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민주당이 여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막겠다는 명분 아래 '방송3법' 입법추진뿐 아니라 합의제 조직을 사실상 독임제로 운영한다는 이유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의 탄핵소추가 진행될 경우 수개월 가량 직무에서 배제돼 야당의 방송3법 추진에 아무런 대응을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런 만큼 상대적으로 시간이 적게 걸리는 후임 방통위원장 인선절차가 진행되도록 김 위원장이 중도사퇴할 가능성이 나온다.
 
민주당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막기 ‘총력', 방통위원장 중도사퇴로 맞대응할까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중도사퇴로 탄핵 추진에 대응할지 주목된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28일 예정에 없던 전체회의를 열어 공영방송 이사 선임계획안을 통과시키고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후보와 KBS 이사후보 공모절차를 개시했다.

김 위원장이 공영방송 이사후보 공모절차를 개시한 것은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공세에 맞불작전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이사 구성과 관련한 지배구조 변경 목적으로 추진하는 방송3법을 처리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7일 4개 야당과 함께 국회 의안과에 김홍일 방통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야당에서 추천한 방통위원 없이 사실상 독임제로 운영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현 체제 아래에서 이사를 선임하게 되면 공영방송 이사진이 친여당 성향으로 재편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통위는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EBS 등 공영방송 이사에 대한 추천과 임명권을 갖고 있다.

민주당은 공영방송의 이사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시간에 쫓기게 된 상황에 놓였다.

특히 현재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친야 성향의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는데 여당 중심으로 바뀌기 전에 지배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크다.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의 임기는 8월12일에, KBS 이사진의 임기는 8월31일, EBS의 이사진은 9월14일에 이사 임기가 끝난다.

민주당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방송3법을 강행 처리한 것도 임기만료에 따른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민주당이 처리한 방송3법은 공영방송으로 꼽히는 KBS와 MBC, EBS의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 및 방송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해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김홍일 위원장과 여권 인사들이 이에 맞서 빠르게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를 추진한 것도 민주당의 이런 의도를 막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KBS, 방문진, EBS 임원 선임의 건을 상정했다"며 "방송3법이 발의돼 논의되고 있지만 현행법에 따라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게 법 집행 기관인 방통위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햇다.

김 위원장은 이어 “8월12일 방문진이 종료되는데 선임 절차가 4~5주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임명 절차를 미룰 수 없다"며 "부득이 선임 계획안을 처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홍일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까지 김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돼 공영방송 이사교체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

현재 2인체제였던 방통위원회의 구조가 1인체제가 되면서 최소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영방송 임원 선임 안건을 심의 의결하는 위치를 지닌 방통위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될 공산이 커진다.
 
민주당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막기 ‘총력', 방통위원장 중도사퇴로 맞대응할까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제32차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김홍일 위원장이 탄핵안 표결 전 자진사퇴하는 시나리오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방통위원장을 새로 임명하고 청문회를 거치려면 물론 시간이 소요되지만 통상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기간보다는 짧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에서 탄핵소추를 받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헌재의 기각결정을 받을 때까지 약 7개월의 시간에 걸쳐 직무가 정지된 바 있다.

이에 여권에서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사퇴한 뒤 1개월 만에 현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취임했던 사례를 반복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으로 22대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야당 간사로 있는 김현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전레를 참고해 자진 사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김홍일 위원장이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하지 않다고 강변했으면 그대로 있으면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해봐야 하는데 갑자기 공영방송 이사 선임계획 안건을 처리한 것은 사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