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진행한 토론이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머스크 CEO는 이번 토론을 통해 전기차와 재생에너지를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를 이끌어 내고자 했으나 호응은 얻지 못한 채 테슬라의 친환경 이미지만 훼손됐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으로 머스크 CEO가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 모습을 보인 탓에 친환경성을 강조하는 테슬라 판매량에 악영향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엑스를 통해 중계된 머스크 CEO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토론으로 테슬라의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T매체 더 버지는 머스크 CEO가 이번 토론을 기획한 의도가 테슬라를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진영 지지 확보가 목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토론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에 동조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전환의 시급성을 지나치게 저평가한 탓에 오히려 역효과를 봤다고 지적했다.
머스크 CEO는 토론 당시 “석유와 천연가스 업계를 악당화시키지 말고 지원을 해 경제를 지탱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전환은 50~100년에 걸쳐 서서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미국 자동차 주간지 ‘오토모티브 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진영이 그동안 전기차를 거세게 비판해왔는데 이런 기조를 멈춰달라고 머스크 CEO가 간접적으로 요청한 모양새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나 전기차를 향한 발언을 일절 회피하면서 오히려 '핵전쟁이 더 시급한 문제'라는 등 맥락 없는 발언을 내놓으며 토론의 방향성을 흐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토론이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기차가 소비자들에 가장 크게 매력을 보일 수 있는 부분이 친환경성인데 머스크가 이번 토론으로 테슬라의 친환경적 이미지를 스스로 저해했다는 것이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이번 토론과 관련해 미국 국내에서 전기차 구매가 정치적 문제로 변질돼 가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바라봤다. 테슬라에서도 미국 대선이 열리는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저조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경제지 포츈에서는 미국 뿐만 아니라 서구권 전체에 걸쳐 테슬라 불매가 확대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7일(현지시각) 유럽의 약품 유통 대기업 ‘로스만’은 테슬라 차량을 더 이상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라울 로스만 로스만 대변인은 포츈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기후변화가 가짜라고 계속해서 말해온 사람이고 머스크는 그런 사람을 지지하고 있다”며 “이는 테슬라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말과는 반대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유럽 소프트웨어 기업 SAP와 미국 렌탈자동차 회사 헤르츠 등이 같은 이유를 들어 테슬라 차량 구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 독일 그륀하이데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 부지 앞에 주차된 테슬라 차량들. <연합뉴스> |
기후변화 대응에 긍정적인 학자들과 외신들도 이번 토론을 두고 혹평을 쏟아냈다.
미국의 저명한 기후학자 마이클 만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머스크나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산불, 홍수, 폭염, 허리케인 등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 강도는 수십 년 전 예측보다 심각해지고 있다”며 “일론 머스크는 기후부정론자가 돼 과학이 증명하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고 그 사실이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가 언급한 기후 및 에너지 문제들의 사실 관계를 짚었다. 두 사람의 토론회 발언에 사실이 일부분 들어가 있으나 대체로 영향을 과장하거나 극단적 사례를 제시하며 왜곡된 정보를 대중에 알린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화석연료 퇴출이 경제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는 머스크 주장에 뉴욕타임스는 “현재 기후 대응 계획들은 대체로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화석연료를 퇴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머스크가 말한 것과 같은 급속한 퇴출은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제 기후단체 350.org의 기후활동가 빌 맥키벤은 “두 사람의 토론은 새로운 경지의 멍청함을 보여줬다”며 “이번 토론은 역사상 가장 멍청한 기후토론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