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나은행이 올해 3분기 시행이 유력한 보험금청구권 신탁사업에서 확고한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시중은행은 물론 보험사 역시 관련 사업을 확대하며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상황에서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재산신탁 부문 차별화한 서비스에 힘을 실으며 시장 선두업체로 경쟁 우위를 지켜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나은행 재산신탁 우위 지킬 기회, 이승열 서비스 경험 앞세워 '초격차' 정조준

이승열 하나은행장이 재산신탁 시장 확대를 신탁사업을 키울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3분기부터 일반사망보험의 보험금청구권 신탁사업이 허용되면 국내 재산신탁시장에 조 단위 규모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3월 보험금청구권신탁 도입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올해 3분기 내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현재 자본시장법에서 신탁업자가 수탁할 수 있는 재산은 열거주의 방식을 채택해 7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전, 증권, 금전채권, 동산, 부동산, 부동산 관련 권리(전세권·부동산임차권 등), 무체재산권(지식재산권 포함)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은 그동안 수탁재산 범위에 해당하지 않았으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보장대상, 계약 특성, 구조, 수익자 등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일반사망보험계약에 한해 허용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담보 계약 잔액은 886조5175억 원에 이른다.

일반사망보험의 보험금청구권신탁이 도입되면 조 단위 새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이 같은 재산신탁시장 확대는 특히 하나은행에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국내 재산신탁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유언대용신탁의 선두주자로 평가된다.

하나은행은 2010년 4월 금융권 최초로 ‘하나리빙트러스트’라는 유언대용신탁 자체 브랜드를 내놨다. 현재 약 3조 원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유언대용신탁 수탁잔액이 3조3천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90% 가량이 하나은행의 관리 아래 놓인 셈이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이 유언대용신탁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은행에 유리한 지점으로 여겨진다. 

유언대용신탁이란 상속을 하는 사람이 예금, 채권, 부동산 등 자산을 금융회사에 맡기고 금융회사가 계약에 따라 상속 집행을 책임지는 서비스를 말한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이 대상으로 하는 일반사망보험계약의 보험금 역시 상속재산에 포함될 수 있는데다 보험금은 상속세를 마련하는 재원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다만 시장이 커지는 만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하나은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생명보험사들도 재산신탁시장에서 발을 넓히려 하고 있다. 교보생명이 재산신탁업 인가를 받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신탁업 라이선스를 획득한 보험사는 삼성·한화·미래에셋·흥국·교보생명 등 5곳으로 늘었다.

신탁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이 4월 유언대용신탁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상속·증여 관련 상담을 제공하는 ‘신한신탁라운지’를 열기도 했다.
 
하나은행 재산신탁 우위 지킬 기회, 이승열 서비스 경험 앞세워 '초격차' 정조준

▲ 유언대용신탁의 상품구조. <하나리빙트러스트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수년간 쌓아온 노하우에 차별화한 서비스를 더해 선두 지위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재산신탁 서비스 수요는 주로 상속·증여 목적에서 발생하는데 여기에는 복잡한 셈법이 적용되는 만큼 서비스 역량이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평가된다.

하나은행은 최근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협약을 체결하고 유언대용신탁 업무에서 발생하는 법률·세무 자문에 협력하기로 했다.

4월에는 금융, 법률, 세무, 부동산 등 각 전문분야를 하나로 연결한 유산정리서비스도 내놨다. 유산정리서비스는 상속집행전문센터 하나시니어라운지에서 제공되는데 여기서는 유언장 보관, 상속집행 등을 모두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보험금청구권신탁 관련 사업 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재산신탁사업에 힘을 싣는 것은 이 행장이 그동안 강조해 온 하나은행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기도 하다.

이 행장은 취임사에서 “자산관리, 기업금융, 외국환 등 강점에 집중해 경쟁자들과 확고한 격차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재산신탁시장 규제 변화에 발맞춰 준비하고 있다"며 "차별화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시장 지위를 더욱 단단히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