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2분기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과 증권사의 강점이 엇갈렸다.

1금융권의 안정성을 지닌 4대 은행은 퇴직연금 원금비보장형 상품 수익률에서 적립금 상위 증권사 4곳을 앞섰다. 반면 자산운용 경험이 풍부한 증권사는 원금보장형 상품 수익률에서 은행을 제쳤다.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불러온 '역설', 원금비보장형 수익률 은행이 앞섰다

▲ 안정적 노후 생활을 위해서는 퇴직연금이 필수 요소로 꼽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8일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공시를 보면 4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2분기 말 원금비보장 확정기여형(DC) 상품의 1년 평균 수익률은 13.60%로 집계됐다.

국내 증권사 퇴직연금 적립규모 상위 4곳(미래·현대차·한투·삼성)의 평균 수익률 12.82%보다 0.8%포인트 가량 높았다.

4대 은행은 확정기여형뿐 아니라 확정급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모든 원금비보장형 상품에서 증권사의 평균 수익률을 앞섰다.

원금비보장형 기준 4대 은행의 DB형, IRP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8.18%와 12.96%로 증권사 4곳의 DB형 7.99%, IRP 12.52%보다 높았다.

금융사 8곳의 원금비보장 상품 1년 운용수익률을 비교해봐도 DB형은 KB국민은행이 9.42%, DC형은 하나은행이 14.83%로 1위에 올랐고 IRP만 삼성증권이 14.68%로 가장 높았다.

다만 증권사 4곳은 원금보장형 상품 수익률에서 4대 은행을 앞질렀다.

금융사 8곳 가운데 원금보장형 DB 수익률 1위는 삼성증권(4.65%)으로 집계됐다. DC형과 IRP는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4.92%와 5.10%로 가장 높았다.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불러온 '역설', 원금비보장형 수익률 은행이 앞섰다

▲ 6월 말 기준 금융사 8곳 퇴직연금 원금 비보장형 최근 1년 운용수익률 비교. 금융감독원 자료 갈무리.

평균적으로 살펴봐도 증권사 4곳의 DB형 수익률은 4.50%, DC형은 4.01%, IRP는 3.90%로 4대 은행의 4.07%, 3.72%, 3.53%를 모두 제쳤다.

‘안정성’은 은행, ‘수익성’은 증권이란 말이 2분기 퇴직연금 수익률 통계에서는 정반대로 나타난 셈인데 각 금융권이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퇴직연금 고도화에 공을 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유치 경쟁이 불러온 '역설', 원금비보장형 수익률 은행이 앞섰다

▲ 6월 말 기준 금융사 8곳 퇴직연금 원금 보장형 최근 1년 운용수익률 비교. 금융감독원 자료 갈무리.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 적립금 규모 1위는 신한은행이 차지했다.

신한은행은 6월 말 기준 42조2031억 원 규모의 퇴직연금을 보유해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40조 원을 넘겼다. 삼성생명(48조4642억)에 이어 전체 연금사업자 가운데서는 2위에 올랐다.

DB형 적립금이 15조5281억 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점이 신한은행의 은행권 적립금 1위를 지탱해줬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수급자가 직접 운용하는 DC와 IRP 상품 수익률에서 두각을 보였다. 

DC형 수익률은 원금보장형(3.85%)과 비보장형(14.83%) 모두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았고 IRP 수익률은 비보장형이 13.26%로 KB국민에 이어 2위, 보장형은 3.58%로 1위에 올랐다.

하나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전체 퇴직금을 6월 말 기준 1년 전보다 22.5% 늘리며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KB국민은행은 DC형과 IRP 적립금 강자 자리를 지켰다. 6월 말 기준 DC형은 11조6111억 원, IRP는 11조5661억 원을 쌓아 시중은행 가운데 적립금 규모가 가장 컸다.

우리은행은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우리은행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은 24조6650억 원으로 IBK기업은행(25조9735억)에 밀렸다.

증권업계에서는 미래에셋증권 독주가 이어졌다.

2분기 말 미래에셋증권의 전체 퇴직금 적립 규모는 21조7560억 원으로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크다. 

은행권 1위 신한은행의 절반 수준이지만 2위 현대차증권(15조9210억)과 차이는 5조 원 가량 난다.

현대차증권은 계열사 물량 덕분에 증권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 15조9210억 원 가운데 계열사 납입분이 13조376억 원으로 81.8%에 이른다. 

삼성생명이 삼성그룹 계열사 몫을 토대로 퇴직연금 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은 48조4642억 원을 쌓았지만 계열사 비중이 54.2%에 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증권의 계열사 의존도가 높은 셈이다.

정부가 10월부터 다른 금융사로 퇴직연금을 바로 갈아탈 수 있는 '현물이전' 제도를 시행하는 만큼 업권별 수익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금융사들은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차별화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결국 높은 수익률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내느냐가 고객을 끌어오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만큼 금융사의 수익률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