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티몬 본사 궂은 날씨에 '아수라장', 수백만원 결제한 소비자들 "환불 완료까지 무한대기"

▲ 2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 앞은 환불 신청을 하려는 소비자들과 안전을 확보하려는 경찰, 취재진 등이 뒤엉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산 쇼크'를 초래한 티몬의 본사 건물 주변은 들쭉날쭉한 날씨 속에 말그대로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티몬은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도 환불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환불 완료를 직접 확인하려는 피해 고객들이 계속 몰리며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

26일 비즈니스포스트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신사옥 앞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티몬의 환불 절차 지연에 분노에 가까운 불만을 드러냈다.

인천에서 왔다는 박모씨는 “온라인 문화상품권만 500만 원어치를 구매했다”며 “환불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지만 일단 현장에 있는 고객에게 먼저 환불해줄 것이라 생각해서 바로 달려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정에 티몬 사옥 앞에 도착해 현장 접수번호 700번 대를 받았다고 했다. 

박 모씨는 “상품권은 어차피 현금처럼 쓸 수 있어서 할인율이 높을 때 쟁여두는 편이라 많이 구매했다”며 “오늘 환불되는 것을 확인하고 집에 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서 온 장주원씨는 티몬뿐 아니라 이번 사태에 낀 카드사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답답해했다.

장씨는 “취소 접수뿐만 아니라 카드사에 지급정지도 하고 할부철회권도 주장하고 있는 데 아직까지 확답을 주는 곳이 없다”며 “휴가 갈 생각으로 교원투어 여행상품을 약 400만 원 구입한건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침 일찍 왔는데도 (현장 접수번호) 1500번 대를 받았고 아직 한참 기다려야할 것 같다”며 “앞으로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대기업 플랫폼 위주로 이용할 예정이며 소액구매라도 이제 티몬이나 위메프 등 중견 플랫폼은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온 이정우씨 부부도 환불 절차 지연에 속앓이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위메프가 하루 만에 환불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들어서 티몬도 일찍 끝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며 “피해자 대표 말을 들어보니 현장 접수번호 뒷 번호 소비자는 보상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현장] 티몬 본사 궂은 날씨에 '아수라장', 수백만원 결제한 소비자들 "환불 완료까지 무한대기"

▲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26일 오후 3시50분경 티몬 신사옥 앞에 나와 소비자들에게 환불 가능 재원이 약 20억 원 남았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티몬은 26일 새벽부터 본사를 방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환불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오전 10시 이후부터는 현장 접수가 무리하다고 판단해 QR코드를 활용한 온라인 접수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현장에서 대기한 고객을 중심으로 환불 절차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계속 본사로 모여들고 있다. 환불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온라인 접수와 현장 접수를 병행하는 소비자들도 상당수다.

티몬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로 구성된 여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퇴근 후라도 티몬 사옥으로 이동해 환불을 꼭 받아내겠다는 이들의 의견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티몬은 현재 소비자 환불을 위해 준비한 자금 절반가량을 소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은 오후 3시50분경 사옥 앞에 나와 소비자들에게 “(재원이) 20억 원 조금 넘게 남았다”고 알렸다. 이날 새벽 신사옥에 도착해 사무실을 점거한 피해 소비자들에게는 밝혔던 재원 30억~40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권 본부장은 피해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재원 현황을 알리자마자 곧바로 사옥으로 몸을 옮겼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