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ASML 중국 수출 규제 효과적, 반도체 장비 자급체제 한계 직면

▲ 중국이 반도체 장비 자급체제 구축에 성과를 내고 있지만 노광장비를 비롯한 일부 영역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ASML의 EUV 반도체 장비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을 비롯한 반도체 노광장비 중국 수출을 규제한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장비를 비롯한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자체 기술로 노광장비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며 병목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7일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미국 정부에서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을 제한한 뒤 자체 공급망 확보에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중국이 고사양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는 장비를 구매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네덜란드와 일본도 수출 제한 조치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주요 반도체 장비 수출국에서 제품을 수입하기 어려워지자 자국 장비 업체들의 기술 개발과 생산 투자를 지원하는 데 막대한 금액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중국의 반도체 장비 자급률은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현지 반도체 제조사들이 전체 장비의 약 70%를 중국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암묵적 규칙이 형성되고 있을 정도다.

미국 컨설팅업체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는 “중국 반도체 장비 업계는 2022년 미국의 규제 이후 상당한 발전 성과를 이뤄냈다”며 “업계 전반에 수직계열화 효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체 반도체 장비 자급률이 높아진 상황에도 중국은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여전히 분명한 한계를 안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 핵심인 노광공정에 쓰이는 장비의 자급률은 지난해 기준 1.2%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러한 분석을 전하며 중국 기업들이 ASML의 노광장비를 수입하기 어려워진 결과가 전체 공급망에 차질을 일으키는 병목현상을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ASML은 글로벌 반도체 노광장비 분야에서 독보적 경쟁력을 인정받는 기업이다. 특히 7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에 활용되는 EUV 장비는 ASML이 독점 생산해 공급하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ASML의 대중국 장비 수출을 제한하면서 미국의 기술 규제가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노광장비 이외에 이온 주입공정, 검사장비 등 분야에서도 중국의 자급률이 1~2%대에 머무르고 있어 병목현상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중국이 반도체 장비 자급체제 구축에 성과를 낸다고 해도 모든 분야에서 폭넓게 기술 발전을 이뤄내지 못 한다면 미국의 규제 영향을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노광장비 등 분야에 지원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이른 시일에 기술적 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