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운용의 중심에 두고 있는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다음주로 다가온 하반기 첫 번째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위원들이 향후 통화정책 전망을 어떻게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월 금통위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전초전 될까, 금통위원 소수의견 주목

▲ 하반기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어떻게 제시될지 주목된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증권가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는 금통위원이 얼마나 늘어났는지에 따라 8월 기준금리 인하를 점쳐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프리뷰' 보고서에서 “6월 물가가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금통위원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최제민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이날 “7월 금통위는 5월 금통위보다 비둘기파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물가 둔화세와 내수부진 우려 증가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동안 이른바 한국형 점도표라 할 수 있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고 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미래의 통화정책 방향을 미리 제시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소통 수단을 말한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리는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몇 명이 기준금리를 몇 %까지 올리거나 내려야 한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언급하는 방식으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바로 직전 열린 5월 금통위를 보면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에 찬성했으나 그 중 한 명이 3개월 후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만약 7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강조하는 금통위원 수가 기존 1명에서 그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 확인이 된다면 9월로 기대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에 앞서 한국은행이 8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하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8월 금리 인하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 수치가 한국은행에서 물가상승률 목표치로 삼고 있는 2%대로 수렴하면서 이 총재가 통화정책을 전환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2일 한국은행은 6월 물가지수 발표 이후 물가가 안정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향후에도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고 전망했다. 6월 물가지수는 2.4%로 2021년 9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게다가 유럽중앙은행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연준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통화정책 차별화’를 진행하고 있어 이 총재 역시 이런 중앙은행들의 움직임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7월 금통위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전초전 될까, 금통위원 소수의견 주목

▲ 한국은행이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나온다. 사진은 5월23일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연합뉴스>


이 총재는 4월 금통위에서 미국과 통화정책 차별화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당시 이 총재는 “과거에는 미국이 통화정책을 어떻게 하고 환율에 주는 영향은 어떤지 봐야 하므로 미국을 굉장히 많이 보고 결정했다면 피벗(통화정책 전환) 시그널 이후에는 국내 물가는 어떻게 가는지에 대한 고려가 더 크기 때문에 미국보다 먼저 (금리 인하를) 할 수도 있고 뒤에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가 2%포인트로 벌어진 상황이고 원/달러 환율 변동성 우려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미국도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이 총재의 부담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7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현재 수준인 3.50%로 동결되는 동시에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소수의견이 향후 금리 인하를 위한 일종의 포워드 가이던스로 작용하며 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공 연구원은 “미국 역시 올해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높고 향후 금리 인하가 1회성이 아닌 추세를 둔 사이클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단순히 일정 차이로 발생한 격차를 의식해 인하 시기를 늦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더라도 8월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임재균 연구원은 “가계부채가 다시 빠르게 늘고 환율도 부담이라 한국은행이 8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이번 금통위에서 소수의견이 개진됐을 때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8월 인하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