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와 패키징 수주 성과로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 위기를 벗어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오리건주에 위치한 인텔 반도체 연구개발센터.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로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파운드리 사업에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고객사가 인텔 파운드리와 반도체 패키징 기술 활용을 추진하며 대만 TSMC에 의존을 낮출 방법을 찾아나섰기 때문이다.
6일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TSMC가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주로 쓰이는 칩온웨이퍼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 패키징 수요 대응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엔비디아는 전 세계 IT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급증에 맞춰 공급 물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TSMC의 반도체 패키징 생산 능력 부족으로 병목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공상시보는 엔비디아가 이를 고려해 인텔의 첨단 반도체 패키징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포베로스(Foveros)가 TSMC의 CoWoS 기술과 유사해 대안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패키징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제품을 구성하는 여러 종류의 반도체를 조립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이는 공정이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이 성능이 중요한 분야에서 패키징 기술도 제품 경쟁력을 크게 좌우한다.
공상시보는 엔비디아가 인텔 패키징을 활용해 공급 능력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인텔이 어려운 상황에도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공 사례를 늘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내년 본격적으로 양산을 앞둔 18A(1.8나노급) 공정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반도체 위탁생산도 수주했다. 규모는 150억 달러(약 20조6천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엔비디아 반도체 패키징과 마이크로소프트 첨단 파운드리 수주 실적이 본격적으로 매출과 이익에 반영되면 인텔이 현재 겪는 경영난에서 벗어날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인텔 주가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뒤 하루만에 최대 28%를 넘는 낙폭을 보이며 50년 만에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돈 탓이다.
재무 악화로 인력을 대폭 감축하고 일부 사업을 축소하거나 배당을 중단하는 등 등 비용 절감에 힘쓰겠다는 계획도 발표되며 주가 하락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
인텔이 주력 사업인 PC와 서버용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 심화에 고전하는 한편 신사업인 파운드리에서 막대한 투자 대비 성과를 거두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를 비롯한 대형 고객사 수주 사례가 이어진다면 이러한 위기를 넘고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
공상시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엔비디아가 현재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및 고사양 패키징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TSMC에 의존을 낮추려 적극적으로 대안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고 있는 인텔과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현지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자급체제 구축을 적극 장려하는 정책을 앞세우고 있는 점도 인텔에 긍정적 요소로 평가됐다.
공상시보는 “인텔은 미국 반도체 패키징 업계에서 핵심 기업”이라며 “앞으로 반도체 패키징 증설은 국가 간 경쟁 구도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인텔이 미국 정부의 지원 정책에 수혜를 볼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국가 첨단 패키징 제조업 관련 정책에서 30억 달러(약 4조1천억 원) 상당의 자금을 들이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인텔은 이미 미국에 건설하는 다수의 파운드리 공장에도 미국 반도체 지원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약속받은 만큼 이중으로 수혜를 입을 공산이 크다.
IT전문지 WCCF테크에 따르면 인텔이 당장 9월부터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H100에 쓰이는 반도체 패키징 공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