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상병 특검법안이 두 번째로 폐기된 가운데 여야가 8월 국회에서 '3라운드'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안이 재표결을 거쳐 부결되자 즉각 재발의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3명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정치권에서 재의결로 통과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특검 추천 주체’ 수정을 비롯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보다 강화된 해병대원 특검법을 즉각 발의하겠다”며 “윤석열 정권과 여당의 어떤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의 문이 열릴 때까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두드리고 또 두드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법안은 25일 본회의에서 재석 299명 가운데 찬성 194명, 반대 104명, 무효 1명으로 최종 부결됐다. 지난 5월 21대 국회 종료 직전 재석 294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11명, 무효 4명과 비교하면 통과까지 필요한 표가 17표에서 6표로 줄어들었다.

전날 본회의에 재석한 야당 의원 전원(19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한다면 국민의힘에서 3명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사부재의 원칙(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내에 다시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민주당은 같은 내용의 안건이 제출되지 않도록 채상병 특검법을 보완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발생한 상황을 보며 8월 국회에서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플랜B’를 모색하는 모양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채 해병 특검법 재의결에서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모두 들어왔는데 104명이 반대했다”며 “조금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플랜B로는 ‘상설특검’과 특검법 내용에서 특별검사 추천 주체를 야권이 아닌 ‘제3자’에게 맡기는 안이 거론된다.

상설특검은 별도의 특검법을 만들 필요 없이 국회 본회의 의결만으로 특검 도입이 가능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피해갈 수 있다.

현재 국회 규칙상 상설특검 추천 권한을 가진 위원회 7명 가운데 4명이 국회 몫이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이를 2명씩 나눠 갖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를 개정해 4명 모두 야당 몫으로 확보한 뒤 특검을 임명할 수 있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상설특검 활용을 주장하고 있는 박주민 의원은 24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부결된다면 야당이나 여당 일부가 이야기한 다른 형태의 특검을 고민하거나 제가 주장한 상설특검법 활용 방식 등이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원내 3당인 조국혁신당이 상설특검에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조국혁신당은 상설특검으로 채상병 특검이 추진되면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이를 빌미로 윤 대통령이 특검임명을 미룰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조국 대표는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회운영규칙을 바꿔 상설특검을 추진하면 국민의힘은 바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헌법재판소로 가게 될 것”이라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윤 대통령은 특검 임명을 미룰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상설특검을 하게 되면 특검이 가동된다가 아니라 실제 헌법재판소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정지된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설특검 외에 여야가 아닌 대법원장이나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제3자가 특별검사를 추천하는 채상병 특검법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다. 특히 한동훈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채상병 특검법안을 제안한 만큼 여당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다만 민주당은 한 대표가 주장한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은 반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중립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특검법안 통과를 목표로 한다면 대법원장의 특검 후보 추천을 받아들이고 ‘특검 수사 범위’ 등을 협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이 제3자 추천을 담은 특검법안을 발의하면 범야권도 수정안 등을 놓고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안에 제3자 특검 추천 내용이 담겼을 때 한 대표와 친한(친한동훈)계가 어떻게 판단하는지가 채상병 특검법안 통과의 핵심적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초·재선 의원 8명 안팎이 친한계로 분류되고 있는데 특검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될 때 8명이 찬성하면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특검법 통과에) 현실적으로 친한계라 불리는 8명의 의원들이 제3자 특검에 관한 판단이 중요한 것 같다”며 “원내대표나 당대표의 권한, 당론이 어떤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26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월례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에 관한 질문에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감안할 때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내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