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익진 롯데온 ‘빠른배송’으로 영향력 확대, 수익성 개선 위한 투자 집중

박익진 롯데온 대표가 빠른 배송으로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온이 창립 이후 지속적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가운데 박익진 롯데온 대표가 '빠른 배송'을 통한 업계 영향력 확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롯데온의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박 대표는 롯데온의 만성적 문제인 수익성 개선이라는 과제를 부여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표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한 장기적 수익성 향상을 목표로 배송 경쟁력 강화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롯데온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박 대표는 창립 이래 한 자리 수에 머물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배송 서비스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커머스 업계의 핵심 경쟁력은 단연 배송 속도와 효율적 물류 시스템으로 쿠팡을 비롯한 경쟁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반면 롯데온은 경쟁사와 비교해 배송·물류 인프라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박 대표는 하반기에도 배송·물류 시스템 재정비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먼저 익일 배송 서비스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배송 시간 단축해 고객 편의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시장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롯데온은 익일 배송 서비스인 ‘내일온다’의 대상 상품을 1만 개에서 23만 개로 대폭 확대했다.

롯데온은 올해 4월 내일온다를 처음 도입했으며 익일 배송 서비스 전용관을 통해 가공식품·생활·주방·반려동물용품 등 1만여 개의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롯데온은 별도의 유료 멤버십 가입 없이도 내일온다를 통해 대부분의 주문에 대해 무료 익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익일 배송 서비스를 선도하는 대표적 이커머스 업체는 단연 쿠팡이다.

쿠팡은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 회원에게 익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제공해 1500만 명이 넘는 멤버십 회원 유치하며 유통업계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쿠팡은 로켓배송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 투자를 이어왔으며 그 결과 창립이후 13년 만인 2023년 최초로 연간 흑자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쿠팡의 행보를 의식한 듯 박 대표 역시 당장의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익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해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 대표는 익일 배송 서비스 강화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새벽까지 배송을 완료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철회한 데 이어 최근에는 주문 이후 몇 시간 이내로 배송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도 중단했다.

다만 익일배송 서비스 부문에서는 쿠팡이 압도적 위치를 선점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롯데온이 이를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대표는 현재 당일 배송 서비스인 ‘오늘온다’ 시행을 추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익진 롯데온 ‘빠른배송’으로 영향력 확대, 수익성 개선 위한 투자 집중

▲ 롯데쇼핑은 2023년 12월5일 부산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에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 통합솔루션을 적용한 부산 고객풀필먼트센터(CFC)를 착공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부산 고객풀필먼트센터(CFC) 조감도. <롯데쇼핑>


롯데그룹차원에서도 배송 서비스 품질 개선과 배송 시간 단축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박 대표의 이러한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롯데쇼핑은 온라인 식료품 사업 강화를 위해 2023년 11월 영국의 글로벌 리테일 테크 기업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과 자동화 물류센터 구축에 2030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을 적용한 6개의 고객 물류센터(풀필먼트센터)를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오카도의 통합 솔루션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을 활용해 온라인 주문에서 배송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며 수요 예측 및 재고 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롯데쇼핑은 오카도와의 협업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이 온라인 장보기에서 경험했던 상품 변질, 품절, 누락, 오배송, 지연배송 등의 문제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카도와 함께 구축한 플랫폼은 롯데온과는 별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롯데온의 식료품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에서는 박 대표의 배송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가 현재 재무 상태를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롯데온은 올해 2분기 이익률이 낮은 상품의 구성비를 조정하며 전년 대비 적자폭을 소폭 줄이는 데 성공했다.

롯데온은 2020년 창립 이후 이커머스 업계 점유율 한 자리 수를 벗어나고 못하고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업계 영향력 또한 매우 미미한 상태다.

이에 롯데온은 2021년부터 3년 동안 두 번의 인사 교체를 단행하며 지속적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2024년 롯데온 수장에 오른 박 대표는 다양한 금융업계에 몸담아오며 ‘재무 전문가’로 불리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롯데온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 대표는 맥킨지 프로젝트 매니저를 시작으로 한국시티은행 카드사업본부 최고재무책임자(CFO)‧최고전략책임자(CSO)를 지냈다. 이후 현대카드 캐피탈 전략 담당 전무, ING 생명 마케팅 본부장과 부사장을 거쳐 MBK 롯데카드 마케팅 디지털 부사장을 지냈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총괄 책임자로 근무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