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취임 1주년을 막 지난 시점에서 중대재해 발생이라는 악재를 맞닥뜨렸다.

한 사장은 취임 이후 안전경영을 강조하며 안전관리 역량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구로역 사고에서 여전히 안전관리 체계의 문제가 지적받는 데 더해 한 사장의 안전의식까지 도마에 올랐다.
 
코레일 사망사고로 한문희 안전경영 노력 무색, 사고 대응 논란까지 '겹악재'

▲ 중대재해 제로(0) 성과를 내넌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악재에 직면했다.


13일 철도업계 안팎에 따르면 7월24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한 사장이 구로역 사망사고로 난처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철도공사의 시스템적 문제가 대두되면서 지금까지 강조했던 ‘안전경영’이 공염불이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9일 오전 2시20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전차선 점검 및 보수작업을 하던 모터카 상부 작업대가 인접 선로 점검차와 접촉하는 사고가 났다. 이에 전차선 점검 및 보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코레일 소속 직원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우선 점검·보수작업이 이뤄지던 바로 옆 선로를 차량이 지나치게 되는 일을 현장 접근 직전까지 전혀 인지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여겨진다.

여기에 전국철도노동조합은 점검·보수작업에서는 인접 선로를 침범할 가능성이 높은 데도 인접 선로를 차단하는 규정이 없었다는 점을 비판했다. 

철도노조는 1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작업 중 인접선 열차 운행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시스템적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며 “작업선 양쪽 인접선의 열차운행 중단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과거에도 꾸준히 작업 중 선로 차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대표적으로 2017년 6월 발생한 서울 지하철 1호선 온수역 선로 보수 작업자 1명의 사망사고 때도 철도노조는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철도공사가 야간 선로 차단 원칙을 어겨서 발생한 사고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점검 및 보수 관련 작업계획서도 부실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사고 관련 작업계획서에는 인접 선로와 충돌 가능성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업자가 인접 선로 열차 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고 당시 인접 선로 점검차의 녹취록에 따르면 점검차는 사고 발생 7분여 전 금천구청역에 구로로 발차가 가능하냐고 물은 뒤 발차가 가능하다는 금천구청역에 답을 듣고 곧 구로역으로 출발했다. 인접 선로로 운행하는 점검차 운전자 역시 작업 현장을 지나기 전 상황을 인지할 만한 소통이 부재한 셈이다.

작업계획서 문제 역시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7월 수도권 지하철 경의중앙선 중랑역에서 발생한 1명의 사망사고 때는 구두 지시를 통해 정비작업이 진행돼 작업계획서가 사전에 작성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장은 취임식부터 ‘안전 최우선의 전방위 혁신’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한국철도공단을 이끌면서 안전관리 역량을 가장 크게 개선했다고 평가받았다.

한국철도공사에서는 2022년에 무려 4번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2022년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첫해였던 터라 한국철도공사의 안전관리 능력이 더 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철도공사는 2023년 들어 690개역, 1711건의 발주공사 현장에서 단 한 건의 중대재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구로역 사망사고 이전까지 한 사장 취임 이후에도 중대재해 제로(0) 성과를 이어오고 있었다.

한국철도공사는 4월 발표된 2023년도 공공기관 안전관리등급에서 보통(3등급) 평가를 받았다. 2020~2022년 3년 연속 미흡(4등급) 평가에서 벗어나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어 6월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1년 전 최하위 아주미흡(E)에서 1단계 오른 미흡(D) 등급을 받았다.

여전히 낙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지만 13년째 동결된 철도요금에 영향을 받아 재무성과가 부진한 상태에서 중대재해를 막은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 철도산업정보센터(Kric) 철도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철도공사에서 발생한 철도사고는 7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23건에서 절반 이상 줄인 것이다.
 
코레일 사망사고로 한문희 안전경영 노력 무색, 사고 대응 논란까지 '겹악재'

▲ 9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철도 관계자들이 사고 차량을 수습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


최근 한 사장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2005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대재해가 없는 1년을 보낸 것이 정말 다행이다”며 “하루에만 열차가 3400회 가까이 운행하고 1600건 넘는 공사가 이뤄지는 철도산업 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꽤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사장은 안전관리에서 거둔 성과를 토대로 해외 철도시장 진출, 디지털 전환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한국철도공사는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다시금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사장은 2023년도 경영평가에서 사망사고 발생 관련 경고조치를 받은 상태다. 2년 연속으로 경고조치를 받을 가능성도 생긴 셈이다.

이번 구로역 사망사고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 사장은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JTBC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 사장은 사고 당일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몸 아끼고 하라는 얘기를 해도 일하는 분들 입장에서 눈에 일이 보이면 그걸 막 덤벼들어서 하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며 사고 책임을 근로자에 넘기는 듯한 취지로 말해 강한 질타를 받았다.

한국철도공사는 사고 당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의 사고조사를 지원하고 있다”며 “사고에 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최대한의 예우로 장례와 후속조치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