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입찰조건 완화, 현대건설 컨소시엄 대항마는 여전히 미지수

▲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서 입찰조건 완화에도 경쟁입찰이 성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수도권 집중 완화, 지방 활성화 등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추진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이 본격화 하면서 시공사 찾기에 세번째로 나선다.

그러나 10조 원이 넘는 공사의 첫 삽을 뜨는 일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경쟁입찰이라는 원칙 아래 일부 조건을 완화했지만 실질적으로 건설사들의 추가 참여가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28일 국토부와 조달청에 따르면 31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시공사를 찾기 위한 3번째 입찰공고를 내고 8월19일까지 사전심사 신청서를 제출받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 666만9천㎡(약 201만 평) 건설예정지에 공항시설, 항만외곽시설, 교량 등을 짓는 프로젝트다. 추정 공사비만 10억5300만 원이 넘는다.

최근 가덕도신공항 조성사업은 관련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신공항 건설사업의 시행 허가를 받아사업시행자로서 법적 지위를 확보했고 부산시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예정지 주민의 이주·생활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한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에 착수했다.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현재 49명인 임직원을 106명으로 확대해 사업 추진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토부도 이번 부지조성공사 공고에서 건설업계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일부 수렴해 입찰 조건을 완화했다. 건설사들의 참여를 독려해 빠르게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10조 원에 이르는 대형 단일공사인 만큼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점을 들어 컨소시엄 사이 경쟁입찰 구도를 만들고자 하는 뜻을 확고히 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5월 첫 입찰에서 한 곳의 참여자도 없이 유찰됐고 6월 2번째 입찰에서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유일하게 사전서류심사(PQ)를 제출해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여러 현실을 고려했을 때 건설사들의 활발한 참여가 일어나 경쟁입찰이 성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먼저 공사기간이 늘어난 점이 실질적으로 건설사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2029년 말 개항목표는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새 입찰공고에서 공사기간을 착공 뒤 6년에서 7년으로 1년 연장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여러 공종이 동시에 진행되고 대규모 해양 매립 등 난도가 높은 공사의 비중이 큰 것을 고려한 결정이다.

지금까지 건설업계의 참여가 저조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공사의 어려움과 비교해 충분하지 못한 공사기간이다. 활주로가 육지와 바다에 걸쳐 있는 특성상 부등침하(지반이 불균등하게 가라앉는 것)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난도가 높은 공사로 평가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공사기간을 늘리면서도 주요 공항시설이 들어설 동측 매립지 공사와 활주로, 여객터미널 등 개항에 필수적 시설을 집중적으로 우선 시공해 2029년 말 개항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집중적으로 우선 시공하겠다는 부문이 결국 난도가 높은 공사라 공사기간 연장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높은 공사비 탓에 추가적으로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상황에서 일부에만 적용될 공사기간 완화 조건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또 상위 10대 건설사 공동수급 제한을 2개 이내에서 3개로 완화한 점도 추가 입찰 컨소시엄을 부르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당초 국토부는 복수의 컨소시엄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10대 건설사 공동수급을 2개로 제한했지만 공사의 난도가 높은 상황에서 컨소시엄에 상위 건설사가 추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했다.
 
가덕도신공항 입찰조건 완화, 현대건설 컨소시엄 대항마는 여전히 미지수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관계자들이 5월31일 부산 강서구 신라스테이 서부산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출범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


그러나 현실적으로 기존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경쟁할 기업들이 나타나기에는 각 건설사들의 사정이 만만치 않은 모양새다.

건설사 3곳 이상이 모여 컨소시엄 꾸려 입찰에 참여해야 하는데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현재 건설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인력을 새로 채용해 단일 10조 규모의 공사에 투입해야 하는 가덕도신공항 공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삼성물산, GS건설, 호반건설 등은 공사 참여를 사실상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10대 건설사 가운데에도 주관사를 맡아 새 컨소시엄을 꾸릴 만한 여력이 있는 건설사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 공항공사의 주관사를 맡을 만한 역량을 갖춘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한 팀으로 손을 잡았고 또 다른 후보인 DL이앤씨는 2025년 말까지 울릉공항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주관사 참여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수립에 참여했던 포스코이앤씨는 공동수급 제한 완화에 따라 현대건설 컨소시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컨소시엄이 나올 가능성이 더 적어지는 셈이다. 포스코이앤씨는 기본계획수립 참여뿐 아니라 다수의 공항건설 실적도 보유해 당초 컨소시엄을 주관할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건설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건설사라고 하더라도 10조 원 규모의 난도 높은 공항공사의 주관사를 담당할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며 “사실상 현재 단독 입찰한 컨소시엄의 대항마가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3차 입찰공고에서 완화된 조건들이 건설사의 부담을 일부 줄일 수는 있겠지만 경쟁입찰을 유도할 만큼 파격적 변화는 아닌 셈이다”고 평가했다. 

국토부가 여전히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만큼 3차 입찰이 유찰되더라도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하기보다 입찰 재공고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공사가 지연돼 목표로 한 2029년 개항 역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앞서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재입찰을 진행하거나 수의계약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큰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하기는 곤란하다”며 “공사금액이 큰 공사여서 경쟁입찰 원칙을 견지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