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등장에 미국 대선 안갯속, 윤석열 최우방국 외교정책 '시계제로'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대선 후보가 유력한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가 점쳐졌던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고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체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박빙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교에 가장 중요한 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 대통령으로 누가 당선되느냐는 향후 정부의 외교정책 전반에 미칠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해리스 부통령이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할 것으로 보여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외교정책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트럼프가 당선되면 바이든의 가치외교에 ‘올인’하던 윤석열 정부로서는 그동안 외교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외신에 나온 미국 정치권의 반응을 종합하면 바이든 대통령 사퇴로 공석이 된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해리스 부통령이 이어받는 분위기가 우세해지고 있다.

민주당 내 경쟁자가 속속 해리스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비롯한 당내 유력 인사도 지지 대열에 합류하면서 '해리스 대세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바이든 대통령 대신 해리스가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좀 더 유리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바이든 사퇴 당일인 21일부터 22일까지 유권자 4001명을 조사한 결과 전국 단위에서 트럼프 지지율(47%)과 해리스 지지율(45%)은 오차범위(±2%포인트) 안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전 실시한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지지율 차이가 9%포인트였다.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 힐이 최근 실시된 67개 여론조사를 종합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해리스 부통령(45.4%)과 트럼프 전 대통령(47.4%)의 지지율 차이는 단 2.0%포인트에 불과했다.

BBC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직을 사퇴한 뒤 미국 대선 흐름을 두고 "미국민이 투표장소로 향하기 넉 달 전 벌어진 일로 백악관을 향한 레이스가 뒤집혔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것에 관해 “한미 동맹에 대한 미국 내 지지는 초당적”이라며 미국 대선 결과에 관계없이 한미 외교에 큰 문제가 없으리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가 우리나라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는 해리스와 트럼프, 두 사람의 당선 가능성과 정책들을 면밀히 검토해야할 필요성이 커졌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해리스 등장에 미국 대선 안갯속, 윤석열 최우방국 외교정책 '시계제로'

▲ 카밀라 해리스 부통령.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가 보였던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나토와 함께 러시아를 강하게 견제하는 움직임을 지속할 공산이 크다.

해리스 부통령은 2022년 9월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북한에는 악랄한 독재정권,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 인권침해가 있다”며 북한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해리스는 부통령으로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지원 의사를 되풀이해 왔다.

투자은행 BTIG의 정책연구 책임자인 아이작 볼탄스키는 최근 마켓워치에 "해리스가 대선 후보로 지명돼 만약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바이든 행정부의 연속선상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 대선 완주에 우려가 나온 건 건강과 역량 때문이었지 정책 때문이 아니었다"고 바라봤다. 

그러나 만일 ‘가치’나 ‘동맹’보다 ‘거래관계’를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의 대외정책은 전면 수정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도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부터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군사동맹에 준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에 서명하자 우리 정부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무기 제공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며 강력하게 대응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3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한러관계는 기본적으로 러시아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대해 “그동안 인도적 지원을 많이 했고 지뢰탐지기 등 비살상무기를 중심으로 일부 안보 지원을 했는데 앞으로 러시아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어떤 동향을 보이느냐에 따라 이 부분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북대서양 조약기구(나토, NATO) 정상회의 참석기간 로이터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러시아와 북한 간의 새로운 군사 협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와 달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종전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열린 나토 결성 75주년 기념식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청해 별도 정상회담까지 열어 굳건한 지원을 다짐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세 과정에서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모두 만나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제정세가 요동칠 수 있는 만큼 외교 전략에서도 미리 대비를 해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더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한 점도 북한과 강경하게 대치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해리스 등장에 미국 대선 안갯속, 윤석열 최우방국 외교정책 '시계제로'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는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나는 북한 김정은과 아주 잘 어울렸다"며 "김정은도 내가 돌아오길 기대하며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틀 뒤인 20일 유세에서도 "김정은에게 '긴장 풀고 야구 경기나 보러 가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22일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대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북한) 김정은은 다시 브로맨스를 재점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주한미군 방위비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분담금을 크게 늘리려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이 자신들의 관대함에 다른 나라가 안보문제에서 무임 승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대북관계를 비롯해 여러 외교 정책에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떠오른다.

국립외교원장 출신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근 전주MBC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는 적과 아군을 지나치게 구분하고 외교 다변화보다는 미국과 일본에 편향돼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며 “만약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 주한미군 분담금이나 무기 판매 등을 대놓고 압박할 텐데 바이든에만 올인 했던 윤석열 정부가 협상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미국 대선과 관련해 외교부와 현지 공관이 긴밀한 협업 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선거 이후까지 내다보고 면밀하게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