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미국 유럽 관세에 동남아 더 집중, 현대차 설 자리 좁아지나

▲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가 인도네시아 한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관세 폭탄’에 직면해 이를 대체할 수출 지역으로 동남아시아 진출을 적극 노리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성장성이 높은 동남아 현지 공략을 위해 생산 거점을 건설하고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데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상위 전기차 기업인 BYD뿐 아니라 지리자동차와 네타오토 등 상대적 하위 기업들까지 동남아로 적극 진출하는 모습이 포착된다. 

BYD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10억 달러(약 1조3892억 원)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2026년 가동 목표로 건설중이다. 지리자동차와 네타오토도 현지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현지 조립업체들과 협업을 추진한다. 

동남아는 베트남 빈패스트 정도를 제외하면 지역 내 자체 전기차 제조사가 전무한 실정이다. 여기에 지역 내 국가들 전반적으로 이륜차가 많은 환경이라는 점이 더해져 전기차 보급이 상대적으로 더뎠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베트남과 태국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 팔린 신차 가운데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5%와 10% 그리고 1% 정도로 높지 않다. 

BYD와 같은 중국 상위 기업들은 더딘 전기차 보급 속도와 기존 동남아 내연기관차 시장을 사실상 점령했던 일본 업체들이 전동화 전환이 늦어진 틈을 공략해 동남아 입지를 강화했다. 

동남아 시장 환경에 맞춤형 모델을 직접 개발하고 소비자 소득 수준에 맞춰 중저가형 제품들을 내놓은 것도 주효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BYD를 포함한 중국 업체들은 2023년 동남아시아 지역 전기차 판매 비중의 70%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에서 2022년 38% 정도 점유율을 보였는데 1년 새 이를 두 배 가량 높였다. 

반대로 한국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등 한국산 전기차의 동남아 점유율은 중국 진출 여파로 2019년 이후 빠르게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BYD 뿐만 아니라 하위 업체들까지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 따라 들어오려는 것이다. 
 
중국 전기차 미국 유럽 관세에 동남아 더 집중, 현대차 설 자리 좁아지나

▲ 3월27일 태국에서 열린 제45회 방콕 국제 모터쇼에 BYD 차량들이 전시돼 있다. < BYD >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질 수록 현대차와 동남아 시장을 두고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도 동남아 지역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023년 준공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부터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배터리셀까지 동남아를 아우르는 전기차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 국가 연합인 아세안(ASEAN) 지역 공략에 나선다는 기업 방침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중국 기업들의 진출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또한 시장 선점 의지를 확고히 한 셈이다. 

동남아는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 현대차에게 중요하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에 따르면 동남아 전기차 시장은 2035년 1천억 달러(약 138조89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공장이 들어설 싱가포르 및 여러 지역 내 국가들이 전기차로 전환 정책을 적극 추진한다는 점도 동남아 진출을 돕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2030년까지 국가 전역에 6만 개의 충전소를 세우고 전기차 판매를 장려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들도 전기차 전환 유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 전기차에 힘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 설치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에도 똑같이 적용돼 차별화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 진출에 더욱 힘을 주도록 만드는 추가적 요인도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중국산 전기차에 잇따라 관세를 높이고 있어 중국 자동차 제조사들로서는 수출 활로를 찾기 위해 동남아에 더욱 역량 집중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좁아지는 서구 시장 대안으로 동남아시아를 주목한다”라며 “중산층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전기차 관심도가 커져 기회”라고 분석했다. 

결국 현대차로서는 성장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끌어와야 할 과제를 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업체 상하이메탈마켓의 왕옌첸 분석 총괄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통해 “중국 기업들에 동남아 시장은 경계선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다”라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유리한 점을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