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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상반기 농협금융의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이끈 가운데서도 연임이 녹록치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농협금융 지배구조 문제를 정조준하고 개선안을 내놓기로 한 데다 농협중앙회와 갈등이 드러난 점도 이사회가 다시 이 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12일 농협금융의 실적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이 회장 취임 뒤 농협금융 실적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상반기 연결기준 순이익 1조7538억 원을 냈다. 2023년 상반기보다 2.8% 늘어난 것으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회장 임기 첫해였던 2023년에도 농협금융은 1년 전보다 증가한 순이익을 거뒀다.
농협금융은 2023년 연결기준 순이익 2조2343억 원을 냈다. 충당금 전입액이 2022년보다 168.8%가 뛰었음에도 순이익을 소폭 늘리는데 성공했다.
농협금융은 실적 개선에 힘입어 농협중앙회에 보내는 농업지원사업비도 증액했다. 신용사업으로 취득한 이익을 농업 지원에 사용한다는 농협금융의 취지 측면에서도 성과를 냈다.
이 회장의 농협금융의 성적표만 놓고 보면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가능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실적 성과에도 농협금융을 둘러싼 외풍이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이 회장이 재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앙회 리더십이 올해 초 교체된 점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의 핵심 계열사로 그동안 중앙회 리더십이 바뀌면 보통 이후 금융지주 회장도 교체되곤 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올해 3월 취임해 2028년까지 4년 임기를 보낸다.
더욱이 이 회장은 농협중앙회의 새 리더십을 맡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갈등이 외부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회장과 강 회장은 올해 초 NH투자증권 CEO 선임 과정에서 서로 다른 인물에 힘을 실으며 갈등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정조준하고 있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금감원은 올해 3분기 안으로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에 앞서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의 지배구조 문제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검사도 실시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농협중앙회-농협금융-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농협금융 계열사 인사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입김을 줄이는 방향으로 점쳐진다.
농협금융은 지주 회장과 계열사 대표를 뽑는 위원회를 분리하지 않고 이사회 아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한 곳이 역할을 함께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지주 회장은 이해상충을 이유로 임추위에 참여하지 않으며 결국 계열사 대표 인사에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 농협금융지주 이사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지주 회장과 계열사 대표 인사를 담당한다.
반면 농협중앙회는 지주 임추위뿐 아니라 각 금융계열사 개별 이사회에도 비상임이사를 두고 인사는 물론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금감원은 농협금융 계열사에 대한 농협중앙회의 인사·경영 개입이 농협금융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낳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바라보고 있다. 충분한 금융 전문성을 갖춘 최고경영자(CEO)가 선임되지 못해 내부통제 빈틈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안이 농협금융 지주 회장 선임에 대한 방식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나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받는 상황인 만큼 인사 교체로 쇄신 분위기를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다.
이 회장은 1983년 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등을 거쳐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 미래창조과학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올해 4월부터 서울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아 왔다.
2023년 1월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했으며 임기는 올해 12월 말까지다. 금감원의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따라 9월 가운데 차기 회장 선임 관련 절차가 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