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후변화 문제에 "오션뷰 부동산 늘겠다", 일론 머스크와 시각차 뚜렷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와 생중계로 진행한 대담에서 기후위기 관련 발언으로 두 사람 사이의 분명한 시각차를 보여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대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관점을 두고 뚜렷한 온도차를 나타냈다.

일론 머스크는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점을 강조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류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는 12일(현지시각) 약 2시간에 걸쳐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X로 생중계되는 대담을 진행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좋은 친구라고 언급하며 친분을 앞세웠다.

이번 대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홍보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머스크가 보유한 X 플랫폼 이용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다만 이들의 대화를 들으려는 사용자가 지나치게 몰려 X 서비스가 원활하게 동작하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한때 최대 청취자 수는 130만 명 가량에 육박했다.

대담 내용은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불법이민자 및 노조 관련된 정책, 여러 산업 정책에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견을 포함했다.

주요 외신은 트럼프와 머스크의 대담 내용을 두고 혹평을 내놓았다. 이날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대부분 공화당 극우 지지층을 위한 발언들에 그쳤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일론 머스크와 함께 한 대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소와 같이 정제되지 않은 가짜 주장과 인신공격, 불만을 내놓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내놓은 발언을 검증한 팩트체크 기사에서 미국 이민정책과 인플레이션 상황, 자신의 임기 중 업적 등에 잘못된 주장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기후변화 문제에 "오션뷰 부동산 늘겠다", 일론 머스크와 시각차 뚜렷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머스크와 트럼프는 기후위기에 관련한 대화도 이어갔다. 해당 내용은 이날 진행된 대담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제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일론 머스크의 대표 기업인 테슬라가 전기차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세우는 친환경 정책 폐지 공약과 이해관계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론 머스크의 트럼프 대선 캠페인 지지를 두고 테슬라 주주들 사이에서 비판적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머스크는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후위기 관련 상황을 어느 정도 인정하도록 유도하려는 발언을 다수 내놓았다.

그는 “석유화학 업계를 악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50~100년의 시간에 걸쳐 지속가능한 에너지 중심의 경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맞지만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이 이뤄지는 속도는 어느 정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위기 관련 문제를 농담거리로 받아넘기거나 다른 주제로 전환하며 머스크의 시각에 동의하는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해안가에 위치한 부동산이 더 늘어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은 지구온난화 또는 기후변화에 대해 얘기하지만 더 시급한 문제인 핵 온난화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며 핵 보유국 관련한 사안으로 대화 주제를 넘겼다.

일론 머스크는 화석연료 사용이 지속되며 인류에 두통과 구역질, 호흡곤란 등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그 자체로 모순점이 있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류의 건강이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인 셈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전기차와 에너지 기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신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정책에 중립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바이든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과 같이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담에서 기후위기를 사실상 부정하는 관점을 앞세우며 머스크의 시각과 확실한 온도차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머스크가 이를 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지지에 다소 소극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테슬라 주주들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에 이전보다 큰 반감을 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은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시각에 동의하도록 여러 차례 유도했다”며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담에서 민주당의 공격 대상이 될 만한 발언들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