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승진 이후 4개월 동안 보인 움직임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인적쇄신과 구조조정이다.

대표이사급 임원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 가운데 사상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곳만 세 군데다.

그룹 안팎으로 ‘이제는 정말 신세계그룹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 회장이 인적쇄신을 통한 구조조정 없이는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기 쉽지 않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11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정 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뒤 그룹 곳곳에서 인적쇄신이나 구조조정 위기감이 돌지 않는 계열사는 없다.

정 회장은 회장 취임 100여 일 만에 계열사 수장을 연달아 3명이나 교체했다. 정기 임원인사 시기가 아님에도 단기간에 대표이사 3명을 교체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최근 몇몇 계열사에서는 희망퇴직도 이어졌다.

이마트는 6월30일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흡수합병했는데 두 회사는 합병을 앞두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마트는 4월, 이마트에브리데이는 6월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는데 두 회사 모두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상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곳이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SSG닷컴도 2018년 법인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SSG닷컴은 19일까지 근속 2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근속년수 2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사실상 신입사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이다.

감원과 관련한 분위기는 최훈학 SSG닷컴 대표이사 취임과 동시에 조직 개편을 실시할 때부터 감지됐다.

정 회장은 6월 최훈학 SSG닷컴 영업본부 본부장 전무에게 대표이사를 맡겼다. SSG닷컴은 이 인사와 동시에 기존 4개 본부 체제를 2개 본부 체제로 바꿨다. 마케팅본부를 영업본부로 통합하고 지원본부 부서들은 대표 직속으로 두기로 했다.

업무 효율화를 위해 조직 개편을 하다 보면 남는 인력에 대한 고민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조직 개편 때부터 희망퇴직을 받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희망퇴직이 진행되면서 이런 관측은 현실이 됐다.

SSG닷컴의 효율화 작업은 희망퇴직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SSG닷컴이 재무적투자자(FI)와의 합의에 따라 제3자에게 1조 원대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SSG닷컴에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매니지먼트 등 두 사모펀드는 올해 12월31일까지 이마트와 신세계가 지정하는 단수 또는 복수의 제3자에게 SSG닷컴 주식을 모두 매도해야 한다.

SSG닷컴 주식을 매수할 제3자를 찾지 못하면 신세계그룹으로서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SSG닷컴 주식을 살만한 투자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효율화 작업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회장은 내부 인재를 발탁한 SSG닷컴과 반대로 지마켓 대표이사에는 외부 인재를 수혈했다. 알리바바코리아 출신의 정형권 대표를 영입한 것이다.

최고제품책임자(CPO)로는 네이버 출신 김정우 상무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된 테크본부 본부장으로는 쿠팡 출신 오참 상무를 영입했다.

지마켓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결정인데 외부 시각을 지닌 정 대표를 통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SSG닷컴에 이어 지마켓에서도 구조조정 바람이 불 수 있다는 뜻이다.

정 회장은 정 대표와 최 대표부터는 임원 보수의 기본급 비중을 줄이고 성과급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현재 성과급 비중은 20% 안팎인데 이를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이 인적쇄신을 시작으로 필요하다면 각 계열사별로 부진한 부분에 메스를 들이대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은 증권가에서도 나온다.

흥국증권은 11일 보고서를 통해 “이마트는 과감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