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2026년 미국, 베트남 등에서 진행되는 대형 해외 철도사업 수주를 노리고 있다. 

이 사장은 2020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K2 전차 수출에 힘입어 방산 부문 실적을 가파르게 성장시키면서, 현대로템의 ‘장수 CEO’로 평가받고 있다. 이 사장이 내년 수익성 높은 해외 철도 수주를 발판삼아 철도 사업 부문에서도 방산 못지 않은 실적 개선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이용배 현대로템 '방산 매직' 철도에서도 보여주나, 해외거점 확대하며 대형 수주 정조준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 고수익 해외 철도 사업 수주를 통해 방산 부문에 버금가는 실적 개선을 이룰지 주목된다. < 현대로템 >


중국·일본·유럽 등의 주요 철도 기업들과 내년 대형 철도 사업 수주를 놓고 일전을 앞두고 있는 현대로템은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철도차량 생산 거점을 구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로템이 2026년 수주에 도전하는 해외 철도사업 국가로 미국 뉴욕, 베트남 등이 거론된다. 

우선 미국 뉴욕시의 ‘메트로 디비전1’의 노후 차량 교체 사업의 입찰이 2026년 진행될 예정이다. 노후 전동차 500량(별도 추가 구매옵션 500대)을 도입하는 대형 사업으로 철도 업계에 따르면 입찰 규모만 수 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템은 최근 뉴욕시 교통국의 입찰 적격성 사전평가(PQ)를 통과했다. 현재 일본 가와사키와 히타치, 프랑스 알스톰 등 4파전이 유력한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의 북남고속철도도 내년 사업자 선정을 앞둔 현대로템이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사업은 2035년까지 650억 달러(94조 원)을 투입해 1541km 구간의 고속철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로, 베트남 정부는 2026년 1월 사업 투자의 구체적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이 4개 국가의 철도사업자 컨소시엄이 참여 의향을 밝혔다. 앞서 지난 24일 베트남 대기업 빈그룹은 사업 참여의사를 공식 철회했다.

현대로템은 베트남의 철도 대기업 타코그룹과 손을 잡았다. 지난 8일 양측이 체결한 전략적 협력 계약에 따라 현대로템은 타코가 호치민시에 조성하는 철도 제조 단지에 생산기술을 이전한다. 회사는 철도 차량, 신호 시스템 및 기타 전기·기계 부품을 포함하는 통합시스템 구축을 맡게 된다.

이 사장은 최근 철도 사업을 따낸 해외 지역에 생산 거점을 마련, 추가 사업 수주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회사는 지난 2월 모로코 철도청과 체결한 2조2027억 원 규모의 전동차 공급 계약에 따라 모로코 벵게리르에 전동차 제조·조립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이곳에서 계약 물량을 생산하고 향후 아프리카 내 수출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에 추진제어장치, 견인전동기, 보조전원장치 등 철도차량 전장품 제조공장 ‘현대로템 스마트일렉트릭아메리카(HRSEA)’를 준공했다.

이는 미국산 자재·부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는 ‘바이 아메리카’ 정책 기조에 맞춘 것으로, 현지 공급망을 내세워 미국 내 신규 철도 프로젝트에서 수주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23년 수주한 호주 퀸즐랜드주 전동차 사업과 관련, 165억 원을 투자해 호주 현지에 전동차 프레임 생산공장을 건립하는 등 회사가 대규모 철도 계약을 따낸 곳에서 생산거점 확대를 추진해왔다.

2020년 취임 이후 방산 부문의 가파른 실적 성장을 달성한 이 사장이 그동안 실적 부진을 겪은 철도 사업에서 내년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현대로템 레일솔루션 부문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조4075억 원, 영업이익 176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6.6%, 영업이익은 16.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율은 1.2%에 그쳤다. 
 
이용배 현대로템 '방산 매직' 철도에서도 보여주나, 해외거점 확대하며 대형 수주 정조준

▲ 2020년 이용배 사장 취임 이후 현대로템은 모로코, 호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대규모 철도 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다. 2026년부터 해당 사업들이 매출로 본격 인식되면서 철도 사업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회사가 제작한 우즈베키스탄 수출용 고속철도 차량. <현대로템>

레일솔루션 부문의 올해 3분기까지 신규 수주액은 5조2332억 원, 분기 말 수주잔고는 18조28억 원으로 1년전 보다 32% 증가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12월18일 임원인사를 통해 조일연 아태권역 사업실장을 전무로 승진시키고, 레일솔루션사업본부장으로 선임하면서 철도사업 리더십에 변화를 줬다.

조 본부장은 2025년 2월 모로코와 체결한 2조2027억 원 규모의 전동차 사업, 2016년 8894억 원 규모 호주 시드니 2층 전동차 사업, 2023년 1조2천억 원 규모 호주 퀸즐랜드주 전동차 사업 수주에 기여한 인물이다. 

이 사장이 현대로템 대표로 선임된 2020년까지만 해도 현대로템은 철도차량 사업의 비중이 방산 사업보다 큰 기업이었지만, 이후 K2 전차 해외수출 확대에 힘입어 두 사업 부문 위상이 바뀌었다. 

두 부문의 매출·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방산 부문은 매출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8225억 원→8965억 원→1조592억 원→1조5780억 원→2조3652억 원으로 187.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96억 원→453억 원→1138억 원→1590억 원→5632억 원으로 607.5% 늘었다. 

반면 철도 부문은 같은 기간 매출 1조4520억 원→1조6755억 원→1조7788억 원→1조5536억 원→1조4956억 원으로 1조 원 중반 대에서 정체를 겪고 있다. 영업손익도 -116억 원→275억 원→207억 원→262억 원→ -1232억 원 등 누적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2025년 연간 실적 추정치는 매출 5조9345억 원, 영업이익 1조600억 원이다. 2024년보다 매출은 35.6%, 영업이익은 132.2% 증가하는 수치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국내 철도 시장은 최저가 입찰 제도로 손익분기점 수준이지만, 해외 시장은 품질, 납기, 가격 등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평가제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며 "현대로템은 최근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선진 시장에서 철도 수주가 이뤄지고 있어 점차 실적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