정부가 올해 들어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에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건설업계에서 기대감이 피어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특히 정부는 1시 신도시를 중심으로 서울·수도권에 정비사업 속도를 높여 안정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만 다수의 정책이 법령 개정에 의존하고 있는 점, 업계를 강타한 공사비 문제의 해결책이 미흡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현실화에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15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노후계획도시정비기본방침(안)과 중동 및 산본 신도시의 기본계획(안)이 처음으로 발표되면서 1기 신도시 정비사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14일 1기 신도시를 포함한 전국 11개 노후계획도시의 정비의 방향성을 잡아줄 기본방침(안)을 발표했다.
특히 비전, 정책목표 4개와 함께 구체화한 이주대책이 담겨 있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간 1기 신도시 정비사업과 관련해 세밀한 이주대책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많았다.
국토부는 설문조사 결과 신도시 주민의 80% 이상이 해당 지방자치단체 안에서 저렴한 이주주택에 거주하길 희망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순환정비모델을 마련하고 허용정비물량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순환정비모델은 신규 유휴부지 개발,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이주금융 지원 등을 내용으로 한다. 모두 해당 권역 내에서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는 방향이다.
허용정비물량 제도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는 실 착공물량을 말한다. 각 지자체는 1기 신도시에서 관리처분계획이 본격적으로 인가되는 2026년부터 필요할 때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주수요를 관리한다.
이와 함께 부천시와 군포시는 각각 중동 신도시, 산본 신도시의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기본계획(안)의 주민공람을 시작했다.
이번 기본계획(안)에는 중동 350%, 산본 330%의 용적률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핵심인 용적률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제시된 셈이라 예측가능성을 높여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8·8 대책 발표를 계기로 정부가 재건축·재개발사업을 향한 확실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건설사들이 안정적 일감으로 여겨지는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많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최근 1년 사이 세 번째 대규모 주택공급 관련 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과 수도권에 우량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9월26일 발표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이 공공주택 공급확대에 방점이 찍힌 가운데 올해 정부의 시선은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놓여 있다.
올해 1·10 대책(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는 30년이 지난 노후주택의 안전진단 의무를 없애 재건축 사업기간을 최대 3년가량 단축할 수 있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이 중심이 됐다. 조합설립 시기 조기화, 정비사업 요건 완화, 자금지원 강화 등도 포함됐다.
이어 정부는 8·8 대책(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의 동시수립 및 일괄 인가, 최대 용적률 추가 허용 등 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특례법(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안 발의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최대 3만9천 호 규모 선도지구 선정이 예정된 1기 신도시 재건축에서도 매년 일정물량의 사업을 추진해 2035년까지 10만 호 이상의 추가공급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택공급을 위축하는 요인으로 여겨지는 재건축부담금을 폐지하겠다는 방침도 공식화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 바닥을 지난 집값이 점차 상승하면서 재건축과 재개발의 사업성이 어느 정도는 나아진 상태”라며 “정부가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줘 사업성이 더 좋아질 수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향후 특례법이 적용될 1기 신도시 물량이 가시화해 중장기적으로 정비사업 계획을 수립할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바라봤다.
정부가 올해 들어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는 모습도 감지된다.
2만6천여 세대가 밀집해 서울의 주요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4개 단지는 올해 들어 꾸준히 매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14단지의 거래 수는 1월 15건서 6월 82건, 7월 94건까지 치솟았다. 6월 마지막 주(24~30일)에는 1주일 만에 29건의 물량이 손바뀜하기도 했다.
8·8 대책을 전후로 한 지난주에도 목동신시가지아파트의 거래량은 26건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신고 기준이며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신고하도록 규정된 점을 고려하면 7월과 8월 거래 건수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노후계획도시특별법 통과 이후 올해 선도지구 지정이 예고된 1기 신도시에서는 집값에서 정부 정책에 따른 재건축을 향한 기대감이 확인된다. 이는 특히 사업성이 높고 실제 분담금 부담이 적을 것으로 예측되는 분당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7월 전용면적 84㎡가 17억2500만 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한 분당구 서현동 삼성·한신 시범아파트의 실거래가는 올해 1월 14억5천만 원에서 19% 상승했다.
이 단지는 전용 133㎡, 전용 192㎡도 올해 들어 신고가를 새로 썼다. 올해 들어 선도지구 지정을 목표로 하는 단지를 중심으로 삼성·한신 시범아파트에서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집값이 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 주(5일 기준) 분당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1주 전보다 0.38% 높아졌다. 상승률이 수도권 전체(0.16%), 경기도(0.11%)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서현동과 정자동 등 주요 재건축 기대 단지를 중심으로 올해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 사업 추진과정에서 공사비를 두고 조합과 시공사업단 사이 갈등을 겪었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모형.
다만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이 빠르게 실행에 옮겨질지를 두고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여전하다.
가장 큰 산으로 여겨지는 부분은 정부 정책이 실현되려면 법령 개정이 필수라는 점이다. 현재 여소야대 국면의 정치권에서 다양한 정치 현안 탓에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야당의 협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이번 8·8 대책에서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동시 수립 허용(계획 통합처리 등 절차 간소화‘ 등 10개 세부 추진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가운데 8개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 제정, 도시정비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 소규모정비법(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 시행령 개정으로 처리가 가능한 정책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대책인 셈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재건축부담금 폐지를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폐지안은 6월5일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재건축 패스트트랙 관련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최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의 대표 발의로 22대 국회에 다시 발을 들였다. 9월에는 정부가 8·8 대책에 따른 제정안 및 개정안 발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8·8 대책 발표 직후 야당이 냉랭한 반응을 내비친 만큼 법안 통과에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맡고 있는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자신의 블로그에 ‘주택공급 확대방안 검토의견’이란 글을 통해 “입법 과제가 수두룩한데도 야당의 협조를 위한 사전협의는 전혀 없었다”며 “안전진단 면제해 3년 단축하겠다는 정부 연초 대책도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아무런 진척이 없다”며 야당과 소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추진에 실질적 걸림돌이 되는 공사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부족하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번 대책에 정부는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와 공사비 증액요청이 발생했을 때 관련 내역 및 사유를 지자체에 제출하고 이 내용을 한국부동산원의 공사비 검증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대규모 사업장에 공사비 갈등 발생 때 전문가 파견을 의무화하고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지원단을 신설해 전문인력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초 지자체 요청 때 이뤄지는 전문가 파견을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지만 대개 공사비 갈등을 막기 위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제도들을 강화한 것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맹성규 의원도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높아진 공사비를 낮추기 위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급증한 공사비 탓에 과거 호황기 때처럼 정비사업 수주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정부와 지자체가 우선 공사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어 이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